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치권력과 이념의 관계··· 그 이중적 의미

10년간 걸쳐 쓴 사상사 10년간 번역
유학, 한나라때 통치이념-세력 대두

중국의 석학, 푸단대학의 거자오광(葛兆光) 교수가 10년에 걸쳐 썼던 중국 사상사를 일빛출판사에서 10년에 걸쳐 번역하여 2015년 '올해의 책'에 선정된 책입니다.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권은 총 934쪽, 2권은 1004쪽으로 엄청난 두께의 책입니다.

좋은 책이지만 출판사에 경제적인 도움되었다는 소리는 당연히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그저 큰 손해를 무릎쓴 사장님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지금의 중국이 꼴사납고 보기 싫지만 사상사는 예나 지금이나 지독한 매력이 있습니다.

하도 방대한 내용이라 1권과 2권으로 나누어 올리려 합니다.

서문부터 매우 길어서 지치고 기가 죽습니다만, 조금만 참으면 상고시대가 나옵니다.

축구국대의 공식 응원단인 붉은악마가 치우천왕을 심벌로 하죠.

그런데 요순 이전의 黃帝가 치우로 인해 곤란을 겪다 치우를 생포하자, 두개골은 잘라서 술잔으로 삼고 방광은 축구공으로 만들고 가죽은 벗겨 북으로 만들었다는, 우리 입장에선 썩 좋은 기분이 될 수 없는 내용부터 시작합니다.

애초 하늘로부터 권력이 주어졌다고 생각했고, 한자 示는 하늘에서 신령스러운 기운이 내려와 보인다는 뜻입니다.

示字가 부수로 쓰이는 神 등등이 모두 귀신이나 제사와 관련이 있음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당시부터 제사를 전담하던 儒들이 공자 이후 禮를 표방하며 명맥을 잇다가 諸子百家를 누르고, 주로 맹자의 후예들의 학통이 한나라부터 통치 이념으로 대두되는 부분이 750쪽에 나옵니다.

<사상의 통일, 이른바 일통은 지식을 배경으로 문화적 통합이 대체적으로 완성되었으며, 이론을 밝히는 경전의 근거가 정리되었고, 사상 체계의 맥락과 틀거리가 대체적으로 확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상, 학술과 정치 이데올로기 간에 협조, 즉 전통적인 방식으로 말하자면 道通, 學通과 正通이 합류하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합류로 인해 사상의 총체는 담론의 권력을 지니게 되었지만 사상 자체는 담론의 권력을 잃고 말았다.

또한 합류로 인해 사상은 정치 권력이 되었지만 사상가는 정치권력에 의존하게 되었다.

권력은 개인과 집단, 그리고 조직이 각종 수단을 통해 다른 이들을 복종시킬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는 것을 뜻한다.

각종 수단에는 폭력, 강제, 설득, 그리고 원래부터 전승되어 온 권위와 법통을 포괄하고 있다.

사상은 정치 이데올로기가 되었을 때만 비로소 진정으로 절대적인 권력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사상이 권력을 지니게 되면 그것 자체로 이데올로기가 된다.

이데올로기는 끊임없이 사상을 와해시키고 쇠약하게 만든다.

그것은 더 이상 개인의 사상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성과 초월성을 잃게 된다.>   

<또 다른 특징은 사상의 일치이다.

권력을 통해 사상이 이데올로기가 되면 사상을 질식시키고 끝내 해체시켜 버린다.

일련의 텍스트가 전통과 권력의 지지를 받아 경전이 되어 표준화된 해석 사상을 지니게 되고, 그리하여 그 사상이 완전한 형태와 체계를 갖춘 틀을 갖추게 되면 이미 준비된 답변이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경전의 해석 범위에 속해 의외의 변화나 의외의 현상은 전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그리하여 우주, 사회, 인간이 일련의 부호로 고정된 사상 속에서 움직이게 된다.

바로 이때 일종의 사상에 대한 경멸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고유한 사상이 신분이 확실하고 가치가 분명한 수단으로 변하게 될 때 사람들은 더욱 새로운 사상 세계를 넘볼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낡은 사상체계에 대해 감히 회의할 수 없게 된다.>  

이상이 통치 권력과 이념의 관계에 대한 葛교수의 견해인데 儒學에서 공산주의로 바꾸어도 놀랍게도 전혀 개념이 바뀌지 않아 이중적 의미라 생각합니다.

학자들은 교조적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죠.

제 생각으로는 1권의 핵심은 이처럼 儒學이 한나라 때부터 통치 이념과 통치 세력으로 대두되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제자백가 등등에 대한 모든 고찰도 매우 탁월하고 세밀한 정리를 하였습니다.

봉건 사회의 수직적 문화에서 통치 세력의 이념이 되는 것은 향후 거의 모든 권력 집단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이지만, 주류가 되어버리면 보이게 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폐해를 정리한 글입니다.


- 다음주에 이어서

/박정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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