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고찰’ 정읍 내장사가 방화로 전소됐다.

건립 이래 네 차례나 화마 피해를 보는 수난을 당한 것이다.

화재 원인은 사찰 구성원 간 내부 갈등에 따른 한 승려의 방화로 드러나 도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정읍 내장사 대웅전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소방당국은 신고 18분 만에 현장에 출동했으나 대웅전은 이미 큰 불길에 휩싸여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고 한다.

85명의 인력과 탱크차, 펌프차 등 차량 21대를 동원해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처마를 올라타고 지붕으로 옮겨간 불은 주변을 빨간빛으로 밝히며 무서운 기세로 ‘천년역사’를 태웠다.

이번 화재로 대웅전 한신 목구조 건물 전체가 불에 사라졌다.

이는 지난 2012년 전기 요인에 의해 불이 난 지 9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불을 낸 승려는 화재 당일 경찰에 직접 전화해 본인이 불을 질렀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이 승려는 체포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한다.

조사 결과 이 승려는 최근 절에 온 뒤로 사찰 관계자들과 갈등을 빚다가 다툼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밝힌 이 승려는 3개월 전 내장사 수도승으로 들어와 생활한 인물이라고 하며 만취상태는 아니었다고 한다.

내장사는 636년 창건 이래 4번째 화재피해를 본 고찰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앞서 내장사 대웅전은 지난 2012년 10월 31일에도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에 소실된 바 있다.

이에 정읍시는 25억여 원을 들여 2015년 대웅전 건물을 새로 지었다.

그런데 건축이 채 6년도 지나기 전에 또 다시 화마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내장사는 조선 중기 정유재란 당시 전소된 적이 있고 한국전쟁 초기인 1951년 1월 암자가 불에 타는 불운을 겪은 바 있다.

내장사는 백제 무왕 37년인 636년 영은조사가 백제인의 신앙적 원찰로서 50여 동의 전각을 세우고 영은사로 창건했다.

조선명종 12년인 1557년 희묵 대사가 영은사 자리에 법당과 당우를 새로 건립해 중창하고, 산 안에 무궁무진한 보물이 숨어 있다고 해 절 이름을 내장사로 칭했다.

홧김 방화로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재건 건물이 전소된 것이다.

돈은 둘째치고라도 조상들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잿더미로 만들며 그 숭고한 정신에 불명예를 안겼다는 점이다.

하물며 일반인도 아닌 속세를 떠나 불가에 입적한 승려가 할 짓이라고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문화재 소실의 책임을 물어 엄중한 법의 심판이 이어져야 할 것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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