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 사이, 화암사의 풍경을 만나다
봄과 여름 사이, 화암사의 풍경을 만나다
  • 전북중앙
  • 승인 2021.05.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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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랭이 에코정원 유리온실
불명산 험한 길 147계단 올라
화암사 보물 제662호 이르러
극락전 국내 유일 아앙식구조
국보 제316호 건축적의미 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5월, 따뜻한 봄바람을 찾아 전북 완주로 향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 봄시즌 비대면 안심관광지로 선정된 완주 화암사와 싱그랭이 마을, 특히 화암사는 안도현 시인이 ‘내 사랑’이라 표현할 정도로 아끼던 곳이라 설렘도 컸습니다.

도심을 벗어나 상쾌한 숲속 공기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완주 경천면 싱그랭이 마을, 그리고 화암사로 떠납니다.


 

# 완주 경천면 싱그랭이 마을(요동마을)

이른 아침 고산 터미널에 도착해 화암사로 가는 버스 시간을 살펴봅니다. 

오전 9시 20분에 버스가 출발한다고 해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여유 있게 기다립니다.

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종점인 화암사 입구 정류장에 도착하니 온통 초록에 연둣빛, 그림 같은 풍경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버스가 다니는 길목에 유리 온실 형태의 건물이 눈에 띕니다. 싱그랭이 에코정원입니다. 

싱그랭이 에코정원과 조금 떨어진 곳엔 마을의 수호신인 500년이 넘은 느티나무도 있고, 두부전문점으로 알려진 싱그랭이 콩밭식당도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싱그랭이 마을조사에 따르면, 예전에는 원님 수행원들과 장꾼, 한양으로 가는 선비, 여행객들이 잠시 쉬어가는 쉼터 마을로써 자연스레 주막이 밀집해 있었고, 주민들이 짚신을 걸어놓으면 갈아신고 갔다 하여 ‘신거랭이’라는 마을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의 변천과 지역 방언 등의 이유로 부드럽고 다정다감하게 싱그랭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마을 특산품으로는 곶감과 두부가 있습니다. 


 

# 싱그랭이 에코정원

그렇게 마을의 뜻깊은 역사와 문화가 담긴 이름으로 붙여진 싱그랭이 에코정원, 유리 온실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이곳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종류의 야생식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이곳을 찾는 여행객, 사진작가들도 많지요. 싱그랭이 에코정원과, 불명산, 화암사까지 구경할 수 있으니 봄 여행지로 이만한 곳이 없습니다. 

운영하는 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올해까지는 시설 정비, 연구 기간을 거쳐 내년에 본격적으로 활발히 운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1층에서는 카페도 계획 중이며 평소엔 보기 힘든 야생식물들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 사냥하는 사나이도 오르기 힘든 ‘화암사’ 가는 길 

불명산 숲길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들어옵니다.

촉촉하게 봄비 머금은 흙길도 밟으며 연신 ‘참 좋다’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걱정 없이 오릅니다. 

불명산(428m)은 이른 봄 산 둔덕에 복수초, 얼레지가 피고, 여름엔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울창한 숲, 가을엔 단풍, 겨울엔 설경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입니다. 

오늘 하루는 불명산의 봄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 일찍 나섰는데, 다행히 여유 있는 산행길입니다. 

날씨도 시간도 아무런 제약 없이 나만의 속도로 산을 오르다 보니 조금은 높다 싶은 험한 길도 만납니다. 

화암사로 가는 길이 왜 이리 높은가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15세기에 쓰인 <화암사 중창기>에는 화암사로 가는 길이 "사냥하는 사나이라 할지라도 이르기 어려운 절" 이라 묘사되어 있고, 고려 후기의 문신이었던 백문절은 화암사에 대해 7언 40구의 길고 긴 한시를 남길 정도로 화암사에 이르는 길이 험하고, 도에 이르는 길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뜻했다고 합니다.

“십여 년 전쯤에 우연히 누군가 내게 귓속말로 일러주었다. 화암사 한번 가보라고, 숨어 있는 절이라고, 가보면 틀림없이 반하게 될 것이라고 ‘잘 늙은 절, 화암사’ 중에서 / 안도현 시인”

언젠가 안도현 시인의 책에서 보았던 완주 화암사에 대한 구절이 이곳에도 적혀있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시인이 아끼는 곳이라 하니, 힘든 줄도 모르고 산을 오릅니다.


 

# 잘 늙은 절, 완주 화암사

그렇게 147개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수행하듯 걷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에 화암사가 보입니다. 

보물 제662호 누각 우화루의 모습입니다. 오래된 사찰만이 가진 세월의 흔적, 고즈넉한 분위기, 5월의 푸르름과 한데 어우러진 사찰 주변의 풍경을 보니 어렵게 올라온 보람이 있습니다.

화암사는 작은 사찰이지만 그 역사와 건축학적 의미는 아주 깊은 곳입니다. 

우선 사찰 안으로 들어서면 경내 중앙이 나오고 마당에는 우화루와 극락전이(국보 제316호) 마주 보고 있습니다. 

극락전은 우리나라 단 하나뿐인 아앙식 구조 건물입니다. 

이어 승려들이 생활하는 적묵당, 그리고 해우소 등 소박한 작은 사찰이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큼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건축학적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복수초와 얼레지 피는 시기는 지났지만, 5월이라는 계절에 피어나는 꽃들이 조용한 사찰 안에 생기를 더해줍니다. 

문득 녹음이 우거진 한여름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 

화암사 이곳저곳 둘러보다 시원한 물도 마시고 쉬다 보니 도시에서는 답답하기만 했던 공기가 한없이 상쾌합니다. 

많은 이들의 노력과 시간이 빚어낸 화암사의 자태가 마치 수십 년 전 카메라에 끼워져 있던 낡은 필름 속 풍경 같습니다. 

오래된 것, 낡은 것, 자연 그대로의 모든 것들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어루만져줍니다.

이 모습 그대로 오랫동안 간직됐으면 좋겠습니다. 

불명산 산길, 화암사에서 느꼈던 위안의 시간은 제 마음속에 책갈피처럼 고이 간직되어 팍팍한 일상을 살아낼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잘 늙은 절’ 화암사를 보며 ‘곱게 잘 늙는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저 또한 잘 늙어가고 싶어 유독 그 말 한마디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화암사 가는 길도 시간과 욕망에 쫓기지 않고 마음을 비우며 걸을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복수초와 얼레지를 만나지 못해 아쉬움은 남지만, 내년 봄을 기약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완주 화암사>
- 위치 : 전북 완주군 경천면 화암사길 271 (경천면 가천리 1078)
- 문의 : 063-261-7576
- 여는 시간 : 하절기 08시~17시 30분, 동절기 08시 30분~17시
- 대중교통 이용 시
- 전주에서 535번(전주대-고산) 탑승 -> 고산 터미널 하차
- 고산 터미널에서 화암사 가는 버스 운행(06:10, 09:20, 13:20, 14:50, 16:30, 18:40)

<싱그랭이 에코정원>
- 위치 : 전북 완주군 경천면 경가천길 474 

/전북도 블로그기자단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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