구전주지법군산지청관사 8월
문화재야행 마당까지 공개돼
남조선전기주식회사 모더니즘
나가사키18은행 근대미술관으로
빈해원 각종 촬영장소 유명지

군산은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시간여행’을 온 것처럼, 관광객들을 전혀 다른 세상으로 안내합니다.

다른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 그 공간을 채우는 오래된 건물들과 거리의 모습을 보기 위해 종종 군산을 찾곤 합니다.

실제 일제 강점기를 겪어보지 못했기에 군산 거리를 걸으며 곳곳에 남은 흔적들을 발견하고, 그때의 시간들을 확인하려 합니다.

그렇게 발견된 흔적들은 이제 군산의 대표 관광지로, 새로운 볼거리로 재탄생해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습니다.

군산은 어딜 가도 참 좋지만, 이날은 ‘시간여행마을’이라 불리는 원도심 일대를 걸으며 그곳에서 만난 국가등록문화재들을 살펴봤습니다. 

 

# 구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청 관사

▲국가등록문화재 제726호, 일제시대, 2018년 8월 6일 지정
▲소재지 : 전라북도 군산시 구영신창길 22

근대기 공공기관의 관사로 지어진 건축물이지만 일반적으로 관사가 표준화된 형식을 따르는 반면 이 주택은 규모가 큰 저택으로 일본식과 서양식의 화려한 세부 표현 기법이 잘 남아있는 건물입니다. 

뾰족한 삼각지붕과 건물에 쓰여진 컬러의 조화가 동화 속 주인공의 집을 연상케 합니다.  

이 주택은 일제강점기 후반 월명동으로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나타난 군산 원도심의 공간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군산문화재야행이라는 행사를 통해 대문 안 마당까지 공개를 하기도 한다는데요. 보통 8월에 열리는 행사인 만큼 일정을 잘 살펴서 올해에는 꼭 가보도록 해야겠습니다. 

 

# 구 남조선전기주식회사

▲국가등록문화재 제724호, 일제시대, 2018년 8월 6일
▲소재지 : 전라북도 군산시 구영2길 9

초원사진관 근처에 자리한 ‘구 남조선전기주식회사’ 건물입니다. 

근대문명의 기반이 된 전기의 생산 및 공급과 관련해 일제강점기 소규모 전기회사들의 합병 및 해방 후 한국전력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보여주는 건축물로서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군산 경제 발전의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입니다. 

1935년 2층 규모로 지어진 이 건물은 모서리 모양을 곡면으로 처리한 것이 특징이며, 그 부분에 주 출입구를 두었습니다. 현관과 계단, 외부의 굴뚝이 이루는 조형적 감각이 돋보이는 이 건물은 건축적 모더니즘을 잘 보여줍니다.



# 구 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

▲국가등록문화재 제600호, 일제강점기 시대, 2014년 9월 1일 지정
▲소재지 : 전라북도 군산시 구영2길 43

6월 초 현장 답사 시 건물 전체가 공사 중이라 외부를 전혀 볼 수 없었는데요. 건물 입구의  모습만 직접 담아올 수 있었고, 이전의 건물 형태는 문화재청 등록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943년에 건립된 철근 콘크리트조 2층 건축물로서 해방 이후 외자청 군산출장소 등의 공공 건축물로 사용됐고, 2014년까지 군산 시청 3청사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중일전쟁 이후 국가가 식량 가격 및 유통량을 조절·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조선식량영단의 군산출장소 건물로서 일제에 의한 호남평야지역 쌀 수탈의 역사를 간직한 증거물로서 가치가 있습니다. 



# 구 조선은행 군산 지점

▲국가등록문화재 제374호, 일제강점기 시대, 2008-07-03 지정
▲소재지 : 전북 군산시 해망로 214

구 조선은행 군산 지점과 구 일본 제18은행은 일제의 옛 흔적들이 남아있는 대표적인 건물들입니다. 이 일대는 일제의 관공서, 금융기관, 민간 회사들이 밀집해 있던 군산 최고의 번화가였다고 합니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한국과 대륙의 경제 수탈을 목적으로 일제가 세운 건물이며, 1922년 건립돼 조선은행으로 사용, 1953년 이후 한일 은행 군산지점으로 사용되다가 1981년 민간에 매각돼 상업 건축물로 사용됐고 1990년 화재 이후 방치됐습니다. 

