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명선 무용단 '직녀에게'

팔복예술공장 무용수와 하나돼
카메라시선 한폭의 수채화선사

하나의 완성체를 위해선 복잡한 선행과정이 필요하다.

일련의 파편들이 하나 둘 모이고 형체를 이루면서 완성의 모습에 접근하기 때문이다.

강명선현대무용단이 지난 25일 선보인 작품 ‘직녀에게-기약없는 이별’은 코로나로 혼란한 공연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은 무용수들이 무대에 오르는 대신 사전에 작업한 영상상영과 사진으로 대체됐다.

웬 영상이냐는 질문이 쏟아질 법 하지만 영상만으로도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그 이상을 제공했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최근 공연계는 코로나 확산으로 영상을 통한 작품 감상이 흔한 일이 됐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이후에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공연계에서 보여줬던 영상물은 무대에서 보여줬던 작품을 온전히 대체하지 못했다.

영상제작에 대한 막대한과 경험부족으로 형식적 촬영에 그쳤던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무리 잘 만든 영상이라해도 무대의 온기를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가세했다.

적어도 이번 작품을 보기까지는 그 목소리가 정답처럼 여겨졌다.

강명선현대무용단의 이번 작품은 영상에 대한 교과서 역할을 하는데 충실했다.

카메라는 관객의 시선을 대신해 무용수를 근접거리에서 쫒으며 현장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드론까지 가세하며 촬영한 영상은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고, 이 영상을 가득 메운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스크린이 비좁다는 듯이 활개친다.

눈을 그려 넣었더니 날개를 활짝 펴고 화폭에서 날아갔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게 지나친 상상만은 아니다.

촬영장소인 팔복예술공장 배경도 영상 완성도에 크게 한 몫 하고 있다.

아직도 남아있는 옛 공장의 흔적들은 작품이 표현하는 남녀간의 애절한 사랑과 인류에 대한 사랑, 남과 북의 퉁일, 이루지 못한 것만 같은 이상향의 동경 등을 나타내는 데 적절한 장소로 활용됐다.

작품은 각 파편들의 이미지가 하나의 몸체를 이루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완성체가 돼 다시 돌아온다.

이를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선보이는데 영상과 촬영장소 그리고 무용의 삼위일체는 나무랄 데 없이 관객들에게 파고든다.

작품은 여러 시사점을 남긴다.

코로나로 침체된 공연계에 새로운 통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토록 고집했던 공연장에서 탈피한 것 뿐 아니라 새로운 결실물을 가지고 다시 공연장에 돌아오는 형식이다.

실내공연장에서 야외로 시선을 옮겼고, 강남으로 갔던 제비가 박씨를 물고 돌아오듯, 공연장에 돌아온 시선은 예상 밖 결과물을 보여주며 또 다른 시야를 제공한다.

작품에 제시한 여섯 개의 이미지는 하나의 완성체를 향해 달려가며, 이같은 이미지는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로비에 전시된 사진들은 이 작품이 제공하고 있는 보너스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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