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의 국민적 공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아동 학대·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속에 맞은 이번 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며 예년에 비해 큰 사건·사고 없이 비교적 평온하게 지나갔다는 평이 많다.

5대 범죄와 교통사고도 지난해 설 명절기간 보다 30% 가까이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동 학대만큼은 예외였던 듯싶다.

설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9일 익산에서는 20대 부모가 분유를 토한다는 이유로 생후 2주밖에 안 된 젖먹이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했고, 구미에서는 2살배기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엄마가 구속됐다.

익산의 20대 부모는 당시 아이 얼굴 여러 곳에서 멍 자국이 발견되며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하다 경찰의 추궁이 이어지자 “아이가 자주 울고 분유를 통해 때렸다”고 털어놨다.

다만 사망에 이를 정도의 폭행은 아니었다 진술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1차 소견상 사인은 외상성 두부 손상에 의한 뇌출혈로 밝혀졌다.

이들 부부는 앞서 숨진 아기의 한 살배기 누나도 때려 경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다시 아동학대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지난 10일에는 구미 한 빌라에서 3살 된 여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빌라 아래층에 사는 딸의 부모는 “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

집을 비워 달라”는 집주인 요청에 딸집을 찾았다가 부패가 진행 중인 외손녀 시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재혼한 딸은 전 남편의 아이라 보기 싫어 아이를 빌라에 방치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를 두고 떠난 뒤 같은 마을에 살며 양육수당만큼은 꼬박꼬박 챙겨왔다고 한다.

익산 사건의 경우 젖먹이 아이가 숨지기 전 이미 한 살배기 누나를 학대했던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당시 이 1살 여아 학대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와 이에 따른 후속조치만 제대로 이루어졌어도 이번 젖먹이 아이의 주검을 묵도하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여러 아동학대 대응 방식을 쏟아냈다.

사후 점검을 정례화하고 반복 신고 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

그러나 늘 그렇듯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아쉽기만 하다.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부모들에게 ‘훈육’이라는 이유로 학대당하고, 또 죽음에 이르러야하는지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

강화된 아동학대 관련 대책들이 학대 현장에서 실질적 대책으로 그 힘을 발휘해 다시는 이런 일들이 언론지면에 거론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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