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성경에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가장 많은 분량의 기록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 다윗왕이다.

성경의 기록을 보면 다윗은 모든 면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로 기록되어있다.

음악, 문학, 용맹성, 정치적 지략뿐만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신앙의 모습 역시 성실하고 충성스러운 모습으로 기록되어있다.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그들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인물이다.

그런데 그에게 큰 범죄가 있었다.

어쩌면 모든 시대에 걸쳐 한 국가의 절대 권력을 가진 왕으로서 크게 문제 되지 않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성경은 그 범죄를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당시 이스라엘의 번성기로 영토 확장을 위해 군사들이 전쟁터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던 때에 다윗왕은 왕궁 아래 목욕하는 한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에 마음을 빼앗겨 그 여인을 취하게 된다.

모세의 율법에 의하면 “누구든지 남의 아내와 간음하는 자 곧 그 이웃의 아내와 간음하는 자는 그 간부와 음부를 반드시 죽일지니라”(레 20:10)라고 되어 있고 율법은 남녀노소 빈부귀천과 관계없이 평등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다윗왕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다윗왕은 자신의 죄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전쟁터에 지휘관으로 싸우고 있던 여인의 남편을 계략을 통해 전사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자신의 잘못을 완전범죄로 만든다.

그런데 다윗왕에게는 신임받는 신하이자 하나님의 선지자로서 왕의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보필하던 나단이 다윗의 범죄를 강하게 지적한다.

“어찌하여 네가 여호와의 말씀을 업신여기고 나 보기에 악을 행하였느뇨 네가 칼로 헷 사람 우리아를 죽이되 암몬 자손의 칼로 죽이고 그 처를 빼앗아 네 처를 삼았도다”(삼하 12:9) 완전범죄로 끝날 수 있었던 범죄가 드러나고 다윗은 스스로 “나단에게 이르되 내가 여호와께 죄를 범하였노라”(삼하 12:13) 자백한다.

나단은 다윗의 신임받는 신하로서 또한 하나님의 선지자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는 진정한 신하다운 신하, 선지자 다운 선지자였다.

이처럼 자신의 신분과 직분에 따른 책임을 다할 때 신분이나 직분다운 아름다움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이 시대가 그러한 ~다움을 상실한 시대가 되어 오히려 소신에 따라 자신이 맡은바 직분에 따른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되어가고 있다.

부모가 부모답지 못하여 자신의 자녀를 사랑하고 올바른 훈육을 통해 양육해야 하는데 폭행과 억압으로 고통에 이르게 하고 필자 역시 목사이지만 교회는 사회 공동체 안에 빛과 소금으로서 모든 일에 모범적 행실을 통해 귀감이 되어야 하는데 도리어 국가의 규율을 지키지 못하여 사회에 실망감을 주는 것으로 인해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인답지 못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 시대에 가장 자신의 행동에 신분에 따른 신분답지 못한 부류가 정치인들이다.

‘나라다운 나라 국민이 주인인 정의로운 나라’를 만든다는 명분이 자신들에 이익이라는 이기적 욕심으로 명분을 퇴색시키고 좌고우면(앞뒤를 재고 망설임)하는 자들이 되고 있다.

과연 이 나라의 정치인들에게서 나단과 같은 기개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당연히 생긴다.

몇 가지 정치인과 관료의 행태를 살펴본다.

지난달 최재형 감사원장의 탈원전 감사에 여권의 인사들이 일제히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감사원은 이름 그대로 행정사무에 대한 감사를 하는 곳으로 정책 타당성을 따지는 것은 감사원 영역 밖”이라면서 “만에 하나 감사원이 자신의 권한을 벗어나 우리 정부 정책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어 최재형 감사원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지금 최원장이 명백히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SNS를 통해 “전광훈, 윤석열, 이제는 최재형에게서 같은 냄새가 난다”면서 “소중하고 신성한 권한을 부여받은 자가 그 권한을 권력으로 휘두른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란 말과 “감사원 감사가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고 생각 않는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비난이 사라졌다.

과연 감사원장의 잘못된 것을 지적한 것인지 대통령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것이었는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4월에 치러질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신공항’이 이슈가 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17일 총리실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가 사실상 백지화로 해석되는 “근본적 검토필요”라는 결론을 내린 지 9일 만에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는 특별법을 발의했다.

규모도 사업비도 모른채 단순히 보궐선거용으로 급조된 특별법이다.

여당과 야당 모두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수준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더욱 황당한 일도 있다.

현재 여당 국회의원들이 탄핵 발의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은 대한민국의 삼부요인으로 사법기관의 수장으로 과연 자질을 가졌는지 의심이 간다.

임 부장판사의 탄핵에 대해 여당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임 부장판사의 지난해 사표 제출과 함께 나눈 대화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면담 도중)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런데 임 부장판사가 지난해 김 대법원장과 면담 당시 나눈 대화녹음 파일을 공개하면서 김 대법원장은 전날 입장과는 달리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한 (사실과) 다른 답변”이라며 사과했다.

대화녹음에 사법기관의 총수로서 입법기관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 삼권분립이란 말을 퇴색시키고 있다.

마치 사법기관은 입법기관의 하위 기관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좀 더 자신이 가진 신분에 걸맞은 책임 있는 모습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모습을 가질 수는 없는지, 서두에 기록한 나단과 같은 잘못된 일에 대해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주남부교회 강태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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