2008년 2월 28일 국가등록문화재 제374호로 지정됐으며, 수리 및 보수 과정을 거쳐 2013년 이후 현재는 ‘군산 근대 건축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참고문헌에 따르면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은 1922년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지었다고 합니다. 동경제대 건축과 출신에 우리나라에서 꽤 잘 나갔던 건축가이며, 이왕가 미술관과 숙명여자전문학교가 대표작입니다. 

그가 한국에서 설계한 건물이 42개 정도인데 이 중에서 22개가 은행 건물입니다.

이런 당대의 최고 건축가가 내려와 공공기관을 군산에 지을 정도이면 일제가 얼마나 군산을 남다르게 여겼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참고문헌 : ‘왜 우리는 군산에 가는가’) 

또한, 소설 채만식의 ‘탁류’에 등장하는 건물로서 군산의 근대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건물이기도 합니다. 



#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국가등록문화재 제372호, 대한제국시대, 2008-02-28 지정
▲소재지 : 전북 군산시 해망로 230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옆으로 1914년 지어진 구 나가사키 18은행이 있습니다. ‘18’이라는 숫자는 이곳이 열여덟 번째 지점이라는 뜻입니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곡물을 반출하고 토지를 강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금융기관 건물 가운데 하나이며, 일제강점기 시대 초반에 지어진 은행 건축물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는 ‘군산근대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과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두 건물은 일제가 남긴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이제는 새로운 볼거리, 관광자원으로 거듭나 군산의 상징적인 건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구 십자의원

▲국가등록문화재 제760호, 일제강점기 시대, 2019년 9월 6일 지정
▲소재지 : 전라북도 군산시 신영1길 13

‘군산 구 십자의원’은 일본식 가옥에 서양의 주거 공간(응접실 등)이 절충된 형식으로 1936년 최초 건립된 이후, 한국전쟁 기간 중인 1952년에 소아과 전문병원으로 개원해 1980년대까지 계속해서 사용됐던 곳입니다.

현장에 직접 가보니, 담장과 나무들로 가려져 건물의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힘들었는데요. 문화재청 공식자료를 통해 내?외부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 나올 법한 모습들이라 한번쯤 들어가서 그 모습을 직접 보고 싶기도 합니다. 

오늘날 지역민들의 기억 속에 당시의 흔적이 온전히 남아 있는 등 지역의 근대문화유산적 측면에서 가치가 높은 건물입니다. 

 

# 빈해원

▲국가등록문화재 제723호, 2018년 8월 6일 지정
▲소재지 : 전북 군산시 장미동 21-5

‘남자가 사랑할 때’, ‘빛과 그림자’, 최근에는 ‘사랑의 불시착’, ‘타짜’ 등 드라마, 영화, 방송 촬영 장소로 소개돼 군산에 가면 꼭 들러봐야 할 장소 중 한 곳입니다. 

마치 옛날 중국 영화의 세트장에 들어온 것 같은, 수십 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2010년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중식집’으로 기네스에 등재되기도 했다는데요. 1950년대 초부터 화교인 왕근석 씨에 의해 창업돼 대를 이어온 중국 음식점으로서 1∼2층이 개방된 내부공간이 특징적입니다. 

근대기 군산에 정착했던 화교 문화를 보여주는 건축물로서 가치를 갖고 있으며, 현재도 긴 줄이 서 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군산의 등록문화재 건물 몇 군데를 살펴봤는데요. 저마다 새로운 변화에 맞춰 용도도 변경되고, 낡은 부분들은 보수를 거치며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익숙해서 그냥 지나치곤 했던 일제강점기 시대의 건물들은 이제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돼 군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건물마다 아픈 기억, 수탈의 역사가 담겨있지만 그 때의 치열했던 시간들 위로 다시금 새로운 역사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또한 군산을 찾는 우리들에게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의미 있는 근대역사여행을 선물해주기도 합니다. 발걸음 하나하나 모든 것이 역사의 한 부분인 군산이라는 도시, 앞으로도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마다 이곳을 찾게 될 것 같습니다.

/전북도 블로그기자단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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