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단체 민간회장체제 전환
독립성-예산확보 두토끼몰이

65개 정식종목중 40곳 회장교체
20개는 현회장 체제로 이어가
태권도 등 도전자 집행부 꾸려

그라운드골프-파크골프 경선
동점표에 연장자가 회장올라
그라운드골프 문제로 재선거

대부분 경쟁자없어 사실상당선
태권도는 범죄사실관련 소송전
골프협회 협약서 문제로 시끌

선거후유증 털고 일원화 필요
잡음 씻고 법정가는일 피해야

전북 경기종목단체 민간회장 시대가 돌입했다.

앞서 지난 해 초 진행됐던 시도체육회 민간회장 선거에 이어 경기단체 종목도 올해부터는 민간인이 회장이 돼야 한다.

대부분 경기단체 회장들은 민간인이 회장을 맡고 있지만 일부 종목은 자치단체장이 당연직 회장으로 운영돼 왔다.

때문에 자치단체장이 당연직 회장이 됐던 일부 종목이 민간회장으로 변경이 된다면 체육계는 이제 순수하게 민간인 체제가 확립되는 것이다.

경기단체별로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선거가 진행됐고, 전북체육회 65개 경기단체 중 일부를 제외한 모든 종목이 선거를 마친 상황이다.

많은 단체들이 선거를 진행하다보니 모범을 보이며 선거를 치른 단체가 있는 가 하면 선거 후유증에 시달리는 단체도 속출했다.

이번 경기단체 선거를 통해 선거가 남긴 점과 개선해야 할 사항을 점검해봤다.



△ 선거의 의미  

이번 선거는 경기종목단체 민간회장 시대 돌입을 의미한다.

국회는 지난 2018년 자치단체장과 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하는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에 따라 시도체육회장의 경우 지난해 1월 16일부터는 민간인이 새로운 체육단체 수장이 돼야 했다.

경기종목단체는 체육계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시도체육회장 선거 1년 후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종목단체들은 올해 1월부터 민간인이 종목단체를 이끌어야 한다.

민간체육시대 도입에 대해 우려도 많았다.

우선 체육단체나 종사자들 의견 수렴 절차 없이 강행된 법 개정이 오히려 체육발전을 저해할 것이란 요소가 될 것이란 목소리다.

법 개정에 따른 폐해는 고스란히 체육단체와 선수 그리고 지도자가 떠안을 것이란 게 이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변경된 법에 따라 민간체육회장 및 민간종목단체 회장을 선출했거나 선출해야 한다.

민간인 회장은 탈정치화가 핵심이다.

일부 종목의 경우 해당 자치단체장과 깊숙하게 연관돼 있고, 일부 종목은 아예 자치단체장이 당연직 회장을 맡아 정치로부터 완벽하게 분리될 수 없었다.

때문에 새로운 인물로 새로운 체육체계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 이번 선거의 목표 중 하나다.

올해 초 진행됐던 시도체육회장 뿐 아니라 경기단체 회장 후보들은 다음과 같은 인물이 선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협회인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알고, 현안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종목이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합해진 만큼 서로 상생하는 지원방안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하며, 선수와 지도자들의 처우개선을 과감하게 바꿀 능력을 소유해야 한다.

각각의 종목 국제화를 위한 글로벌 안목도 보유해야 하며, 중앙협회와 연결고리를 소유한 전국적 인물이 요구되고 있다.

이래야만 자신이 속한 종목 발전을 위한 초석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종목단체 민간회장은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된다.

반면 예산 대부분을 자치단체에서 지원받는 만큼 예산확보 및 종목단체 독립을 위한 경제적 토대로 구축해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종목단체들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예산확보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거 결과는  

이번 선거에 가장 관심이 가는 종목은 자치단체장이 당연직 회장으로 돼 있는 익산 펜싱, 군산 조정, 정읍 핸드볼, 무주 바이애슬론, 임실 사격, 부안 요트 등 6개 종목이다.

