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앞둔 공무원 연수제도
사회적응 세미나-재취업 교육등
합동연수과정 상-하반기 1주일
대부분 교육 선택사항 논란대상
무노동 고위직 고액 급여 적용
1인당 평균 매월 500만원 보수
충남도-홍성군 등 연수제 폐지

도 5년간 92명-전주 3년간 116명
투입 예산만 수천억원 추산
코로나19 경제난 더해 비판거세
시민들 "자영업 폐업-휴업 속출
무노동에 수백만원 벌어" 분노
공직도 시대변화 맞게 폐지해야
공무원-공노조 "당장 폐지보단
공론화로 개선-대안점 찾아야"

공무원 공로연수제 폐지가 솔솔 나오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에서 공로연수제 폐지 방침을 확정하거나, 없애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데서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경제난이 가중되자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위배되는 ‘공로연수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와반면 공무원 노조 등 일부에서는 공무원들의 사회 적응 훈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편집자주     



▲공로연수제도 폐지론 ‘솔솔’

공로연수제도는 정년퇴직(만 60세) 6개월~1년을 앞둔 공무원에게 사회적응 능력을 기르고 승진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199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통상 상반기 1월과 하반기 7월 인사로 나눠 연 2회 이뤄진다.

대상은 20년 이상 근속한 경력직 지방공무원이며, 정년 퇴직 일을 기준으로 5급 사무관 이상은 1년, 6급 주무관 이하는 6개월 이상 1년 이내에서 본인 희망에 따라 연수를 받을 수 있다.

생년월일이 상반기(1~6월)이면 7월1일부터, 하반기(7~12월)이면 1월1일부터 들어간다.

이 기간동안 합동연수과정이 상·하반기에 1주일 정도 운영된다.

합동연수에서는 사회적응에 도움이 되는 강의나 세미나, 재취업과 노후설계 등 퇴직준비 교육을 진행한다.

공로연수 기간 본인이 원한다면 대학교 평생교육원이나 민간 연수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연수과정에 별도로 참여할 수 있다.

공로연수에 들어간 공무원은 교육훈련기관의 합동연수를 60시간 이상 이수하게 된다.

이후 자원봉사나 멘토 활동 등 사회공헌도 20시간을 채워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교육이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놀고먹는’ 제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로연수기간 일도 안하는데 공무원 신분이 그대로 유지돼 매달 고액의 급여가 지급되고 있다는데서다.

이 때문에 공로연수제도를 폐지하는 지자체도 나오고 있다.



▲무노동·무임금 원칙 위배

공로연수가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연수에 들어간 공무원은 해당 기간 1인당 평균 매월 500여만원의 보수가 지급된다.

이에 충남도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 등을 내세우며 지난해 공무원 공로연수제를 단계적으로 폐지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6월 충남도 인사위원회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2022년 1월부터 공로연수 의무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의결했다.

충남도는 연수자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역량이 되지 않는 하급자를 승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보고 연수제 폐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 관계자는 “연수자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역량이 되지 않는 하급자를 승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보고 연수제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충남 홍성군도 올해부터 희망자만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경남도는 2019년 전국 최초로 공로연수제도를 지역사회공헌제로 전환해 도내 지역발전사업, 자원봉사 및 시민운동, 멘토 및 강의 활동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밖에 대구, 경북, 광주, 전남지역에서도 수년 전부터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공로연수제 폐지 및 개선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공로연수 예산 수천억 추산...비판 가중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광역단체에서 공로연수를 떠난 지방직 공무원은 1,261명에 이른다.

이는 2015년 671명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인데, 2016년 743명, 2017년 841명, 2018년 1,057명, 2019년 1,070명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다.

전북도의 경우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급 서기관(도청 과장급) 이상 공로연수자만 92명에 이른다.

전주시 역시 지난 2018년 1월 18명 7월 17명, 2019년 1월 18명 7월 24명, 지난해 1월 28명 7월 11명이었다.

