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청전의 재해석과 '명창 임방울'

영화 기생충 등 대중적 드라마-소설
심봉사 시련뒤 회심하는 상황 차용

'봉준호감독'이 <칸느 황금종려상>을 받고난 후 개봉된 <기생충>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 지 모릅니다.

지독히 한국적인 것을 능청스럽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먹혀들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재미있게 재해석한 봉감독의 능력이 대단하기도 하고요.

<기생충>이 참고한 텍스트는 <심청전>으로 보입니다.

등장인물 중에 '심청', 심청을 선단에 넘기는 '화주승', '심청 어머니 곽씨 부인', '용왕', '장승상댁 부인', '임금'을 뺀 나머지가 주인공입니다.

바로 '심학규'과 '뺑덕어멈'의 캐릭터를 차용헀습니다.

주인공은 역시 밉지만은 않은 '뺑덕어멈'이죠.

'송강호'의 가족은 개그적 악녀 '뺑덕어멈'의 언동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여겨집니다.

자식들이 보는데도 마누라의 엉덩이를 주무르는 '송강호'는 '심봉사 심학규'의 음란함을 빌렸습니다.

서민이 꼭 착한 사람은 아니라는 장치였죠.

있는 대로 사기를 치다가 홍수를 만나 자하문 터널로 내려가 반지하집이 물에 잠기는 장면은, 온갖 음란함에 정신이 다 팔렸다가 '뺑덕어멈'이 달아난 뒤에야 천하효녀 '심청'을 생각하는 칠푼이 '심봉사'가 물에 빠져 고생하다가 회심을 하는 상황을 차용했습니다.

여태 사기꾼이었던 일가족의 살인 행각에 면죄부를 주려면 고난을 겪어야 하는 장치를 능청스럽게 본뜬 것으로 보입니다.

원광대 국문과출신이고 출신학교의 교수였던 작고한 '천이두교수'는 한국에서 판소리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였습니다.

그의 저술인 <한의 구조 연구의 주된 텍스트는 <심청가>입니다.

'심청'의 희생이 부각되어서 그렇지, <심청전>의 실제 주인공은 <심봉사 심학규>입니다.

거의 人神이랄까, '예수님'의 희생과 맞먹는 代贖羊적 희생을 보이는 효녀 '심청'은 애초에 자아가 있는 사람이 본받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눈 멀어서 한치 앞도 못 보는 무지렁이, '뺑덕어멈'이 제공하는 섹스에 허우적거리는 평범한(?) 사내가 그 욕동으로 시련을 겪고 회심을 하여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구조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하였습니다.

대개 대중적인 소설이나 드라마가 모두 본뜨는 이 구조를 <심청전>으로 설득력있게 저술하였습니다.

아무리 플롯이 비슷해도 누가 시나리오를 쓰고, 누가 연출하느냐가 중요하지만요.

<명창 임방울>은 현재는 한길사에서 나와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토끼같은 얼굴의 자그마한 키의 '임방울'이 계면조의, 아리아랄까 판소리의 눈이랄까, <쑥대머리>로 공전의 히트를 쳐 범국민적 스타가 되고, 이후 갑작스러운 국악의 처참한 몰락을 맞이하는 과정까지를 마치 소설처럼 그렸습니다.

亡國의 恨을 표현하는 데 그의 아리아는 더 없이 적절하였겠죠.

놀라운 것은 광복이 되고서는 급격히 국악의 인기가 사그러지는 역설이 벌어지는데요.

비록 남북으로 갈라지고 내전까지 벌어졌을 망정 광복은 또 다른 恨의 해소가 되었고, 더 이상 계면조의 곡조는 대중의 인기를 얻지 못하지 않나 여겨집니다.

아뭏든 지방자치제 시행 후엔 기념관이 생겼지만,이 책이 발행되었을 당시 애용하던 북이 그가 태어난 장성군청 담당자 캐비닛 위에 보관되어 있다는 대목에서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국악의 몰락은 아직도 끝을 모르고 진행 중이니 '임방울'이라는 명창이 있었다는 책을 소개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어서 굳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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