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수많은 역경과 시련 속에 성장해왔다.

6.25 한국전쟁으로 지방자치 시행이 지연되다가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첫 지방선거는 그 험난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1952년 실시한 지방선거는비록 지방자치단체장을 제외한 선거였지만, 우리 역사상 첫 지방의회가 구성된 선거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4.19 혁명 이후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렵, 또다시 지방자치는 오랜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5.16 군사 정변으로 지방자치가 전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지방자치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으로 헌법을 개정하고 무려 8년이 지나고 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1995년 지자체장 직선제를 비롯한 지방의회의 부활은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의 신호탄이었다.

지방의원과 지자체장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함으로써 명실공히 완전히 지방자치의 틀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32년이 흐른 지난 12월에는 오랜 논의와 담론 끝에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새로운 지방시대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법률 개정으로 중앙정부의 기조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소위 하향식 지방자치에 머물던 우리나라 지방자치 발전에 큰 기여를 하리라고 본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주민 주권 강화를 위해 주민 조례 발안제 도입, 주민감사청구 기준 완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주민이 지역의 비전과 정책을 스스로 발굴·책정하고 이를 실현하며 그 권한과 책임을 다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자치입법권을 법률에 명시하여 행정명령에 의한 주민이 지방의회에 위임한 조례제정권 침해를 사전에 방지하였다.

또 다른 하나는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과 정책 지원 전문 인력 도입을 통한 지방의회 권한 및 책임성 확대이다.

그동안 지방의회는 열악한 환경 속에 지방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지방의회 본연의 책무를 힘겹게 다해왔다.

본디 한정된 인력과 제한된 권한으로 시민의 뜻을 받들고 지방정부의 탈선을 감시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권 독립과 정책 지원 인력 도입은 지방의회의 오랜 숙원이었던 만큼, 지방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의정 생활을 돌아보니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

그러나 한층 진일보한 자치분권 시대가 열렸음에는 이견이 없지만 온전한 지방자치와는 거리가 멀고, 우리가 바라는 자치분권 수준에는 여전히 다다르지 못했다.

예산편성 자율화가 이번 개정법에 담기지 못했고 정책 지원 전문인력도 의원 정수의 절반으로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자체 조직 편성을 위해 여전히 중앙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제한적 자치조직권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지방의회가 진정한 입법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방의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본다.

국회와 달리 현재 지방의회에 관한 내용은 독립된 법률 없이 지방자치법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진정한 자치분권 시대를 위한 수많은 과제 해결을 위해서는 더 많은 이들의 노력과 열정이 필요하다.

주민과 함께, 주민에 의한 전주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때 지역사회는 물론 개인의 삶까지도 변화시켜갈 수 있다고 믿는다.

미래에는 국가의 시대는 저물고 도시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하는 만큼, 시민과 함께 자치분권 르네상스 시대를 주도하는 자치분권 1번지 전주의 비상을 기대해본다.

/강동화 전주시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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