이들 종목 회장은 지난 해 말까지 임기가 돼 있으니 시도체육회 민간회장 선거가 치러졌던 지난 해 초부터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돼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종목은 민간회장 선거 기간이 도래됨에 따라 첫 민간회장 선임에 대한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대부분 비인기종목이다보니 회장에 나서겠다는 후보가 없어 전전긍긍했다.

펜싱과 조정, 핸드볼, 사격, 요트 등은 어렵사리 회장을 모셨고, 바이애슬론은 10여년전부터 헌신해 온 백성기 부회장이 올랐다.

이들 6개 종목은 다른 종목과 달리 지자체장 당연직 회장 체제에서 민간인 회장 체제로 변화가 되면서 지자체의 행정적 지원 감소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때문에 차기 회장이 얼마나 협회를 지원하고 협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나머지 종목을 민간회장 체제로 선거가 진행됐다.

총65개 정식 종목 중 회장이 교체된 곳은 40개 종목에 달하고 나머지 20개 종목은 현 회장 체제가 유지됐다.

특히 회장이 교체된 종목 중에서도 선거가 치러진 종목은 태권도, 배드민턴, 골프, 야구, 농구, 족구, 당구 종목에 불과했다.

이중 태권도와 배드민턴, 골프와 야구, 농구 종목은 기존 집행부의 높은 벽을 뛰어넘은 채 도전자가 새로운 집행부에 꾸미는 형세가 됐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가장 이변으로 속하는 종목들이다.

그라운드골프와 파크골프도 경선을 치렀으나 이 두 종목은 동점인 가운데 연장자가 당선이 됐다.

하지만 그라운드골프는 선거과정에 문제가 생겨 재선거가 치러질 전망이다.

경기단체 회장이 교체된 곳은 4년 전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된 이후 통합의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생활체육 관계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이 되면서 통합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집행부에 대한 심판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종목들은 경쟁자가 없어 선거를 치르지 못했고, 회장이 변경됐다고 해도 단독출마해 당선된 케이스가 대다수다.

선거를 치르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회장 선거에 참여할 후보자가 없다는 뜻이며, 경기단체 회장이란 직함이 예전보다 매력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도 의미한다.

일부 인기 종목을 제외하곤 대다수 종목들이 이런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경기종목들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 선거과정의 문제점  

선거가 끝난 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종목이 있다.

대표적인 게 태권도다.

태권도는 경기종목 단체 중 가장 먼저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선거 직후 패배한 후보측은 당선자가 결격사유가 있음을 주장했다.

당선자가 과거 28년전에 임원결격사유에 해당되는 범죄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회장 당선자는 당선 직후 해당 협회 선거관리위원회에 ‘범죄사실부존재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확인서를 육안으로 확인만 하면 해결될 수 있는 사항이지만 여기에 걸림돌이 작용했다.

‘범죄사실부존재확인서’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와 관련돼 본인만이 열람 가능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아무리 상대가 범죄사실이 있다고 주장을 해도 본인 이외에는 열람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당사자 및 선거관리위원회는 임원결격사유에 해당되는 범죄가 없다는 입장이며, 의혹을 제시한 측은 이 확인서를 육안으로 확인하자며 맞서고 있다.

결국 법정에서만 확인서를 확인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현재 법적인 문제로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태권도협회는 당분간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법의 다툼을 벌일 예정이다.

그라운드골프협회는 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투표 당시 관리단체로 지정된 익산시그라운드골프 관계자가 선거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자격 논란이 일었다.

특히 투표 결과가 공교롭게 11대11 동수가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전북체육회 스포츠공정위서 이 문제를 놓고 논의를 할 예정이며, 재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북골프협회는 도덕성 문제가 제기됐다.

4년 전 협회가 통합이 될 때 맺은 협약서가 문제가 됐다.

당시 협약서는 통합 초대 회장은 전문체육 인사가, 차기 회장은 생활체육 출신 인사가 하기로 돼 있다.

