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비리에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기로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연일 정치권이 시끄럽다.

감사원의 감사 직전 산업부가 탈원전 관련 파일을 삭제했지만 검찰이 수사 중 삭제된 파일을 복구했고, 이 파일 안에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기로 했다는 문건이 나왔으며, 이 문건이 도보다리 회담 때 북한에 건네준 USB에 들어 있다는 의혹이다.

야당에서는 의혹을 증폭시키며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여당에서는 이미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맞서고 있다. 

야당의 주장을 요약하면 문건은 윗선의 개입 없이는 작성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고,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주겠다고 한 것은 이적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여적죄(與敵罪에) 해당한다고까지 견강부회(牽强附會)하고 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러한 의혹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과연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주장일까? 먼저 국내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기로 하는 게 과연 상식적인가를 생각해보자.

국내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원전의 안전성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은 안전성을 확보하기는커녕 오히려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북한에 원전을 추진하겠다고 했을까? 남한에서 탈원전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의혹에 힘이 실릴 수도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는 상식의 한계를 벗어난다. 

다음으로 문건의 내용은 산업부에서 아이디어 수준으로 생성한 것이란 해명은 상식적이지 않은 것일까? 정부 부처의 담당 공무원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아이디어 차원의 정책적 대안을 작성할 수 있으며 이는 흔히 있는 일이다.

간단히 생각해보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각 부처에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남한 차원의 지원 가능한 방안을 제출하라고 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청와대의 지시가 있을 경우 각 부처에서는 가능한 많은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이러한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 적법성, 효과성 등을 고려해 엄선해 청와대에 보고할 것이다.

부처의 공무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채택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내놓으리라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물론 청와대에서 원전 추진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추진한 경우라면 담당공무원은 파일명에 ‘청와대 중점사항 등’으로 별도 표시를 하여 특별한 관리를 했었겠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적죄나 여적죄라는 주장은 상식을 초월한다.

여적죄는 적국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하는 범죄로 형벌은 사형만 규정되어 있다.

이적죄는 종류가 다양하지만 적국의 군사적 이익제공과 관련된 범죄이다.

각 범죄에 대한 뜻과 요건만 봐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정치적 의혹 제기라는 방증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상식을 벗어난 문제 제기 뒤에는 다른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지지율 제고, 선거승리 또는 내부의 위기 전환 등과 같은 목적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특히 선거가 다가오면 의혹이란 미명 아래 색깔론이나 북풍에 명분을 덧씌우려고 한다.

국민들은 이미 경험을 통해서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라 이제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국민들은 상식적 수준을 기대하고 상시적 수준에서 판단한다.

의혹이 상식선에서 볼 때 납득할 수 있거나 의혹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한다면 의혹에 공감하고 의혹의 해소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의혹을 확대 재생산한다면 국민들은 동조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들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던질 것이다.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주기로 했다는 의혹은 야당의 역할을 넘어 이미 상식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USB 공개를 한다고 해서 내용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며, 정치적 공격 역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정치는 상식을 파괴하고 있다.

정말 상식적인 수준의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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