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을 오르는 3가지 길  800m에 근접한 모악산은 전북 전주권의 명산이다.

정상이 793.5m이니 조금 아쉬움도 남을 만 하다.

모악산은 전주뿐만 아니라 인근 완주, 김제 그리고 나아가선 전북 전반의 정신적 지주라는 생각도 든다.

산을 별로 다니지 않더라도 도민이라면 모악산에 대한 느낌은 모두 비슷할 것이다.

전북을 지켜주는 명산.

언제 돌아가도 반갑게 맞아주는 고향집 같은,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모악산을 오르는 데는 여러 길이 있지만 대략 3가지 코스가 잘 알려져 있다.

모악산 관광단지, 중인동, 김제 금산사 등 3곳에서 출발하는 코스다.

모악산으로 오르는 이 3가지 코스는 각기 장단점을 갖고 있다.

급경사를 타고 빨리 올라가려면 구이주차장 쪽 관광단지나 중인동에서 출발해 속도를 내면 된다.

흠뻑 땀이 날 정도로 오르기에 좋고 오르내리는 동안 충분히 운동이 된다.

산을 잘 가지 않는 이들이라도 정상을 한번 다녀오면 마음가짐이 새로워질 것이다.

 반면 김제 금산사 쪽에서 오르는 길은 좀 다르다.

완만하면서도 급경사가 가끔 나온다.

교통편을 제외하고 본다면 금산사 방향에서 올라가는 게 운치가 있어 보인다.

금산사 쪽으로 올라가면 고찰(古刹)의 이곳 저곳을 둘러볼 수 있다.

옛 조상들의 지혜와 연륜이 느껴진다.

599년 백제 법왕 원년에 창건되었다고 하니 근 1,50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관광지로 잘 가꿔져 있지만, 후백제 견훤의 유폐 등 슬픈 역사도 담고 있다.

그래서 금산사 쪽으로 올라가는 코스가 가끔씩 생각난다.

 어느 코스로 올라가든 모악산 정상에서 확 트인 전경을 보고, 구이주차장 쪽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삼천동 막걸리 골목으로 이동해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면 설악산, 지리산 못지않다.

등산복을 입고 삼천동에서 만나는 이들 중에는 모악산에서 내려온 이들이 많다.

그들과 말을 섞어보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고 자신한다.

모악산을 오르는 3코스는 인생에 비유할 수도 있다.

앞만 보고 쉼 없이 올라가는 사람, 적당히 쉬기도 하고 올라가는 사람 그리고 비교적 늦게 출발하지만 결국에는 종점까지 오르는 사람 등이다.

누구나 빨리 성공하길 바라겠지만 세상사는 그렇지 않다.

심지어 정상을 밟아보지 못하고 정리되는 삶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따라서 완만하게 올라가더라도 정상까지 가는 게 중요하다.

정상에서 오래 머물다가 적당한 시점에 하산하는 게 바로 성공한 삶이다.

전북의 정치도 비슷하다.

조급함을 가지면 될 일도 되지 않는다.

정치의 쓴맛 단맛을 다 봐야, 정치를 알게 되고 도민과 유권자들의 표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게 된다.

지난 20대 국회의 전북은 고참, 중진 정치인이 많았다.

당시 4선과 3선 그리고 재선 의원도 중앙 정치권에서 이름을 날렸다.

그에 비하면 초재선 의원으로 구성된 21대 국회의 정치적 위상은 약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출범한 지 이제 5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다.

전북 정치인대부분은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도민들의 성에는 차지 않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중앙에서 이름을 떨치는 이가 드물고, 전북내 정치권도 아직 원팀이라 하기에는 팀웍이 부족해 보인다.

모악산 정상까지는 여러 길이 있다.

그래서 전북 정치인들은 그 길을 잘 선택해야 한다.

완만하지만 급경사가 나올 때 그 위기를 잘 헤쳐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21대 도내 국회의원들은 각각 어느 코스로 올라가고 있을까.

/김일현 부국장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