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기념물 지정예고
도내 최고령 전국 16그루뿐
미군기지탄약고 잘릴 위기
시, 1년간조사 지정 신청해

미군기지 탄약고에 밀려 폐허가 된 마을을 묵묵히 지켜온 군산시 하제마을 팽나무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예고 됐다.

10일 시에 따르면 옥서면 선연리에 위치한 하제마을 팽나무가 600여년을 살아온 역사적 및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여겨 지난 3월 전북도 기념물로 지정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제마을 팽나무는 30일간의 지정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전라북도 기념물 지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하제마을 팽나무는 높이 13m, 둘레 6m의 거목으로, 도내에서는 최고령이며 전국에 16그루뿐이다.

실제로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수령을 조사한 결과 537(±50)년으로 확인돼 도내 팽나무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팽나무에 비해 나무의 크기와 모양새가 더 좋고, 기상목(氣象木)과 계선주(繫船柱)의 기능을 한 나무로 알려졌다.

하제마을 팽나무는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 군산시는 지난 2004년 이미 보호수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하제마을 주민들이 일터를 잃고 미군기지 탄약고에 밀린 640여 가구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서 팽나무도 잘릴 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상황들이 전해져 시민단체 등이 나서서 팽나무를 지켜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지난해 SNS를 통해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이들은 지난 2010년 땅 주인이 산림청에서 국방부로 바뀌면서 미군에 공여하면 언제 잘려나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산시가 조사한 결과 팽나무가 위치해 있는 곳은 기획재정부 소유의 땅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는 기재부에 문화재 지정을 요청, 승인을 받아 이번에 전라북도 기념물 지정을 신청한 것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지난 2019년 12월 시민의 전화로 나무의 존재를 확인한 후 1년여간의 조사를 통해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신청 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말에 귀 기울이고 지역문화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팽나무를 조사해본 결과 국방부가 아닌 기재부 소유의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잘려나갈 염려는 없다”며 “문화재로 지정되면 기재부, 국방부 등과 협의해 군산시 소유 이전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채행석 문화예술과장은 “하제마을 팽나무는 명승 제113호 선유도 망주봉 일원, 천연기념물 제501호 말도 습곡구조 등과 함께 군산의 자연유산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재”라며 “주변 환경정비 및 보호를 통해 사람과 자연의 어울림을 대표하는 문화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군산=김기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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