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승진 시집 '물은 나무의 생각을 푸르게 물들이고

사물의 본질을 찾아가는 자아, 그 과정서
부재한 당신을 향한 참회적 성찰 다뤄

장승진 시집 ‘물은 나무의 생각을 푸르게 물들이고’가 발간됐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고목일수록 새 가지마다 꽃이 만화방창 핀다.

꽃을 피워 열매를 맺어야만 나무가 계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고목은 고사 전 한두 해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꽃을 피워낸다.

이는 모든 유한한 생명들의 양태로서 생존을 위한 일종의 몸부림이다.

인간이나 모든 사물은 코나투스를 가지고 있다.

코나투스는 어떠한 개체의 자기 보존의 힘 또는 의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본성적이며 필연적이다.

이때 본질이 제거되면 사물은 필연적으로 없어지기 때문에 사물은 본질 안에 계속 머무르려고 한다.

장승진의 시는 이런 코나투스로 넘친다.

시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이미 조작되고 가공되고 해체되어 유기체로서 본질은 사라진 상태지만 그 실체는 어떤 속성을 통해 변화된 상태로 나타난다.

장승진의 사유 안에 자리한 어떤 속성 즉 존재의 본질 자체를 찾으려는 의식이 사물을 사물 본연의 존재로 거듭나는 것을 돕는 것이다.

시인 본연의 의식이 사물의 행위를 관조함으로써 사물 본연의 코나투스를 읽어내는 방식이다.

장승진의 이번 시집은 본질과 관계에 관한 성찰이 두드러진다.

장승진이 사물의 본질을 찾는 데 열중한 것은 다름 아닌 나만의 아비투스를 만들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궁핍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만의 아우라가 있어야 한다.

나답지 못한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 더욱 필요한 것이 성숙한 자아, 통찰하는 자아여야 하기 때문이다.

장승진은 사물의 본질을 찾는 과정에서 자아를 갈무리해간다.

그것은 부재하는 당신을 향한 참회적 성찰로 이어지는 이때 당신은 실존이든 시인 장승진만의 시이든 무엇이어도 무방하다.

한편 성찰 과정에서 시인의 의식은 뒤늦은 깨우침에 대한 반성과 부재하는 대상을 향한 그리움이 주조를 이룬다.

사물의 본질에 대한 탐색이 부재하는 대상을 향한 참회적 성찰로 나아가는 것은 이번 시집의 한 특성이다.

시인은 일상의 보편적인 것들에서 사물의 본질을 발견하는 동시에 대상이 부재하는 가운데 대상의 현현을 목격한다.

요컨대 장승진 시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이미 조작되고 가공되고 해체되어 유기체로서의 본질은 사라진 상태지만, 그 실체는 어떤 속성을 통해 변화된 상태로 존재한다.

시인의 사유에 자리한 ‘어떤 속성’은 존재의 본질을 찾으려는 의식의 결과물로서, 사물을 사물 본연의 존재로 거듭나게 한다.

이는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바라보려는 시인의 시적 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번 시집은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허물어 진정한 존재의 의미와 이유를 성찰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최광임 시인은 “장승진에게 세계 의식이란 그만의 문법이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깨달은 점이 시인 장승진의 아비투스라고 보는 것이다”며 “길들여지지 않은 자에게 일상은 편한 침대를 제공하지 않으며 제 속도를 따르지 못하는 이에게 지구는 두통과 멀미를 가져다준다는 시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평했다.

저자는 “우울증 때문에 시가 싫어졌는지 시가 싫어져서 우울증에 걸렸는지 알 수 없는 나날을 보내며 그동안 시를 놓고 살아왔고 아예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었다”며 “그래도 시가 있어 다행이고 먼 추억이 되어 떠나기 전 붙들 수 있어 행운이다.

이제 겨우 한 고비 넘겼을 뿐 끊임없이 몰아닥치기에 시련이 파도라 불린다는 것을 늘 잊지 않고 살아가기로 한다”고 밝혔다.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한 시인은 2002년 ‘시와 시학’ 봄호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통신두절’이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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