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재자의 "나만 옳음"을 포장하는 단어 '혁명'

네차예프의 권력 쟁취 기술

'도스토예프스키'의 5대 장편 중에서 그가 인류에게 던진 영원한 질문을 따져 보자면 명작의 서열이 순서대로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죄와 벌>, <악령>의 수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백치>와 <미성년>은 세 작품에 미치지 않습니다.

만약 저자가 '도스토예프스키'가 아니었다면 스토리만으로는 <백치>는 상당히 막장드라마의 기운이 농후합니다만 대문호는 그 마저도 명작으로 탈바꿈 시키긴 했습니다.

이번에는 그 중에서 세번째 명작 <악령>을 먼저 살펴 보겠습니다.

<악령>의 등장인물로는 '니콜라이 스타보르긴'이라는 19세기 러시아 지식인을 관통한 사상인 허무주의, 즉 니힐리즘 또는 혁명의 은유로 보이는 주인공을 먼저 보아야 하고 무신론을 상징하는 의지적 자살을 하는 '알렉세이 키릴로프'가 양대 상징적 주인공입니다.

서유럽식 자유주의를 상징하는 '스테판 베르호벤스키'와 그의 아들이자 '세르게이 네차예프'를 모티브로 창조된 '표트르베르호벤스키'가 있는데 소설의 흐름은 '표트르 베르호벤스키'의 행적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먼저 언급한 세 인물에 대해서도 고찰할 내용이 많지만 오늘의 주인공 '표트르 베르호벤스키'의 모티브가 된 '세르게이 네차예프'에 대해 오늘은 살피려 합니다.

소설 속 '표트르 베르호벤스키'는 아름다운 외모와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가지고 태어난 '니콜라이 스타보르긴'에 대한, 즉 니힐리즘 또는 혁명에 대한 열렬한 추종자들의 우두머리로 군림합니다.

조직 내에서 그와 반목하는, 따뜻한 마음씨와 성실함을 보이는 '이반 샤토프'와 반목하자 죄를 뒤집어 씌우고 동지들과 함께 살해합니다. 

'세르게이 네차예프'는 우리로 따지면 서울대학교인 성페테르스부르크 대학교의 학생은 아니었고, 단지 청강생의 신분으로 급진 사상과 학생운동에 뛰어듭니다.

그는 혁명을 준비하며 남다른 권모술수를 부려 조직 내 명성이 올라 갑니다.

탄압이 심해지자 스위스로 도피하고 당시 스위스에 망명해 있던 아나키즘의 화신 '바쿠닌' 같은 명망이 높은 혁명가에게 인정을 받으려 자신을 투사로 포장하고 '바쿠닌' 등을 매료시킵니다.

그런 후광을 입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옵니다.

모스크바에서 조직을 결성하는데 냉혹한 논리의 [혁명가의 교리문답]을 만들어 이를 조직원들에 주입합니다.

이때 조직원 중에 '이반 이바노프'가 방법론에 의문을 제기고 탈퇴하려던 것 뿐인데 '이반 이바노프'를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살해합니다.

그러나 살인이 발각되고 혁명운동의 도덕성을 무너뜨리는 상황이 되자 다시 스위스로 도망합니다만, 스위스 혁명가 그룹에서도 외면 받고 2년여를 전전하다가 체포되어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 갇힌지 8년만에 겨우 35세로 병사합니다.

그가 만든 26개조의 [혁명가의 교리문답]이 얼마나 냉혹, 비정한가는 내용은 검색하시면 아실 수 있으니 생략합니다.

좌파파시즘과 우파파시즘은 색깔 빼고는 모두 닮아 있습니다.

유교, 특히 성리학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나만 옳다는 것이죠.

결국 혁명이라는 허울 아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직적 줄세우기를 하며 혁명적 신념도 아닌 자신의 생각에 반대하는 모든 동지이자 정적을 말살합니다.

'네차예프'와 같은 부류들이 원하는 것은 권력이지 혁명가의 자비가 아닌데요.

서글픈 것은 그와 같은 성향의 인물들이 성공한 혁명의 리더가 되어 나라를 폭망시키는 경우가 더 많죠.

'도스토예프스키'는 시베리아 유형 당시 만나본 여러 인간 유형에서 이미 '네차예프'와 같은 기질의 사람을 많이 만났기에 그들이 관찰되어 <죽음의 집의 기록>에 일부 적혀 있습니다.

어쩌면 그의 나라에서 후대에 출현할 '스탈린'이나 중국의 '마오쩌뚱'을 미리 예고한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싸이코패스 타입의 인물이 끊이지 않고 태어나 인류를 괴롭히는 걸까요.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무가비', 우간다의 '이디 아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등의 독재자들도 역시 같은 타입으로 보이는데요.

그들의 닮은 꼴의 권력 쟁취 기술이 동형반복으로 벌어지는데 미리 감별하여 솎을 수 있는 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미얀마 사태를 보며 군부 지도자의 권력욕이 너무 닮아 있어 올렸습니다.

/박정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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