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이른바 금소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이 되었다.

금소법이란 금융소비자의 권익신장과 금융회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제고를 위해 제정된 법으로, 각 금융관련 법령의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규정들을 하나의 법률로 통합한 것이다.
   
입법 배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스템 위기의 사전 예방을 위한 금융안전 기능이 강조되어 새로운 금융 감독체계를 구축하고 금융소비자 보호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 국내에서도 금융부실,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금소법에 따르면 금융상품 판매자는 예금성, 투자성, 보장성, 대출성 4가지 분류의 상품을 판매 시 적합성, 적정성, 설명의무를 지켜야 하고, 불공정영업행위, 부당권유행위, 허위과장광고를 하지 말아야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제재를 받게 된다.

여기에 더해 금융소비자에게는 청약 철회권, 위법계약 해지권, 판매제한명령권,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 등의 권리를 부여하여 권익을 강화했다.  

좋은 취지의 법률이나 시행 첫날이었던 지난 3월 25일 은행창구는 고객의 “빨리 빨리”와 직원의 “절차준수”가 상충하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간단한 예적금 상품 가입도 설명과 서류확인 등을 강화하면서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진 까닭이다.

투자상품의 가입시간이 늘어나는 것 까진 그렇다 해도 간단한 적금 가입도 30분씩 걸리는 상황에 은행직원과 고객의 마스크 속 표정을 예상할 수 있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고객의 금소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금융기관의 매뉴얼이 정착되며 시행 초기와 같은 혼란스러운 모습은 찾기 힘들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적응도 “빨리 빨리”이다.

늘어난 가입시간에 한숨소리는 여전하긴 하지만 말이다.

고객의 권익을 높였으나 시간을 훼손하고 있는 상황은 차차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후배들로부터 하루 종일 고객에게 상품설명서와 약관을 읽어주다 목이 쉬었다는 이야기와 소극적으로 상품권유를 하는 자신의 모습과 여전히 기다리다 지친 고객들의 민원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금소법 시행으로 금융기관 종사자들만 힘이 들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금융기관에 종사하며 처음으로 상품가입을 하게 해달라며 읍소하는 고객의 부탁을 거절해보았다는 웃지 못 할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투자경험이 없거나 투자성향이 맞지 않는다면 가입하고 싶은 상품이 있어도 가입을 못하게 되고 투자상품에 대한 안내조차 받지 못하는 금융소외 현상이 오히려 고객의 권익을 헤치는 일이지 않는가? 라는 생각도 해본다. 

수박판매를 예를 들어 보자.

판매직원이 수박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수박구매를 할 만한 사람인지, 수박에 대한 이해도가 적정한지 판단하고, 예상되는 당도와 신선도에 대한 설명을 아무리 잘했다 해도 판매한 수박이 썩은 수박이었다면 모든 원망은 직원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다.

책임은 판매점에 있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나 판매직원에 대한 배려는 없어 보이는 금소법이다.

이번 금소법 시행 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보완되었다고 생각된다.

이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은 잘된 것으로 보이나 금융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과 권익 신장을 위한 방안들도 많이 나왔으면 한다.

금융기관 직원들이 이른바 화이트칼라로 분류되기는 하겠으나 감정노동의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와 직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금융환경이 하루 빨리 만들어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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