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난리가 없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늘면서 온 국민이 바이러스 패닉에 빠졌다.

그나마 희망이 되는 게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지만  한편에서는 무엇보다 백신 개발이 성공하기도 힘들지만, 개발된다고 해도 기대 만큼의 효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백신 개발이 오히려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인플루엔자 백신은 A형(H1N1)과 B형에 대해 평균 40∼60%의 예방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변이가 잘되는 A형 H3N2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그 예방효과가 20∼30%로 크게 낮은 실정이다. 특히 H3N2 바이러스 유행 시 백신의 효과는 더욱 떨어진다는 게 CDC의 분석이다.

코로나19 백신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험처럼 감염력과 치명상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 변이의 출현을 배제하기 쉽지 않다. 이는 두 바이러스가 모두 안정성이 낮아 돌연변이를 쉽게 일으키고, 감염력과 치명률도 크게 높아지는 RNA 바이러스라는 특성 때문이다.

이들은 원래 동물이 숙주였다가 사람에게 전파되면서 감염력이 향상한 특징을 가진다. 따라서 동물에서 유전자 변이가 자유롭게 일어나고 이들 중에서 일부 바이러스가 다시 인간으로 감염될 위험이 높다. 

더욱이 쉽게 변이가 일어나는 바이러스는 종전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나 백신을 맞은 사람들을 다시 감염시킬 수 있다. 백신의 예방 효과에 대해 긍정과 부정을 떠나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지금 상황은 항생제처럼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는 치료제 개발이 백신보다 더 절실하다.

대표적인 것으로 요즘 주목받는 혈장치료제를 꼽을 수 있다. 보통 감염된 사람의 혈액에는 대부분 항체와 면역세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이겨 낼 수 있는 면역능력이 생긴다. 이 중 항체가 풍부한 혈장을 다른 환자에게 주사하면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데 이게 바로 혈장치료제다. 

그러나 혈장을 상업적으로 대량 생산해 모든 환자에게 보급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공여받은 완치자들의 항체 생성률이 고르지 않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결합하는 고순도의 항체를 분리하고, 정량화하는 기술이 없는 게 표준화된 혈장치료제 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마냥 운 좋게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직접 장기의 세포를 죽이기도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환자의 면역체계가 과잉 반응해 오히려 환자 자신의 장기를 손상하는 경우다. 체내에 침입한 바이러스에 백혈구 세포들이 과잉으로 활성화돼 사이토카인이라는 염증 매개 물질을 과다하게 분비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최근 국내에서도 확인된 '사이토카인 폭풍'이다. 결국 이런 비가역적인 장기손상에서 오는 후유증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고 환자를 감염 전과 같은 일상의 상태로 되돌리려면 과잉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

백신, 항바이러스 치료제, 항체 약물들을 구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환자의 과잉 염증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치료가 의료 현장에서 더욱 절실하다.

그러려면 정부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치료제 개발에 다시 한번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양경일 다사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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