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은 예방이 최선이고 일단 불이 나면 신속한 진화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함은 모두 다 알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산불은 수시로 발생하고 있고 점점 더 대형화되고 있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젠 산불에 대해서 좀 더 알아야 할 때이다.

조선왕조실록(성종 23년)에 의하면 우부승지 조위가 아뢰기를, “이른 봄에는 바람이 어지럽게 불고 풀잎이 말라 있으므로, 산불이 번지기가 매우 쉽습니다. 산에 초목이 없으면 물줄기의 근원이 마르게 되므로, 농사에 해가 있습니다. 하물며 초목이 생장할 시기에 수령들이 산림에다 불을 질러 놓고 사냥을 하며, 백성들도 화전을 일구어 경작합니다. 그래서 재목까지도 바닥나게 생겼으니,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청컨대 법을 만들어 금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알겠노라. 바야흐로 초목이 생장하는 봄철에 불태워 죽이는 것은 천심에도 위배되는 것이니, 하서하여 엄하게 금하도록 하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일제 강점기는 증기 기관차에 의한 산불도 있었고, 6.25 전쟁으로 산림이 급격히 황폐해졌으며 전쟁 후에는 부족한 식량을 생산하기 위하여 화전으로 산불이 이용되기도 하였다.

그 후 우리나라의 산림은 제1, 2차 치산녹화사업과 화전정리를 계기로 복구되기 시작하였으며, 온 국민의 노력으로 복구된 산림은 임목축적량을 크게 증가시켰고, 이는 연소물질량 증가로 이어져 산불의 위험성도 높이게 되었다.

산불은 온도와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해가 떠서 온도가 상승하면 습도가 낮아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조그마한 불씨도 쉽게 산불을 일으키게 된다.

산불은 밤보다는 낮에, 오전보다는 오후에 많이 발생한다.

밤에는 햇빛이 없어 상대적으로 높은 습도를 유지하지만, 오후에는 온도가 높아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습도가 낮아진다.

산불도 자주 발생하는 요일이 있을까?

요일별로 보면 산불은 주말에 더 발생한다.

산림구역 주민들은 산불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 때문에 경각심이 도시민보다 높다.

하지만 산불을 현실적으로 경험하지 못했던 도시민이나 귀농‧귀촌인들은 산 주변 전원주택이나 주말농장 등에서 생활쓰레기나 농산폐기물의 소각으로 인해 산불을 발생하게 하거나 주말에 산을 찾는 등산객과 입산객의 부주의로 산불이 발생하게 된다.

집을 지을 때 선호도가 가장 높은 방향은‘남향’으로 햇빛이 잘 드는 장점이 있다.

햇빛이 잘 든다는 것은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숲에서는 남사면에 해당하는데 햇빛이 잘 들다 보니 쉽게 건조해진다.

건조한 지역에는 주로 우리나라 대표 수종인 소나무가 우점하고 있는데 소나무는 송진 등의 정유물질이 많아 쉽게 수관화(나무의 잎과 가지가 타는 불)로 번져 대형 산불이 될 수 있다.

남사면 하단 구릉지대의 농경지는 햇빛이 잘 들어 고추, 깨, 고구마 등 밭작물이 활발히 재배되는데, 수확 후 남은 농산폐기물을 산 아래에서 소각할 때 건조한 남사면의 산기슭 방향으로 빠르게 불이 번져 산불로 이어지고 있다.

인류가 불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식생활이 생식에서 화식으로 바뀌고, 금속을 제련할 수 있게 되어 농기구와 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지혜로운 삶과 문명이 발달하는 시초가 되기도 하였지만, 때로는 무기가 되어 인간을 해하고 모든 것을 잿더미로 변하게 하기도 한다.

산불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지혜로운 불 관리로 산불로부터 숲과 우리의 삶의 터전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허전 전북도 환경녹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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