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집안에만 있으니 답답하다.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은 그나마 밖에서 여유가 있지만, 아파트는 정말 숨통이 막힐 지경이다.

발코니라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소통이 없는 도시를 만드는 주범인 ‘발코니 확장법’을 말해보자.

어떤 삭막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멋진 도시경관을 만들 수 있었다.

홍콩이나 베니스에 가 보면 필자를 미소 짓게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건물의 입면에 널려 있는 빨래이다.

빨래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당연하게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예전에 주병진씨가 경영하던 보디가드라는 속옷 브랜드의 광고 문구 중 하나를 대충 기억해 본다면, “얘야, 속옷 빨래 널린 것을 보니 뼈대 있는 집안 이구나”라는 것이었다.

이 광고 문구는 빨래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 주고 있다.

하나의 훌륭한 도시가 만들어지기 위해 건축물도 중요하고 자연환경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도시를 훌륭하게 완성하는 것은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이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을 담아낼 수 있어야 성공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삶은 도시 환경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이런 면에서 홍콩의 도시 속에 널린 빨래를 쳐다보자.

그 건축물은 빈민촌에 가까운 풍경이지만, 빨래가 도시에 컬러를 입히고 생동감 넘치게 해 준다.

반면 우리나라의 아파트 단지들은 모두가 오피스 건물처럼 유리창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그 안에 사람이 사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80년대에 강남의 아파트를 보았을 때는 발코니가 그 집 안의 삶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집집마다 발코니 난간에 이불을 걸기도 하고, 발코니에 놓인 건조대에서 빨래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들어서 한두 채씩 발코니에 알루미늄 샤시를 하면서 발코니가 사라졌고, 언제부터인가 발코니를 확장해서 집을 넓힐 수 있게 법적으로 허용하면서 우리의 도시에서 발코니는 없어지고 모두 창문만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우리의 아파트가 삭막하긴 하지만, 그나마 발코니가 사적인 외부 공간으로서 약간의 개인 마당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런 발코니마저 창틀을 통해서 내부 공간화시키고, 발코니 확장으로 방을 만들어 버리면서 우리의 도시 풍경은 사람들의 삶이 보이지 않는 삭막한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된 것이다.

몇 년 전 다행스럽게 이런 문제점을 알고 어느 도시 에서 새롭게 들어서는 건물의 입면에 일정 비율을 발코니로 남겨 놓게 하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효성이 없어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대부분의 건축가들은 이런 법이 있기를 바랄 것이다.

경제성과 상업성만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용적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현재의 방식이 정답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도시의 풍경은 너무나도 삭막한 공간이 된다.

우리의 도시가 살 만한 거리로 채워지기 위해서는 건축물에 사람 냄새가 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유리창 대신에 발코니가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보다 더 좋은 방식은 우리나라 도시의 특징인 경사지와 구릉지를 이용해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테라스를 만드는 것일 것이다.

최근 들어서 몇몇 아파트 브랜드들이 테라스식 집합 주거를 광고하는 것을 보았다.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마당과 골목을 빼앗긴 우리 자녀들에게 테라스라도 선물해 주고 싶다.

/주)라인 종합 건축사 사무소 김남중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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