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배반(二律背反), ‘안티노미’라고도 한다.

서로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명제를 뜻한다.

어떤 주장이나 행동방침에서 모순되는 두 가지 명제에 동등한 타당성을 부여하여 함께 주장하는 오류를 말한다.

모순관계에 있는 두 명제를 모두 참이라고 하거나, 모두 거짓이라고 한다면 이율배반이 되는 것이다.

이 오류는 감정에 대한 처리능력이 부족하여 휘둘리는 상태로 논리적인 척 주장을 펼 때 나타나기 쉽다.

이런 경우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려다가 되려 자기주장의 논리가 부족함만 입증하게 된다.

주로 여야 정치권에서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특검제가 옳다고 주장했다가 그게 자기 정당에 불리하게 작용하면 말을 바꿔서 특검제 반대를 외치는 식의 패턴이 많다.

이외에도 현실에서 이런 식으로 이율배반적 행동을 하는 사람이나 집단은 꽤 흔한 편이다.

이해관계가 맞서는 집단끼리는 결국 어떤 미사여구를 붙이건 자기 집단이 유리한 쪽으로 해야 한다는 게 전제로 깔렸기 때문이다.

(나무위키에서) 이율배반이라는 말에 가장 어울리는 사회 풍자적인 말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여 이르는 ‘내로남불’이란 말이다.

똑같은 상황을 두고 자신의 상황에 따라 그때는 잘못되었고 지금은 옳다는 식의 말이다.

과거에 타인의 행위에 정당하지 못하다고 했던 말들을 지금에 와서 자신의 동일한 행위에 정당하다는 식으로 뒤집어 버리는 것을 두고 ‘내로남불’이라고 한다.

고상한 말로는 이율배반이지만 격이 낮은 말로 내로남불이 되는 것이다.

내로남불은 개인이나 단체의 이기적 행위에서 나오는 것으로 자신에게 유리함과 불리함에 따라 선과 악이 달라지는 것이 된다.

고대 그리스에서 선악에 대한 정의가 자신에 유리하면 선이고 불리하면 악으로 되었던 적도 있다.

어쩌면 인간 내면의 심리에 따른 정의였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러한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오래 전부터 사용되던 말인데 현 정부 들어서 더욱 회자 되고 있다.

지난 4.7 재보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내로남불 자세도 혁파하겠다. 스스로 엄격하고 단호해지도록 윤리와 행동강령의 기준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스스로 여당이 그동안 내로남불의 자세를 가졌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그때는 선거를 앞둔 상황이어서 그렇고 지금은 그때와 다른 상황이어서 다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아서 유감스럽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굳이 정당하다고 말해야 하는 정치인들의 심리가 안타깝고 꼭 그렇게 해야만 자신이 정당화되고 국민들에게 인정받을 것이라는 착각이 마치 조삼모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국가 정책에 만약 여야가 바뀌었다면 현재 국민의힘에서 정부 여당을 비판하듯이 틀림없이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을 신랄하게 비판하였을 것이다.

상황에 따른 자신에게 유리함과 불리함에 의해 판단이 달라지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모욕 혐의로 보수 성향 시민단체 대표 김정식(34)씨를 서울남부지검(검사장 심재철)에 송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통령 모욕죄’ 논란이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시간에 했던 말들이 문제가 된 것이다.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지난해 8월, 교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 그래서 국민이 불만을 해소할 수 있고 위안이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닌가”(2017년 2월 9일, JTBC ‘썰전’) 이 역시 그때는 옳고 지금은 그릇된 것이라는 말이다.

단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에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은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자국의 원전사고를 완전히 다르게 대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일본은 “소련 정부가 원전사고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면서 소련 정부를 향해 엄청난 비난을 퍼부었다.

1986년 5월 4일 도쿄에서 열린 G8(주요 7개국 + 소련) 정상회의에서는 성명을 발표해 소련 정부의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하였다.

일본은 외교적 조치도 빠르게 취했는데, 방사능 오염을 이유로 유럽 전역의 식품 수입을 규제했고 8,000km 넘게 떨어진 체르노빌에서 날아온 방사능이 일본 열도 전역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호들갑까지 떨었다.

그런데 지난해 2월, 경제산업성 산하 전문가 소위원회는 기술적 측면 등에서 해양방류를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제시하였고 최근 각의에서 이를 토대로 처리 방안을 확정했다.

전형적인 이율배반적인 태도이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고 한다.

일본의 해상방류 결정 이후 “(오염수의)영향이 크지 않다는 내용은 맞지만 국민 안전과 건강에 미치는 건이고 체내에 농축되는 문제는 검증이 안 된 상태”라며 “일본과 회의할 때도 그런 취지로 대응했다”고 하지만 모든 국민이 심히 우려하고 있다.

필자 역시 일본의 이중적인 태도에 심히 유감을 가진다.

필자뿐 아니라 모든 정치인도 이러한 일본의 내로남불의 태도가 고깝지 않을 것이다.

정부 부처의 장관 교체로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잘못된 일에 대해 관행이었다는 말로 정당화시키려 하지 말고 스스로 잘못으로 인정할 줄 아는 관료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야당은 지나친 정치적 계산을 통해 공격으로만 삼지 말고 그릇된 것을 바로잡는 목적으로 청문회를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남의 잘못된 이율배반적 태도가 싫다면 자신도 그런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

개인이든 단체든 좀 더 일관된 사고를 통해 발전된 사회를 만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전주남부교회 강태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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