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29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전북은 예상외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익산을 지역구인 한병도 의원과 군산 출신인 소병훈 의원이 최고위원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국회에 비해 21대 국회의 전북 정치력이나 정치 위상이 많이 추락했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그러나 한 번의 실패는 '병가(兵家)의 상사(常事)'라는 고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제는 훌훌 털고 일어설 때가 됐다.

한 번의 좌절을 어떻게 딛고 일어서느냐에 따라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에 비록 실패했지만 전북 정치의 현 주소를 정확히 파악했고 앞으로 다양한 대책을 고민하게 됐다는 점 그리고 /전북원팀'의 필요성을 분명히 인식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성과도 있었다.

과거 전북 정치인들은 광주전남이나 영남에 비해 국회 의석 수가 적었다.

호남권으로 묶인데다 아무래도 DJ의 출신지가 전남이다보니, 전북은 뒤쳐지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불구, 전북은 여당과 야당의 지도부를 '장악'해 왔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를 뛰어넘고, 힘을 합쳐 결국에는 전북 인사들이 지도부의 정점에 서게 된 것.

실제로 1997년 DJ로의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첫 집권당 사무총장으로는 고창의 정균환 의원이 임명됐다.

이 때 정세균, 정동영 의원은 초선이었다.

이른바 정 트로이카 또는 쓰리 정으로 불렸던 정균환-정동영-정세균은 광주전남이 주도하는 여당 정치판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았고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중진으로 부상했다.

이명박-박근혜 등 보수정당 시절에는 도내 의원들이 야당 지도부를 이끌었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3부 요인과 야권 지도부를 전북이 장악하는 위력을 보였다.

특히 20대 국회에선 정세균 국회의장을 필두로 정동영 조배숙 유성엽 김관영 등이 야권 지도부를 이끌면서 여야 정치를 주름잡았다.

문재인 정부의 숙원인 공수처 설치, 선거제도 개혁 등은 이들 야권 인사들과의 합작품이다.

 영남이나 광주전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국회 의석 수에도 불구, 전북이 지난 20대 국회까지 정치 주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이들 정치인들의 끈질긴 정치력에 기인한 것이다.

즉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줄기차게 도전하는 근성이다.

DY(정동영)는 재선 의원이던 2000년 집권 여당의 지도부 선거에 도전했고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면서 최고위원에 상위권으로 선출됐다.

SK(정세균)는 특유의 정치력으로 한 단계씩 올라서면서 최근까지 당 안팎에 탄탄한 지지세력을 구축해 놓았다.

이런 도전의 역사가 있었기에 전북 출신 최초의 여당 대선후보 정동영, 국회의장-국무총리라는 진기록을 가진 정세균 등 기라성같은 정치인이 나올 수 있었다.

온화한 성품으로 보이는 정세균 총리는 평소 사석에서 "나는 상대가 때릴수록 강해진다"며 가슴 속에 감쳐진 강인한 승부근성을 내비치기도 했었다.

21대 국회에서 전북 정치인들은 여당의 첫 지도부 선거에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초 한병도 의원은 출마를 생각하지 않았지만, 전북 몫을 찾아야 한다는 도내 의원들의 만장일치 권유에 의해 선거에 나섰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기록적 폭우로 인한 수해 복구, 정책토론이나 검증의 기회가 별로 없었던 전당대회 일정으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크게 낙담할 일은 아니다.

누군가는 도전해야 했고 그 역할을 한 의원이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선거는 계속 이어진다.

차기 당권, 대권, 재보선 등 선거일정이 빼곡하다.

심기일전, 마음을 다잡고 힘을 모으면 전북 정치 위상은 다시 강해지고 주류로 올라설 수 있다.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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