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무용협 창작무용극
1930년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군산사람들의
삶의터전의 이야기 담아

군산 진포를 소재로 한 창작무용극이 선보일 예정이다.

진포는 군산의 정체성이 뿌리내려 굳건한 살의 터전으로 일구어낸 군산의 자부심이다.

금강하구 진포는 어머니의 품처럼 군산을 끌어안고 모진 외세의 탄압과 침략을 견뎌내며 오늘날 꿈과 희망의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군산을 주제로 한 공연이 많지 않은 게 아쉬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군산시무용협회가 마련한 창작무용 ‘진포아리랑’은 군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재조명하는 의미있는 공연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공연은 초봉과 그의 딸 송화의 삶을 통해 1030년대부터 2020년까지 군산의 역사적인 순간들을 되돌아본다.

안무를 담당한 군산무용협회 김명신 회장은 “문득 군산을 배경으로 한 근대소설 탁류의 주인공 초봉이라는 여인의 기구한 삶이 떠올랐다”며 “일제 치하 어려운 상황을 겪고 한국전쟁으로 고아가 되고, 너도나도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새마을운동으로 선진도시가 되기까지는 그 뒤에서 묵묵히 헌신하신 어머니의 세월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무대는 시작과 끝의 경계에 선 군산의 현 모습부터 시작된다.

조선소와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고 도심 상가는 불이 꺼진 채 굳게 잠겨 있다.

사망선고를 받은 군산경제에서 점점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현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공연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 송화가 손녀딸과 함께 근대역사박물관을 방문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옛 이야기가 시작된다.

1987년 새만금간척사업계획은 군산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고, 은파유원지에는 요트가, 우체국 거리엔 젊은 청춘들이 넘쳐났다.

그 때의 군산의 감동, 그 때의 군산의 영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1972년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군산도 그 바람이 불었다.

갯벌에 흙을 메워 새만금을 향한 간척사업도 시작됐다.

1970년대 고교야구 전성기를 주도했던 군산상고는 역전의 명수란 별명이 어울릴 정도로 군산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할머니 송화의 기억은 점점 더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 이후 군산은 피난민들로 구닥찼고, 월명산 산비탈에 움막을 짓고 살게 된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폐허 뿐인 상황에서 삶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놓지 않았던 군산사람들은 군용물품을 생황물품으로 바꿔 쓰면서 해학을 통해 절망을 넘으려 노력했다.

1930년대 군산은 일제 강점기 시대다.

미두장, 조선은행, 째보선창, 제중당 양약국 등을 배경으로 어린 딸 송화 때문에 죽지 못하고 절망적인 삶을 이어가는 초봉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들의 모습은 어쩔 수 없이 살아간다고 세상을 향해 악을 쓰는 듯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 무대는 진포아리랑이다.

2020년 세상에 가장 긴 새만금 방조제와 새만금 국제공항 등이 들어서면 군산은 강강술래를 추며 희망의 아리랑을 부른다.

아리랑이 주는 한과 흥으로 군산 사람들은 다시 절망 속 피어나는 희망의 싹을 틔우려 한다.

이제 군산은 또 다른 군산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번 무대는 오는 20일 오후 7시 30분 군산예술의 전당 소공연장에서 진행되며,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