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는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보수와 진보 대결에서 과연 보수를 꺾을 수 있을까, DJ 지지자들은 개표가 완료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했다. 

50년만의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우리 사회는 급변했다. 호남과 영남이라는 동서 지역갈등,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갈등의 벽이 많이 허물어졌다. 냉전의 남북관계 역시 남북정상 회담이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호남이 갖고 있는 한(恨), 응어리 또한 상당히 사라졌다. 대통령이 바뀌면서 역사가 바뀌고 국민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진보 정권은 2002년 대선에서 다시 한번 대통령을 배출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권위주의 탈피를 내세웠고 평등과 공정을 강조했다. 국회에 있던 국회의원 전용 엘리베이터가 없어지고, 모든 사람이 함께 탔다. 진보 정권 10년 동안 사회 전 분야에 많은 변화가 일었다.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에서 진보권이 승리해 진보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이후 2007년 대선과 2012년 대선에선 보수권이 승리했고 또 다시 10년이 흘렀다. 2017년에는 현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10년 주기로 정권이 교체된다고 가정하면, 차기 대선은 진보정권이 이어갈 수도 있다. 

한 명의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의 삶에 끼치는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국가 주도세력이 바뀌고 국민의 인식 또한 바꿔놓는다. 그래서 대통령이 중요하다. 그리고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건 '덤'이다. 전북의 꿈은, 당연히 전북 출신의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전북 출신으로 대권에 가장 근접했던 이는 정동영(DY) 전 의원이다. 김대중-노무현에 이어 3번째 여당 대선후보로 선출됐지만 본선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진보정권 10년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나 '실망감'이 보수로 이동했을 수 있다. DY는 대선 실패 후 정계에 복귀했지만 지난 21대 총선거에서 패했다. 전북 정치로 보면 일단 거물을 잃은 셈이다. 전남의 박지원 전 의원이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장으로 활동하는 걸 보면, DY 케이스는 적잖은 아쉬움이 남는다. 

전북 출신으로 다시 대권에 근접하는 이가 나올 지 도민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2022년에 치러지는 차기 대선은, 주요 정당의 후보 경선 일정까지 감안하면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재보선과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대표 경선이 끝나면 곧바로 대선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전북에선 정세균(SK) 국무총리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 총리는 국회의원 6선을 지낸 국회의장 출신 총리다. SK는 대통령만 빼고는 모든 걸 해 봤다. 경제인 출신으로 미국에서도 근무했고, 정치권에 영입된 후에는 전북과 서울 종로에서 내리 6선을 기록했다. 

정 총리의 강점은 기업인 출신의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SK가 국회의원 시절 펴낸 '분수경제'를 보면, 경제는 분수처럼 콸콸 솟구쳐야 한다는 것으로 경제 마인드가 강하다. 여기에다 정 총리는 진보라고 규정되기 보다는 오히려 중도권으로 볼 수 있다. 중도진보권으로 분류한다면 SK는 경쟁자들에 비해 표의 확장성이 강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 총리는 차기 대선에 나올 것인가? 그 관건은 코로나19를 잡는 데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낮추고 백신, 방역에 집중한다면 기회는 올 것이다. 그래서 SK는 조급할 필요가 없다.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은 만큼 이제는 코로나 방역에 올인하면서도, 우울해진 민생을 돌봐야 한다. 

장관과의 총리식당보다는 소년소녀가장이나 소외된 이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게 백번 나을 것이다. 이 추운 겨울, 정말 어려운 이들에게 연탄을 배달한다면 가령 '쇼'라고 할지라도 진정성은 느껴질 것이다. 차기 대권을 향한 전북의 꿈이 이뤄지기 위해선 정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에 국민적 시선이 모아지고 있음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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