이처럼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예산을 광역기초자치단체까지 합치면 연간 수천억 원으로 추산된다.

공로연수 당사자는 연수기간 기본급여 수령과 사회적응능력을 키울 수 있고 인사적체 해소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공로 연수라는 의미보다 놀면서 월급만 챙기는 제도로 변질됐다는 여론이 높다.

최근 코로나19 충격으로 경제난이 가중되자 일반사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자영업자 이준호씨(57)는 “코로나19 여파로 폐업이 속출하는 판에 공무원들은 일도 안하면서 월 수백만 원씩 꼬박꼬박 챙기는 것이 형평에 맞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일반회사원 김세진씨(45) “급여도 현실화 된 공직자들이 일도 하지 않고 매월 수백만씩 받는 것은 혈세 낭비”라며 “공로연수 취지가 사회적응기간을 주자는 것이나 허울 좋은 핑계같다”고 말했다.

A 전주시의원도 “상식의 선에서 생각했을 때 특별한 일 없이 월급을 챙기는 공로연수를 찬성하는 의견이 얼마나 있겠냐”면서 “놀고먹는 안방 근무자 때문에 혈세가 줄줄 새는 것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관계자는 “공직사회도 시대의 흐름과 일반 사회 변화에 맞춰 변화해야 하고, 공로연수도 그런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폐지 수준을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공무원 노조 및 일부 퇴직자 등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 공무원에게 보상 차원에서 사회에 적응할 기간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전주시 한 공무원은 “공로연수제도는 사회에 나가 향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면서 “특히 공로연수제도가 폐지되면 신규 임용이 적체될 뿐만 아니라 공무원 승진도 늦춰지는 단점이 발생해 폐지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관계자 역시 “공로연수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논의나 개선 대안 없이 무작정 폐지하는 것은 공직사회 내부의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지자체별로 이 문제를 거론하기 보다는 전국적으로 공론화를 통해 접근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최현창 전주시 기획조정국장 "공로연수제도 개선 중앙에 적극 건의··· 폐지 검토는 아직"

▲전주시는 공무원 공로연수 제도를 현재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정부에서는 평생을 국가와 시민을 위해 헌신한 퇴직을 앞둔 공무원에 대하여 사회적응과 재취업 지원을 위하여 공로연수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로연수 제도를 전주시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연수대상은 20년 이상 근속한 4급 이하의 경력직 공무원으로서 정년퇴직일 전 6개월 이내인 자를 원칙으로 하되, 4·5급 중 6개월 이상 1년 이내인 자는 본인의 희망이나 동의가 있을 경우에 한하여 선정하고 있다.

중앙?지방공무원교육원 등 각급 교육훈련기관에서 실시하는 합동연수 참가 및 연수종료 전 연수성과물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자원봉사활동 등 사회공헌활동 20시간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최근 충남도에서 공로연수를 폐지했고 일부 지자체들도 폐지 움직임이 있는데 전주시의 현재 방침은?

=행정안전부에서는 공로연수 제도에 대한 의견수렴을 지속하고 있으며, 지난해 개선 방안(△공료연수 대상자 ‘20년 이상 근속 공무원’으로 한정 △ 사회봉사활동 20시간 의무화 △ 연수비용 지원 기준 구체화)을 시행한 바 있다.

그 이후 전주시도 공로연수 제도에 대해서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폐지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 없다.


▲공로연수가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위배된다는 시각이 크다. 이에 대한 견해는?

=공로연수 제도는 단순히 특혜성 제도가 아니라, 평생을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무원에 대한 ‘복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은 국가에 대한 특별권력관계로서 공직생활 동안 박봉과 겸직금지, 정치활동 금지 등 많은 신분상·경제적 불이익을 감내할 수밖에 없어 민간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적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특수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공로연수 제도는 공무원 개인과 공직사회 전체를 위한 ‘교육훈련’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조직 활력 제고를 위한 ‘근무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공로연수가 폐지된다면 신규임용 및 승진적체 해소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데 정말 그런가?

