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폭력단체의 불교탄압
승려 학살-사찰 전소 등
수난사 작품 속에 담아내
김제금산사서 16일까지 전시

제주 4.3항쟁 속에 숨겨진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주 불교, 동백으로 화현하다’란 제목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제주 4.3 범국민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가 지난 2017년부터 기획을 통해 순례와 답사의 결과물에 대한 전시다.

전시는 김제 금산사에서 이달 16일까지 진행된다.

72년전 미국 군사정부 시절, 3.1절 28돌 기념식 후 해산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시작된 제주 4.3 항쟁은 그동안 진실을 밝히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어왔다.

하지만 종교와 관련해 정부의 공식 보고서는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더 이상 묻어둘 수 없어 세상 밖으로 꺼내게 된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 본사 허운 주지스님은 “70여 년 전 4·3항쟁 당시 불교 사찰은 공권력과 특정 종교를 가진 불법 폭력단체 서북청년단들의 탄압으로부터의 피신처이자 무장대와 토벌대의 격전지로, 스님 16명과 사찰 35개소가 불타는 아픈 역사로 제2의 무불(無佛)시대를 초래했던 야만적인 역사를 밝혀, 또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한 교훈과 함께 지옥 중생을 보살피고, 총질했던 자들의 두터운 업보를 용서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본사 금산사 일원 주지스님은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의 발의와 함께 미래통합당에서도 4·3특별법 개정안 발의 움직임이 있어 시의적절한 행사로, 4·3의 진실을 공유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길 발원하였다.

전시회를 총괄 기획한 제주4·3범국민위원회 박진우 집행위원장은 이번 전시는 "70여 년 전 한반도 최남단 섬 제주에서 있었던 야만스러운 역사가 특정 종교 세력이 개입되어 주도적으로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불교가 말살되고 제주민들이 최소 3만 명에서 최대 9만 명까지 희생되는 고통스러운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고 재발을 막는 교훈을 얻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수진 작가는 4·3당시 고통을 작품에 투영하기 위해 70여 년 전 제주의 주요 식량 작물인 보리를 소재로, 4·3당시 공권력에 의해 불타서 사라진 마을에서 생명의 싹을 띄우고 자란 보리줄기와 4·3학살터에서 자라난 숨비기나무 열매를 채취하여 보릿대를 염색하여 소재화하는 등 야만의 역사와 아픔을 작품에 담고자 하였다.

특히 작품‘상생의 종’은 4·3당시 해안가 사찰에 있던 종으로 무장대가 산으로 옮긴 후 산에서 무장대들이 예불을 드리는 등 산사람들과 함께하다 4·3항쟁이 끝난 후 다시 해안 마을로 돌아온 종을 작품화했다.

윤상길 도예가는 제주라는 섬에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쫓기고, 숨고, 죽임을 당한 넋을 위로하고자 작업 전 기도와 명상을 통해 받은 느낌을 토대로 전통 망댕이 장작가마에서 백분토와 조합토, 무유, 백유 등의 재료를 이용하여 중생구제가 화두였던 스님들의 ‘순교’ 등을 표현하며 극락왕생 발원을 기원하였다.

4·3작품을 위해 제주로 귀농한 김계호 작가는 토벌대의 야만적인 탄압을 피해 흥룡사 경내 용장굴에 피신했던 제주민들이 고통을, 동굴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통해 암흑과 촛불로 부처님의 자비와 생명의 고귀함을 표현했다.

이수진 작가와 김계호 작가의 공동 작품 ‘피어나소서’는 야만의 시대인 4·3당시 학살된 승려가 열반의 경지에 오른 성인의 모습인 연꽃으로 환생하여 부처님의 대자대비를 온 누리에 비치도록 하는 마음을 담아 작품화하기도 했다.

전시회 관람자들은 체온 측정 후 이상이 없을 경우 회당 10인 이하를 대상으로 해설을 진행한다.

전시회와 관련해 문의 사항은 제주4·3범국민위원회, 02-786-4370로 연락하면 된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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