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는 24절기에 22번째 절기로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올해는 21일이나 때에 따라서 22일 또는 23일에도 든다.

예로부터 동지를 아세(亞歲), 작은 설이라고도 불린 두 번째로 큰 명절이었다.

태양의 길이가 제일 짧다가 길어지므로 태양의 부활이라고 하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 가는 작은 설로 대접한다.

예전 우리 할머니께서는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한살 더 먹는다”라고 했다.

우리의 미풍양속은 새해가 바뀌면 다음해의 운세와 운명 등을 역법서(曆法書)나 역경(易經) 등으로 미리 점쳐 보았다.

필수적인 사항이 생년월일시의 사주팔자(四柱八字)인데 새해의 시작을 11월을 자월(子月)이라고 해 동지달을 일년의 시작으로 삼았다.

만세력에서 동지달을 일년의 시작인 새해로 환산해 60갑자(甲子)를 추산해야 했다.

이는 역술인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추산할 만큼 대중적이었다.

이때 동지를 놓쳐 새해로 계산을 잘 못해 60갑자 계산을 못하게 되면 사주를 엉뚱하게 짚게 된다.

전혀 다른 점괘(占卦)가 나오게 된다.

즉 육갑도 못 짚는다는 말, 그 쉬운 것도 못한다는 뜻의 “육갑하네”라는 말로 뜻하게 된 연유이기도 하다.

이런 동지가 필자가 전원생활하고 있는 완주군 소양면 해월리 다리목마을에 열한 번째 찾아오고 있다.

올해의 동지는 참으로 특별하다.

우선 약 15년 동안 끌어왔던 동네 돈사농장 송사가 끝나가나 했더니, 다시 이슈화가 되어 참으로 골치가 아프다.

시골에는 다 있는 일이지만 동네 한가운데에 돼지농장 있으니 환경적으로 동네 주민의 인내가 극에 다다랐다.

내년에는 잘 해결이 돼야 할 텐데 걱정이다.

전북체육고등학교 옆, 동네입구에 퇴비공장이 있는데 냄새가 심해 시설개선명령을 군에서 내렸다.

이 기업에서 업종변경을 시도하려 하였다.

원암마을, 마수교마을, 다리목마을 등 일곱 동네주민들을 벌집 쑤셔놓은 것 같이 뒤집어졌는데 다행히 원만하게 해결됐다.

슬픈 일은 다리목마을에 일 밖에 모르시던 정 장로님께서 연초에 좋지 않은 진단을 받으신 후에 시월에 타계하셨다.

내 개인적으로는 숱한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하루 24시간, 한 달 31일, 일 년 열두 달을 그렇게 밭에서 일만 하시는 분은 처음 봤다.

아마도 일로 도(道)를 트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사가 따로 없다.

일의 양에 관한 한 자부심 있는 필자도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나라가 시끄러워도 잘 살게 계속 진화되는 것은, 사회의 저변에 묵묵하게 일을 하는 이런 분들이 훨씬 더 많은 덕분이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올해 여름 내내 비가 왔다.

두어 달 동안 지겹게 비가 왔다.

키우기가 쉬운 들깨도 다 녹아 내렸다.

참깨도 조금 심어 수확하였으나 거의 쭉정이었다.

안마당 밭에 고구마를 심었다.

연이은 장맛비에 고구마 밭이 시멘트보다도 더 딱딱해져 고구마소출도 반밖에 안 나왔다.

김장 배추속이 들쯤에는 가물어서 김장배추가 질겨져 농민들의 애를 태웠다.

다행이 COVID19에 대해서는 완주전체가 원래 청정지역이었다.

여기에 더해 마을 자체가 청정지역이어서 큰 문제는 없었으나 모든 면에서 부자연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었다.

대부분 연로하신 분들만 사시는 시골에 COVID19이 돌면 속수무책인데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작년까지는 밭과 꽃밭 정원에 물이 잘 빠져 화초와 꽃나무가 잘 자라줬다.

두 달여 비에 밭에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여덟 살 된 목단이 80% 이상 썩었고 다른 귀한 꽃나무도 마찬가지이다.

밭에 농약·제초제를 안친다고 맹세했으나 풀의 맹렬한 기세에 제초제는 어쩔 수 없이 쳤다.

해충약은 안 쳤더니 동네의 벌레란 벌레는 다 몰려와 알프스오토메 사과나무, 캠벨 얼리 포도나무 등에 무당벌레와 여러 벌레가 두 차례나 창궐해 어쩔 수 없이 농약을 쳤다.

이 벌레들도 과하게 나무를 해쳐 농약을 자기네들이 자초했다.

정도가 넘어선 것이다.

적당히 해쳤으면 농약까지는 안했을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일 년 내내 비대면 수업하느라 고생했다.

미안한 것은 우리 학생 개개인들의 귀한 시간에 공부하는데, 100% 이해할 수 있게 강의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너무나 미안했다.

나 자신도 비대면 강의를 준비하고 공부도하고 강의자료도 만들었는데, 우리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6년간 단련받은 인터넷 강의에 수준의 턱없이 못 미치는 것 같아서 항상 미안했다.

이러한 COVID19 정국은 해월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회·경제적으로도 많이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국내정쟁, 미국대선,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일본 올림픽 연기, 선진국의 의료체계 민낯, 뉴노멀 경기침체 등 국내·세계가 격랑 중에 있다.

이런 중에도 해월리 인심 하나는 참으로 좋다.

예전 어른들의 말씀 중에 “우리 집에서 한 떡은 두말인데 들어온 떡이 다섯 말”이라고, 김장김치가 일곱 통이나 동네 분들한테 들어왔다.

인심만은 어느 동네보다 좋다.

이제 동지가 지나면 해가 길어질 것이다.

낮이 길어지는 속도가 생각보다도 또 빠를 것이다.

해가 길어지면서 COVID19도 같이 사라지고 경기가 불같이 살아났으면 하는 소망이다.

이리하여 모든 일이 풀리고, 경기도 좋아지고,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 학생들 얼굴도 보고, 해월리도 더욱 화목해졌으면 한다.

특히 국내 정치가 안정돼 서민들이 항상 웃는 새해가 돼 더 이상은 “육갑하지 않는” 2021년의 대한민국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북중앙신문 모든 독자들 댁내에 새해는 강녕(康寧)과 웃음으로 가득 차시길 기원드립니다.

/강길선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교수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