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천에선 용이 나지 않는다 ” 

지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씨가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 배우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쟁쟁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그녀에게 수많은 찬사가 쏟아졌다.

미국인들이 한국 배우를 특별히 환대 해 주고, 후보로 올랐던 다른 여배우보다 좀 더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수상소감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많은 언론들은 그녀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 훌륭한 기획자와 감독, 브래드피트라는 유명 배우가 설립한 제작사, 그리고 영화 ‘기생충’으로 높아진 한국영화에 대한 인식도 이번 수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윤여정 배우의 55년 연기 인생이 훌륭한 파트너와 절호의 기회를 만나 오스카의 영광을 안게 된 것이다.



“ 때를 만나야 영웅이 된다 ” 

정사 ‘삼국지’에는 조조에게 쫓겨 손권을 찾아온 유비의 이야기가 나온다.

손권의 책사 주유는 유비가 지닌 영웅적 자질을 단박에 알아차리고 “용이 비구름을 만나면 결국 연못 속에 있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유비에게는 관우, 장비 같은 용맹한 장수가 있는데다, 눈앞의 이익 보다는 덕을 쌓으며 민심을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에 때가되면 손권이라는 연못을 벗어나 야망을 이루기 위해 떠날 것이라는 의미이다.

주유는 “유비를 곁에 두려면, 관우와 장비를 유비로부터 멀리 떼어 놓고, 향락에 젖게 만들어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들어야한다”고 덧붙였다.

주유의 말을 달리 해석하면, 제아무리 유비와 같은 영웅도 기회를 얻지 못하면 별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화창한날 승천하는 용은 없다.

본인의 의지와 노력, 훌륭한 조력자, 환경과 기회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용은 하늘로 날아오른다.



“ 조건의 차이가 성공을 만든다 ” 

성공한 사람들은 흔히 ‘운이 좋았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냥 운이 좋았다는 뜻이 아니라 여러 가지 조건이 운 좋게 맞아떨어졌다는 이야기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본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기술의 발달, 산업과 사회의 트렌드도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스타트업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은 있을 수 없다.

함께하는 팀원의 역량, 투자자와 자본의 규모, 정책의 변화 등 주어진 조건이 유리해 질수록 성공확률은 높아진다.



“ 개천의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 

‘유니콘’이라 불리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전라북도 창업 생태계도 바뀌어야 한다.

실개천은 하나로 묶고, 자양분은 풍부해야하며, 물이 고이거나 맴돌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다행히 전라북도는 스타트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갖고 지속적인 정책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예산은 늘어나고 기관들의 협력은 더욱 강화되어 신생 기술창업은 지난 5년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늘어나는 스타트업을 품을 수 있는 과감한 투자와 규모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투자를 위한 자금과 투자자 확보는 지역의 한계가 작용할 수밖에 없어,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재원 조달을 위한 다양한 방식을 찾고 수도권에 편중된 투자자의 시선을 돌릴 수 있도록 매력적인 성공사례를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와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외부의 자극과 변화를 끊임없이 받아들일 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혁신’이란 단어는 그렇게 시작되기 때문이다.

좁은 개천은 용이 나오는 곳이 아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잊은채 용이 되지 못한 자의 의지부족과 노력만을 탓해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나라를 디지털 강국으로 이끈 혁신 기업들은 대부분 IMF시기, 벤처붐 조성 정책을 디딤돌 삼아 성장했다.

4차산업혁명으로 변화하는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환경 조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북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혁신의 노력으로, 전라북도가 승천하는 용을 꿈꿀 수 있는 스타트업의 바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박광진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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