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박종은 시집 '굄돌 몇 찾아 괴는 지혜' 현실의 반려자 애틋함 드러내

박종은의 열 번째 시집 ‘오래된 미래’가 발간됐다.

시인은 서두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키 큰 나무와 키 작은 나무, 통통한 나무와 빼빼한 나무, 넓은 나무와 가는 잎 나무, 꽃이 화려한 나무와 보잘 것 없는 나무, 겨울에 잎이 지는 나무와 지지 않는 나무.

나무들은 각양각색으로 생김새나 특성이 다른데 그 다름이 저마다의 자랑이란 듯 의연하게 새나 곤총의 둥지가 되고 노래가 되어 숲을 이룬다’ 김영범 문학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박종은의 시세계를 논하고 있다.

박종은은 이번 시집에서 현실의 반려자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내고 있다.

‘내자’나 ‘부부’, ‘인생정상분포곡선’ 등의 시에서 노부부가 나누는 무덤덤한 안부와 적적한 동행은 아름답고 쓸쓸하여 우릿하다.

그래서 그의 시적 여정은 사람과 세상을 삶의 반려로서 다시 만나는 여행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가 ‘시인의 말’에서 자신의 시가 시의 숲에 심는 한 그루의 시의 나무이길 바란다고 했던 의도는 스스로 한 권의 책과 같이 세상의 반려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친 것으로 할 수 있다.

표제작 ‘오래된 미래’는 처음부터 필멸의 존재로 태어난 인간 일반의 처지를 가리킨다.

호지의 생태윤리와 달리 박종은 시의 윤리는 과거의 정신적 풍요가 아닌 공수래공수거라는 생의 본진에 관한 통찰과 연결된다.

호지가 목격했던 공존의 과거가 자본주의의 세계화 이전이라면 활태가 알려준 것처럼 박종은 시의 주체는 그것을 살아내고 그것을 최우로 기억하면서도 이후의 세계를 응시한다.

인간의 음악을 떠올리면서.

김영범 문학평론가는 “몸을 낮추고 한가히 그리고 유유히 함께 어울리며 서로를 모시는 것이 반려의 올바른 역할이자 반려가 되는 참된 방법일터다”며 “박종은의 시는 다음 세대가 우리들의 미래를 이어받지 않고 세계의 진실한 반려로 서로를 향해 다시 서기를 염원한다”고 밝혔다.

시인은 “이 나무는 이래서 좋고 저 나무는 저래서 좋듯 색다름이 판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며 “나를 틔운 시 나무 한 그루를 또 심는다. 함께 끼여 시의 숲을 이루라고. 열 번째의 설렘으로 오래된 미래를 심는다”고 말했다.

전북 고창 출신으로 고창교육청 교육장을 역임했다.

한국문인협회 고창군지부장 2대, 3대 역임,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고창예총 회장, 시맥 회장 등을 지냈다.

시집으로는 ‘세월 위에 띄우는 빈 배’, ‘운문으로 일어서는 작은 전설’, ‘미래가 보이는 거울’, ‘애들아 날개를 달자’, ‘바람처럼 구름처럼’ 등이 있다.

산문집 ‘교육은 미래요 희망이며 우선이다’, 시론집 ‘한국시문학의 이해와 창작’ 등을 펴냈다.

황조근정훈장, 대통령표창, 모범공무원증, 고창군민의장, 영랑문학상, 전북문학상, 한국공간시인협회상, 고창문학상, 대한문학상, 바다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주간 해피데이에 ‘시를 보는 세상’을 현재 290회 연재 중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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