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양귀비

김월숙 시인

 

양묘장으로 가는 첫차에서 
할머니들의 수다는 다글다글하다
 
봄 햇살에 말려도 펴지지 않는 주름처럼
옷 자랑 딸 자랑 손주 자랑 
 
초등학교 옆 승강장 환하게 물들인 꽃양귀비
 
경기장 앞에 양귀비꽃씨 뿌렸는디 거그도 피었으까
저그 피었응께 거그도 피었것지
 
봄내 가물었는디 피었을랑가
피었것지 근디 양귀비가 저렇게 이뻤으까
 
이뻤것지 나도 젊었을 적은 꽃처럼 이쁘다고 했는디
 
이리 붉은 수다가 있을까
할머니의 얼굴에 살며시 내려앉는 홍조
 
할머니는 지금 어느 봄날로 돌아간 걸까
붉게 물든 버스도 양묘장을 향해 달린다
 


# 시작노트

다시 꽃양귀비가 한창이다. 

출근 버스에서 할머니들이 꽃양귀비를 보며 나누던 말씀을 받아 적었다. 

꽃을 보는 마음은 누구나 아름답고, 지나간 시간은 누구나 아름답지 않을까?

지금 이 시간도 아름답기를, 서로 사랑하기를 기도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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