=당장 공로연수 제도를 폐지한다면 1,2년 정도 일시적으로 신규임용 및 승진적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사 등 조직관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코로나19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공무원 공로연수제도가 ‘놀고 먹는’ 제도라는 인식이 팽배한데?  

=일반 시민들께서 코로나19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공직사회도 같이 가슴아파하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최근 전주시에서도 코로나19 방역 및 확산방지를 위해 연일 격무에 시달리던 공무원이 순직한 사례가 있을 만큼, 공직사회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공로연수가 사회적응에 필요한 제도라면, 급여일정 부분만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견해는?

=공로연수 대상자는 현행 지방공무원법 및 보수규정에 의하여, 각종 수당 지급이 정지되며, 기본급만 지급되고 있어 이미 급여의 일부분만 지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현행법 상 공로연수자의 기본급을 삭감하여 지급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으며, 전주시에서도 별도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


▲전주시가 공로연수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은 

=전주시는 향후 공직자들이 공로연수 기간 동안 △그린뉴딜사업 등 시정 핵심 현안사업에 참여 △취약계층 돌봄사업 및 코로나19 방역 등 정기 봉사활동 프로그램 운영 △전문성과 경륜을 두루 갖춘 우수 공로연수자와 신규공무원 간 1:1 멘토-멘티 결연으로 풍부한 공직경험, 노하우를 전수하고 공공부문 강의활동 등을 통해 지역사회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그리고 법령개정 등이 필요한 분야는 관계 중앙부처와 정치권에 공로연수 제도 개선을 적극 건의해 보다 내실 있는 공로연수 제도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나가겠다.

 

# 전주시의회 김진옥의원 "폐지-존치 논쟁 보단 효율적인 운용 필요"     

충남도의 2022년 공로연수 폐지 결정으로 공무원 공로연수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30년, 40년 이상 국민을 위해 노력한 공직자의 공직경험 축적과, 사회적응 및 재출발, 공직사회 내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일각에서는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특별한 일도 하지 않으면서 기본급을 지급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이자 예산낭비 일 뿐이라면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가지 주장 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주장이어서 어느 일방의 손을 들어 주기란 쉽지 않다.

공로연수제도는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27조의 3의 규정과 행자부의 예규 지방공무원 공로연수 지침을 근거로 정년퇴직 예정자의 사회적응 준비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데, 시행여부는 지자체 재량에 맡기고 있고, 연수 기간에 60시간 이상 교육훈련기관의 합동연수 이수, 20시간 이상 사회공헌 활동을 빼고는 당사자 재량에 맡기다 보니 예산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명을 잃으면 박물관 하나가 불탄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그 안에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30년, 40년 이상의 행정 실무 경험과 노하우, 시민들을 직접 상대하면서 감각적으로 익히고 숙련된 민원 해결 능력, 주요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세우고 실행하는 능력들은 지역을 발전시키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 할 것이다.

공무원 공로연수 ‘폐지’ 또는 ‘존치’ 에 관한 논쟁보다는 제도개선 통해 효율적인 운용이 필요하다.

공로연수는 첫째, 이러한 공직생활의 경험과 노하우를 정리해서 공식적인 자산으로 축적시키고, 이를 후배 공무원들에게 전달하고 도움을 주는 방향에서 제도적으로 정비가 필요하다.

신규 공무원과의 1:1 멘토-멘티 결연 등으로 후배공무원에게 도움을 주는 방안도 효과적일 것이다.

둘째, 교육 훈련과 사회 공헌활동 시간을 좀 더 늘리고, 이를 당사자에게만 맡기기보다는 지자체 차원에서 더 많은 정보제공과 함께 체계적인 관리도 필요할 것이다.

셋째, 당사자가 전담했던 분야의 지역발전사업 발굴 및 발전계획 수립 등에 공로연수자를 참여시켜 지역사회에 공헌하도록 하는 방안도 개선 방안이 될 것이다.

/김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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