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하 최승범 '짧은 시, 짧은 여운'

풍물-토속음식 등 친숙한 모티브로
단시 속 풍류적 혜학-인생 해탈 담겨

생활의 풍류에서 예술적 향취를 느끼게 하는 시조시인 고하 최승범의 신작 ‘짧은 시, 짧은 여운’(인간과문학사)이 출간됐다.

그동안 고하 최승범은 다음과 같은 평을 받아왔다.

우선 선비 의식을 풍류와 토속적인 모티브를 통해 문학적 향취를 느끼게 했으며, 시조적 풍류정신의 맥락에서 자적정신을 독자들에게 전언하고 있는 점, 수필적 대상에 대한 사물에 대한 인식을 감성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생활의 풍류에서 예술적 향취를 느끼게 하는 선비의식으로 시를 쓰는 시조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시집 역시 짙은 향토색을 바탕으로 한 풍물 이야기에서부터 토속적인 음식과 술에 이르기까지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가장 친숙했던 모티브를 독특한 관조와 사무사의 미학으로 원로시인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또 반세기 동안 오직 한길로만 시조의 묵정밭을 씨 뿌리고 가꾸면서 시조정신의 계발과 높은 독창성으로 시조 현대화에 크게 기여한 점, 최근 난삽으로 시조 본래의 모습을 흐트러뜨리는 시인들에게 시조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언어의 절제를 통해 준엄한 교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시집 역시 언어의 절제를 통한 ‘짧은 시’임에 비해 느껴지는 여운은 결코 ‘짧은 여운’이라 하기엔 묵과할 수 없는 무거움조차 다가오고 있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은 이른 바 ‘풍미시’, ‘먹거리시’의 전형적인 단시를 특징으로 한다.

이미 산문집 ‘풍미산책’, ‘풍미기행’ 등 음식 관련 산문집을 낸 바, 여행길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 뿐 아니라 고향과 주 거주지에서 가까이 맛볼 수 있는 음식을 모티브로 한 시들이 주목되고 있다.

시집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운동준칙 5조’ 5편이 눈에 띤다.

눈운동, 목운동, 팔운동, 종아리운동, 허리운동 등의 부제목이 달려 있는 이 시들은 이제 아흔을 바라보고 있는 노시인만의 운동법 뿐 아니라 백년 가깝게 세상을 살아왔던 자신만의 노하우가 숨겨져 있다.

여기에 풍류시인으로서 풍류적 혜학과 원로시인으로서 인생에 대한 해탈까지도 엿볼 수 있다.

유한근 문학평론가는 “고하 시의 표현구조는 풍자기법으로서 알레고리 시의 한 지평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며 “이런 점들이 그의 짧은 시에서 긴 여운을 느끼게 되는 소이이다”고 평했다.

시인은 “생각도, 느낌도, 모든 게 메말라졌다. 치렁거린 멋이 있어야 하는데 오므라들고 폭이 좁아지고 옹졸해졌다”며 “나이 아흔을 헤아려본다. 어느덧 나이 탓인가. 그렇다고 조급할 일이야 없지 않은가. 쉬엄쉬엄 갈 일이다”고 밝혔다.

1931년 남원 출신인 고하 최승범은 195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후조의 노래’, ‘설청’, ‘호접부’, ‘천지에서’ 등 다수가 있으며, 정운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김현승문학상, 만해문예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전북대 명예교수, 고하문학관 관장으로 창작의 열정을 놓지 않고 있는 원로시인이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