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ktx를 타고 지역을 다녀왔다.

택시를 탔다.

조용히 생각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 행선지만 말하고 그냥 눈을 감았다.

그런데 기사 분이 혼자서 말한다.

“여기 전라북도는요, 한 쪽만 찍어가지고 발전이 안 돼요.”

선거 이야기를 하시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런가요?” 하고 답한 뒤 또 눈을 감았다.

기사 아저씨의 말은 일리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인구 수가 적은 전북이 똘똘 뭉쳐야 발전한다고 말하고, 또 어떤 이들은 정치세력을 다양하게 지지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전북의 정치 현실을 보면 특정정당 위주다.

비단 전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지역정치는 유명하다.

영남은 A당, 호남은 B당 그리고 과거 충청은 C당이었던 때도 있었다.

우리 정치사에서 당 지지를 골고루 분산해 최대 효과를 거둔 지역은 충청으로 꼽힌다.

충청은 어느 시대건 주요 선거의 캐스팅보트였다.

그런 연유로 국가 균형 발전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문제는 전북이다.

전북을 포함한 호남이 보수정당을 지지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 문제에서 시작한다.

보수정당도 찍고 진보정당도 찍는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우리 역사의 질곡을 볼 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라도’ 다양한 정당이 참여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구도에서 만들어진 게 바로 제3지대다.

진보, 보수 등 사상 이념이 한 쪽에 중점을 둔 정당보다 ‘중도’와 실용주의를 중심으로 양 쪽을 다 포함시키자는 게 중도표방 제3지대다.

호남이나 영남에서 지역주의를 비판하는 이들은 제3지대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제3지대가 선거에서 자리를 잡으면 제3정당이 되고, 국정 운영 과정에서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다.

전북은 지난 2016년의 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제3지대 기치를 내걸었던 국민의당을 호남의 주력 정치권으로 지지했다.

제3지대로 출발한 제3정당은 성공의 최대 호기를 잡았지만 안철수-유승민 연대 시나리오로 인해 사실상 힘을 잃게 됐다.

당시 국민의당내 안철수 그룹은 일반적인 호남 정서와는 다른 선택을 했고 결국 당은 갈라졌다.

제3정당은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정당이자 지역주의 정당으로 위상이 좁혀지면서 결과적으로 제3지대 실험은 실패로 마무리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3지대론이 또다시 부상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안철수 신드롬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비정치인 출신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3지대의 주인공이다.

윤석열 신드롬은 현재 거론되는 여야의 자천타천 후보군이 아닌 새로운 인물을 찾는 상당수 국민 심리와 부합하는 모양새다.

윤 전 총장이 정치에 정식으로 뛰어들지 않았음에도, 윤석열 신드롬이 부는 데 대해 여야 정치권은 심각히 이면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내년 대선에서 전북의 제3지대론은 어떻게 전개될까?

전북은 정세균 국무총리라는 지역 출신 유력 정치인을 보유하고 있다.

정 총리가 오는 9월 예정된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 경선에서 어떤 성적표를 얻느냐가 관건이다.

전북 출신의 정 총리가 여권의 유력 주자로 나선다면 제3지대론은 ‘당연히’ 무위에 그칠 것이다.

반대로 SK가 여권의 후보 경쟁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적잖은’ 전북 표심이 새로운 길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역대 충청권이 주요 선거에서 최대 효과를 거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윤석열 신드롬이 계속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서다.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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