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수필집 '미스 에세이'··· 인생의 위기속
문학과의 씨름을 통해 자의식 탐구 성찰

작가란 삶과 문학을 분리시킬 수 없다.

글의 제단에 시간을 바치는 동안 타인과 만남을 줄이고 즐기던 취미도 포기한다.

건강이 축나고 생업의 끈도 느슨해진다.

사람도 떠난다.

잃어야 자유로워지는 게 문인의 삶이다.

김정화 수필가의 수필집 ‘미스 에세이’가 출간됐다.

김정화 수필가는 그동안 한 권의 평론집과 여섯 권의 수필집을 내고, 몇 개의 문학상을 받고 평론과 수필을 쓰며 강의를 하는 동안 오직 문학 앞에서의 삶만 남게 됐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겠다고 생각한 것은 1997년이다.

자신의 생애 모든 것이 박살나던 해였다.

운영하던 학원이 경매로 넘어가고 돈이 바닥나고 이별의 아픔이 있었다.

어디에라도 마음을 기대고 싶었다.

하필이면 문학이 작가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연히 접한 강의를 들으면서 수필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게 됐다.

버려둔 나무 탁자 앞에 앉아 일기 같은 글을 몇 번 써서 과제로 제출했다.

체험을 사유화하고 대상을 독창적으로 해석해 문학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상처가 드러나는 것이 어려웠다.

글을 쓰는 데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현실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문학은 먼 별이었다.

앞만 보고 달렸다.

인생에서 문학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과연 단단해질 수 있을까 자문했다.

글을 쓰는 동안 고뇌도 많았다.

주변에서 흔드는 바람도 만만치 않았다.

그때마다 글의 뿌리를 내리려 안간힘을 썼다.

그것이 극복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긴 시간 동안 문학과 씨름했다.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비평이론 공부를 하면서 시와 소설을 읽었으나 수필에 매료됐다.

어느 노 수필가가 강조한 ‘수필의 성을 지켜라’라는 말을 종종 떠올리면서 문학은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되새겼다.

수필이라는 성을 쌓는 성주라면 외풍에 성벽이 허물어질지언정 결코 자신의 성을 떠나서는 곤란하다.

성을 떠나 성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은 위험천만하며 성주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공감한다.

울타리를 고치고 외벽을 쌓고 등불을 밝히는 일이 수필가의 의무이다.

배귀선 교수는 “김정화 수필집 전반에는 자유에의 의지와 자의식 탐구를 경유한 존재의 물음표들이 콩나물 시루처럼 다밀한데 때로는 성찰적 입장을 위해 시루 속 자기만의 암전에 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콩나물 보를 통해 설비치는 미량의 빛만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스스소의 고독은 그녀에게 죄다 문학의 피와 살의 과정이 되어 작품의 길목마다 베어있다”고 평했다.

저자는 “작가는 글을 쓰는 게 아니고 글이라는 성벽이 자신을 키워간다는 신념에 살아왔다. 작가라는 필생의 소업을 받들고 우직하게 글을 쓰겠다”며 “성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다. 수필가의 반열에 올랐다면 끝까지 가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너머에 비록 천길 벼랑이 있더라도 말이다”고 말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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