하지만 전문체육 출신 회장이 이번 선거에 다시 출마를 하게 되면서 약속을 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골프협회는 결국 전문체육 출신 회장과 생활체육 출신 도전자가 선거를 치르게 됐고, 생활체육 출신 후보자가 승리하는 이변을 낳았다.

골프협회 선거와 관련돼 연임 제한 규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북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제4장 18조 임원심의 항목에 따르면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지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외사항이 적용될 수 있다.

공정위의 예외적용 여부 심의절차를 거치면 연임 제한 조항과 무관하게 되는 것이다.

당초 이 예외규정은 회장 후보자를 찾기 어렵거나 회장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단체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이 조항을 이용해 다시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경향이 강해 오히려 독소조항이 됐다는 평이다.

더구나 위원회가 심의하는 심사기준표 역시 너무 허술해 매우 형식적이고 무의미한 절차라는 것이다.

여기에 연임조항에 걸려 더 이상 선거에 나올 수 없는 사람들에게 면죄부 또는 출마 정당성까지 확보해주는 요소로 작용해 시급히 손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심사기준표를 보면 100점 만점에 가산점 15점이 더해져 실제 만점은 115점이 된다.

탈락점수는 60점이지만 서류만 제대로 꾸미면 85점은 누구나 획득할 수 있는 조항들로 구성돼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18개 협회 회장이 연임 제한에 걸리면서 스포츠공정위 예외규정 심사를 신청했고, 이 중 탈락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심의기준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심의기준은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그리고 가산점으로 평가를 하는데 단체 건전성이나 이사회 참석률, 징계범죄사실 여부, 체육발전 비전, 재임기간 공헌도, 윤리성 등을 놓고 평가한다.

가산점은 국제기구 임원경력, 재정기여, 포상여부 등이다.

이들 항목들은 협회 회장 경력이 있으면서 특별한 하자가 없는 경우 대부분 80점 이상은 거뜬하게 나온다고 체육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연임제한에 대해 예외를 두는 조항이기 때문에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심의 항목이 지금보다 훨씬 깐깐해야 한다는 것도 덧붙이고 있다.

특히 타 후보자가 있음에도 연임제한 심의를 신청한 회장들에 대해선 현미경보다 더욱 정밀하게 들여다봐야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전북골프협회 역시 현 회장이 협약서를 외면한 채 선거에 나와 도덕성 문제가 제기됐지만 이에 앞서 연임제한 심의를 변별력 있게 진행했다면 이런 논란 자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인단 구성도 이참에 시정해야 한다.

선관위와 선거인단은 각 협회별로 별도로 구성이 된다.

하지만 기존 집행부가 자신들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구성이 되는 경향이 강해 도전자 입장에서는 이들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른바 ‘깜깜이 선거’가 진행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도전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한 상황으로 볼 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선거에도 많은 후보들이 가장 강한 불만을 표시한 대목이다.



△ 남은 과제는  

대부분 경기종목단체가 통합 2기를 맞는다.

과거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통합에 대해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면 이제는 통합의 취지에 맞게 단체를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또 다시 심판의 날을 맞게 될 수 있게 된다.

아직도 일원화가 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인들이 서로 소통하는 협회를 만들어 상생하는 발판을 굳혀야 한다.

또 경기종목단체 역시 선거를 치르면서 선거에 대한 노하우를 쌓는 기회가 됐다.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기 선거에서는 잡음 발생을 최소화하고 특히 법적 다툼까지 가는 모양세는 지양해야 한다.

체육계 한 인사는 “통합의 취지에 맞게 지난 4년의 경험을 되살려 고칠 것은 고치고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이번 선거도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목소리가 제각각 나왔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양측이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각자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소통과 통합,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임 회장들은 화합을 강조했다.

특히 경선을 치른 종목일수록 화합은 필수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선거를 통한 반목과 갈등이 지속될수록 협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경기단체 회장은 “선거는 승자와 패자가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승자, 패자 할 것 없이 협회 발전을 위한 목표는 같은 만큼 승패를 떠나 서로 손을 잡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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