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학동사진관 9일부터
'택배' 전시··· 골목골목
누비는 택배기사의 하루
현대인들의 생활상 담겨

‘대중과 접촉을 감수해야 하는 상점 점원, 배달원, 창고 직원, 공장 근로자, 위생 근로자 등이 있다.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이들이기도 하다. 그들이 대신 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혼잡한 상점으로 들어가며 건강의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다’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은 우리 시대 꼭 필요하면서도 그에 대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직업에 주목한다.

특히 자영업자와 노동자에 끼지 못하는 이 시대 택배기사에 대한 전시회가 열려 주목을 받고 있다.

전주서학동사진관은 9일부터 10월 10일까지 ‘택배’ 전시를 마련했다.

택배는 이 시대 눈만 뜨면 마주치는 뗄 수 없는 직업군 중 하나다.

어느 날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무슨 일인가 궁금해한다.

현관문을 열면 아무 말 없이 택배상자가 놓여 있고, 택배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어떤 이유든 늦은 밤중에 아파트나 골목을 누비며 배달을 한다는 것은 매우 가혹한 일이다.

근무시간 단축을 권장하는 세상에 누군가는 새벽이나 한밤중까지 일해야 먹고 사는 것이다.

“몇 년 전 몹시 더운 여름 한낮에 택배기사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대문을 들어서며 ‘어휴~ 사람이 꼬시라지네요’ 하는데 왈칵 웃음이 쏟아졌다. 그도 따라 웃었다. 그 웃음은 식물이 꼬시라지는 모습을 사람에 비유하니 너무나 적절하기에 민망한 웃음이 터졌다. 그러나 두고두고 그 말은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누군가 더 싱싱한 것을 먹기 위해서 어떤 노동자들은 잠도 못 자고 새벽 배달을 해야하고, 할당된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한밤중에도 뛰어야 했다.

이 와중에 택배기사가 과로로 죽는 일이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로 접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가 나도 근로자로 인정을 못 받으니 모든 손해는 본인이 떠안아야만 하는 불행한 신분에 처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가 거세지면서 택배물량은 늘어나게 됐고, 그에 따른 업무량은 많고 반면 작업환경은 열악해 코로나의 새로운 진원지가 돼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것을 단지 한 택배회사의 처우나 환경문제로만 단정지을 수 없다.

다양한 조건에서 일을 한다고 하지만 많은 택배기사가 차량 한 대를 사 회사 일원으로 들어가 할당량에 따라 수익을 얻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의 총 자본이라 할 수 잇는 차량은 리스나 사채까지 얻어서 사는 경우가 적잖은 처지이고 보니 그것을 제하고 남은 돈이 순수벌이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돌아오는 이번 추석에도 택배기사들은 평소보다 배로 늘어난 물량을 전달하기 위해 한밤중에 골목이나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릴 것이다.

서학동사진관 김지연 관장은 “일 년 동안 모아본 택배의 내용을 보니 개인의 취향은 물론 사회의 움직임까지를 볼 수 있었다. 내게 온 택배들 중에는 생필품과, 내의, 책, 커피, 사진 프린트, 필름과 자식들이나 친지가 보내 준 선물이 있는가 하면 코로나 예방이나 질병에 필요한 마스크, 손세정제, 체온계 등이 있다”며 “이 전시는 매일 일상 속에서 택배를 받는 과정과 구조를 사진과 설치를 통해서 보여주려고 한다. 올해는 특히나 코로나 19로 변수가 많은 해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수, 목, 금, 토 4일간만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063-905-2366에 문의하면 된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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