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광장은 광화문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광화문에 있는 두 분의 동상이 대한민국의 동상이다.

세계 어디에나 광장을 중심으로 동상이 아름다운 유물로 서 있다.

특히 아름답고 유서가 깊은 도시일수록 고고하고 웅장한 동상이 우뚝 서서 도시를 찾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즉 그 자리가 관광지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상이 갖는 이미지와 상징성은 매우 중요하고 큰 영향력이 있다.

심지어 동상으로 그 지역의 역사와 사회성을 대변하는 까닭에 지역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은 다양하며 강렬하다. 

우리나라에는 나라를 개국한 위인의 동상이 광장에 없다.

국부라고 칭송받는 이도 없으니 그의 동상도 당연히 없다.

단군왕검, 주몽왕, 박혁거세, 온조왕, 왕건, 이성계, 이승만의 동상이 광화문에 없는 이유가 사회적으로 준비가 덜 된 까닭이라고 치부하기엔 궁색하고 무언가 빠진 느낌이다-이승만은 건국을 의미하는 게 아니고 1대 대통령을 의미한다. 

조선을 건국하고 한양으로 도성을 옮겨 오늘날 서울을 세계 도시로 기틀을 세운 이성계의 동상이 광화문 광장에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또한 광복 후 대한민국의 1대 대통령의 동상도 없으니, 이것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안 된 일이다.

나라를 세우고도 손자의 치적에 밀려 존경받지 못하고 있고, 더구나 임진왜란의 명장에게까지 인지도가 떨어진 것은 이성계의 문제인지 아니면 그들을 평가하는 우리들 몫인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보통은 건국한 사람이 가장 상징적인 장소에 동상으로 우뚝 서서 나라와 민족에게 자부심을 갖게 한다는 것도 기억해 볼 일이다.

동상이 갖는 상징성은 문서의 기록보다 강력하다.

시각적 효과와 더불어 대표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에도 동상이 없다.

덕진공원에 가면 여러 사람의 동상이 있지만 전주와 전북을 대표하고 대변할 인물로는 부족하다.

이것은 동상을 세울 때 시나 도청에서 나서지 않고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앞장섰기 때문에 제한된 정보와 작은 예산으로 추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주를 중심으로 전북은 지방자치시대에 맞게 작은 걸음으로 소리 없이 발전하고 있다.

특히 한옥마을은 국제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으며 한옥마을을 품은 전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슬로시티로 소개되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주와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일천 명이었다고 한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객이 많이 줄었지만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지로 꾸준함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문화를 일러 광장 문화라고 칭하기도 한다.

광장에서 만나고 광장에서 대화를 이어가며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고, 광장에 시장을 마련하여 경제와 문화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의 어느 도시를 가도 광장이름이 앞에 오고, 광장이 여행지이며 광장을 중심으로 도시의 길들이 이어지고 기념관들이 세워져 있다.

관광객들은 광장에서 여행을 시작해서 광장에서 여행을 마친다.

당연히 광장이 도시를 대표하고 광장에는 도시의 대표적 인물이 우뚝 서 있으며 광장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해 있다.

유럽의 도시나 유럽문화를 우리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나름의 가치와 이유가 역사와 문화를 통해 다르게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한옥마을이 전주를 많은 부분 대변해 주고 있다.

현재는 전주를 상징하고 있기도 한다.

그런데 한옥마을에는 집(한옥)과 먹을거리만 있다고들 한다.

그것이 전주가 가진 수많은 상징과 가치를 모두 다 대변하거나 상징하지 않기에 비판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주시내 곳곳에 광장이라고 말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작은 광장이 몇 개 있지만 이보다는 주민의 편리와 복지를 위해 동마다 마련된 소공원이 발달해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전주는 작은 땅이고 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의 군중이 모일 장소가 필요 없었고, 수직적 구조인 권력속성상 성리학의 영향력과 일제강점기를 거쳐 독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대규모로 모여 의논하고 여론을 형성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 비싼 토지를 광장으로 활용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에 있는 광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가 되었다.

광장으로 문화를 대변하고 인물을 상징하고 도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풍남문 옆에는 굉장히 좋은 광장이 있다.

현재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념하는 상설천막이 자리하고 있고, 예술단체들이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한다.

시민단체들도 거기에서 모여 각종 행사를 벌이고 있다.

광장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미 언급한 것과 같이 전주를 대표할 만한 역사인물을 선정하고 그분들을 선양하고 널리 알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전주를 전주로 존재하게 한 견훤왕을 깨워야 한다.

조선의 본향임을 알게 한 이성계 태조왕을 불러와야 하며, 세계 최초로 공화주의를 주창한 사상가인 정여립 선생과 프랑스 시민혁명에 뒤지지 않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혁명을 실현한 전봉준 장군을 전주시내에 동상을 세울 때가 되었다.

네 분의 동상은 공원에도 필요하지만 전주를 상징하고 가장 잘 보이도록 높이 세워서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동상은 만남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특정 동상에서 전주관광을 시작하고 동상에서 헤어질 수 있도록 근사하게 기둥을 세워서라도 높이 세워야 한다. 

전주를 지극히 사랑했던 견훤대왕은 전주성터나 이목대에, 태조이성계는 오목대에, 정여립은 한옥마을 광장에, 전봉준은 호남제일성에 세워지기를 희망한다.

이제 우리 지역에도 동상건립에 대한 공론이 모아져야 한다.

그리고 충분히 토론을 거쳐 적합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우리 지역에서 아름답게 오래도록 공존할 동상을 건립할 때가 되었다.

모두가 어렵다면 정여립공의 동상을 먼저 세우자.

호남성 옆 공터에 높이 세워, 전주를 찾은 관광객들로 하여금 구도심권의 관광시작과 끝을 알리는 장소가 되게 하자.

그리고 동상을 보는 사람마다 역사책에서 배웠던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하고, 그가 꿈꾸었던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전북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그들과 전주 사람들이 담론할 기회가 주어지기를 소망한다.

동상의 아름다운 가치와 기능을 꿈꾼다.

역사의 선한 영향력으로 우리 전북의 기운이 북돋아지길 소망한다.

그리하여 전주가 세계적인 문화관광 도시로 성장하길 간절히 바래본다.

일은 전주시장이 앞장서서 하는 게 좋다. 

/김현조 전북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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