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낱낱이 분해 되어진 '사랑'

인간에게 사랑이 찾아오고 떠난 뒤
마음의 변화-갈등 사례별로 다뤄

30년 전에 처음 읽었을 때 전율하였습니다.

사랑이 이렇게 낱낱이 분해되어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인문학을 접할 시간이 별로 없던 제게는 '롤랑 바르트'라는 사랑과 구조주의라는 철학적 문예적 사조가 신선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쓴 사랑의 시, 즉 소네트를 읽고 "동성애자들의 애정 표현은 이런가."하고 느꼈습니다.

별로 절절해 보이지 않아 경험해 본 적도 그럴 의사도 없는 저로서는 동성애를 사랑의 형태로서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올리려 다시 읽은 책은 분명히 대상을 '그'라고 적은 많은 글들이 이제야 새삼스럽게 눈에 띄어 '롤랑 바르트'가 동성애자였음을 실감했습니다.

게다가 죽음의 원인이 된 교통 사고를 당하고, 당시 겹친 젊은 동성 연인과의 실연으로 상심하여 치료에 힘쓰지 않아 죽음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고 동성애자들과 똑같이 아픈 사랑을 한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사랑에 대한 '롤랑 바르트'의 분석이 반드시 학자의 시각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주요 텍스트이기도 하지만 독서폭이 좁아 잘 모르던 많은 철학자, 시인, 학자들의 이름들이 이제는 낯이 익고 눈에 들어와 저의 독서량이 많이 늘었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30년이란 시간인데요.

개인에게 사랑이 찾아 오고 떠난 뒤까지, 마음에 생기는 많은 변화나 갈등을 사례별로 분류하고 정의하였습니다.

지금도 놀랍지만 그 많은 책을 얼마나 냉정하고 꼼꼼히 읽었기에 이런 백과사전적인 분류가 가능한지 그의 능력에 감탄만 나옵니다.

이후 많은 '롤랑 바르트'의 다른 저작들을 읽었는데 이 책의 인상이 강렬했는지 다른 책에서는 그리 감동적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롤랑 바르트' 덕분에 '가스통 바슐라르', '미셸 푸코' 등을 알게 되었고, 유물론적 또는 구조주의적 분석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문학 작품이나 회화, 음악, 영화 등에서의 질척거리는 과도한 감정 노출에 대한 신랄한 눈이 조금씩 열렸습니다.

하나의 사랑을 만나 조심스레 다가서고, 접촉하고, 사랑을 나누고, 애닳게 헤어지며 아파보셨다면 느꼈던 모든 감상을 회고하실 수 있습니다.

"내가 그때 그랬구나!" 하고…  하나만 인용해 올립니다.

근사해 ADORABLE.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대상에 대한 자신의 욕망의 특이함을 이름짓지 못하여 조금은 바보같은 이 "근사해!"라는 말에 귀착한다.

/박정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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