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 사회에 여러 가지 일들이 터진다.

그 중에서도 작년 10월 아동학대로 사망에 이르게 된 ‘정인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한 극단을 보여주는 일인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지도록 답답한 심정이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데, 16개월 된 아이에게 장간막이 파열되고 췌장이 절단되는 충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니 도대체 사람의 짓이라고는 믿어지지가 않는다. 

지난 토요일 한 방송사의 고발 프로그램에서 정인이 사건을 다루었다.

3주 전에는 정인이 사건의 발단과 내용을 위주로 다루었는데, 이번에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져 주었다.

방송된 내용에 의하면 피해자인 정인 양에 대해서 아동학대 신고가 세 차례나 들어왔다.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들의 첫 신고와 차안에 방치된 상태에서의 주민에 의한 두 번째 신고, 보육교사가 소아과에 데리고 가면서 담당 의사가 경찰관 등을 직접 불러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한 세 번째 신고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세 번째 신고에서마저 담당 의사의 의견은 무시된 채 양모는 평소 다니던 소아과에서 단순 구내염이라는 진단서를 제출함으로써 경찰에 의해 무혐의 처리되었다. 

세 차례나 신고가 들어간 사안에 대해 왜 정인이는 악마같은 양부모에게서 분리되지 못 하고 지속적인 학대를 받아야만 했을까.

이에 대해 경찰의 대응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관할 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건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세 번째 소아과 의사에게서 직접 설명을 듣고 사안의 중대성을 파악한 경찰이 사건을 다른 경찰서에 넘기면서 학대의 명백한 정황은 단순 의심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지난 1월 13일에 1심 첫 재판이 열렸는데 청와대 국민청원 등 여론이 들끓고 있고 사회적 공분이 크며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로 변경하고 중형을 선고하라는 요구도 많다.

단순한 아동 학대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며 사망 당시 아이의 상태와 부검에 의한 사인을 보면 살인죄를 인정하기에도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하였다.

하지만 양부모 측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아동학대치사를 부인하고 있는데 어떻게 살인을 인정하겠습니까”라며 살인 혐의를 부인하였다.

앞으로 법정에서는 어떤 재판이 이어질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동 학대는 왜 매번 반복되는가.

국민의 여론을 의식한 정계에서는 앞 다투어 법을 개정하고 공표를 하였지만 급속으로 내 놓는 바람에 내용을 들여다보면 크게 변경된 부분도 없다고 한다.

경찰서장을 문책하고 아동학대 수사  전담반을 둔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성 희롱 사건에서 우리는 ‘성 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성희롱을 당하는 피해자는 정말 심각한 수치심을 느끼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인지 감수성이 없는 가해자나 주변인은 별일 아닌 듯 변명하고 둔감하게 됨으로써 문제가 발생한다.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에 있어서도 우리는 이에 대한 감수성 없는 시대를 살고 있지 않나 심각한 고민을 해 본다.

바로 내 곁에서, 우리 이웃에게서 심심찮게 발생하는 학대와 폭력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민감하게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가.

학대받는 아이들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하고 부모로부터의 분리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말이다.

남의 일이니까, 가정사니까 신경 쓰지 말자 귀 막고 눈 감으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도 해 본다. 

어떠한 형태의 것이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격언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가.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아동 폭력과 학대에 대한 인지 감수성을 먼저 갖도록 하자.

학대받는 아이가 내 아이라면 강 건너 불 구경은 하지 않을 것이다.

처벌과 방지에 대한 법 개정도 충분한 숙의를 거쳐서 제대로 하자.

재발 방지를 위한 감시와 분리 시스템도 확실히 만들고 정확히 가동시키자.

그것이 고통의 세월 16개월을 살다 간 정인이가, 이 땅에 더 이상의 아동 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에게 남겨 준 과제일 것이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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