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몇 번 언급했던 것처럼, 근래 전북정치사에 있어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지난 2010년 10월3일 인천에서 열렸던 민주당 전당대회였다. 이날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등 3인의 각축전 결과였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북에선 정동영-정세균의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정-정이 추진하는 정치 목표나 각자가 추구하는 정치지향점에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우선은 전북이 ‘당권’을 잡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한 명은 당권을 잡고 다른 한 명은 2012년 대선을 준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정의 단일화는 실패했고 최종 결과는 손학규 당선이었다. 득표율은 손학규 21.37%, 정동영 19.35%, 정세균 18.41%였다. 정-정의 표를 합하면 37.76%다. 압도적 수치다. 물론 정-정이 단일화했더라도 이탈 표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정 대세론으로 인해 표가 훨씬 더 많이 모아졌을 수도 있다. 

2010년 10월 전당대회가 두고두고 아쉬운 건, 정-정이 단일화했다면 전북이 중앙 정치권의 핵심을 그대로 이어가고 역량있는 신진들을 더 많이 키울 수 있었다는 데 있다. 하지만 당의 주도권은 손학규 대표가 잡았고 전북은 길고 긴 세월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 

2010년 10월 전당대회 이후 10년이 지났다.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오는 9월이면 더불어민주당의 2022 대선후보가 정해진다. 현재로선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유력 경쟁군으로 예상된다. 

이 중에서 호남 출신은 전남의 이낙연, 전북의 정세균 등 2명이다. 두 정치인은 전현직 국무총리, 다선 국회의원, 과거 DJ의 전폭 지원 등 겹치는 부분이 많다. 또 이낙연 전 대표의 현 지역구인 서울 종로는 정세균 총리의 지역구였다. SK 조직은 지난 총선에서 종로 선거에 총력을 다했고 이낙연 의원의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 같이 이 전 대표와 정 총리는 “떼어놓으려 해도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다. 

오는 9월 예정돼 있는 여권의 대선 후보 선출은 호남으로선 DJ 이후 가장 호기다. 아직은 이재명 지사에 비해 지지율이 크게 낮은 수준이지만 이낙연, 정세균 두 전현직 총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폭발적 지지세를 보일 수도 있다. 

내년 대선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비단 호남을 떠나서라도 정치이념적으로 ‘진보+중도’의 미래가 달려있다. 두 인사가 끝까지 경선으로 간다면 2010년 전북 정치사의 회한이, 오는 9월 호남 정치의 한으로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 총리는 금명간 총리직에서 내려 가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에 들어갈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 총리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오는 셈이다. 이 전 대표는 막걸리 전도사다. 과거 초재선 국회의원 시절, 중앙당 기자들과 수차례 막걸리 모임을 갖고 소통을 얘기했던, 진솔한 정치인이다. 

이 전 대표가 정 총리에게 막걸리 한 잔을 사도 좋고, 정 총리가 와인을 한 잔 사도 좋을 것이다. 솔직하게 흉금을 털어놓고 서로의 인생사를 얘기하면 어떨까? 그리고 그 다음 회동에서 호남의 미래를 위해 두 인사가 단일화를 심도있게 논의하며 어떨지. 

호남은 지금까지 민주화의 성지, 중심지로 불려왔다. 후세가 평가하겠지만 보수와 진보의 우리 정치사에서 호남은 진보의 중추를 이뤄왔다. 호남은 전략적으로 표심을 움직여왔다. ‘될 가능성’이 높은 이를 집중적으로 지지했다. 호남 발전과 호남 미래. 두 인사의 깊이 있는 고민과 어느 한 쪽의 용단이 필요하지 않은가.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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