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길중 '달을 품고 싶은 나무'

소 끌며 자연과 사색, 문학에 빠진 시인
등단 35년간 발표했던 500여편 시 담아

전길중 시선집 ‘달을 품고 싶은 나무’가 출간됐다.

이번 시선집은 시인이 등단 후 35년 동안 발표했던 오백 여편의 시를 모은 것이다.

시선집은 가능한 인연을 염두에 둔 시들을 시집 낸 순서로 엮었고,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시집은 발문만 실었다.

시집 제목 ‘달을 품고 싶은 나무’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나무가 달을 품고 싶은 속내를 보이고 싶은 시인의 의도다.

평범한 농가에서 태어난 시인은 어린 시절 소를 끌고 다니며 풀을 먹이며 집안일을 도왔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과 친해졌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곤 했다.

이후 중학교에 진학한 후 문예반장이 돼 책과 가까이 하게 됐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인 양 빠지기 일쑤여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고등학교 때는 하숙생활로 외로움에 젖는 시간이면 낙서를 하곤 했다.

교지에 작품을 게재하기 위해서 시인인 조두현 선생에게 원고를 드렸고, 활자화된 작품에 묘한 흥분이 일기도 했다.

대학시절 문학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스탕달, 말라르메, 브들레르, 랭보, 앙드레 말로, 사르트르 등을 접했지만 프랑스어 해독에 급급하면 이들의 사상과 문학을 깊이 탐구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후 ‘전북문학’에 작품을 게재하기 시작했으며 1987년 초 등단하면서 본격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뜻을 같이 한 시인들과 ‘칠요시’란 동인 활동을 하기도 했으며, ‘시는 말씀 언에 절 시로 이뤄졌다’는 말을 접하면서 경건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시를 대하기 시작했다.

‘시를 쓰지 않으면 살아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릴케의 말처럼 시를 쓰는 고통 자체가 삶의 기쁨인 것을 마음 속에 품으면서 정신 번쩍 들게 하는 시, 곱씹게 하는 시, 성찰이 녹아 있는 시를 쓰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다.

시가 일정한 틀로 정해져 있거나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오히려 시를 어떻게 써야 하는 가의 기법을 말하는 책은 시 창작 이론의 기본서에 불과했다.

부단한 노력과 고행을 거쳐야 꿈이 실현되듯 시 쓰기도 매한가지인 셈이다.

시인은 시인이 되겠다고 생각 없이 문학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숙명적으로 시와 동반자가 됐다.

혼자 걷는 길을 같이 가며 삶의 무게를 나누는 시, 언제든지 안식처가 되고 쳐진 어깨를 토닥거려 주는 시,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그리우면 대상이 되주는 시, 긴 여정을 서로 다독거리며 같은 곳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전길중 시인은 “그동안 쓴 시를 보니 요즈음 시와 많이 달라 출판하기가 망설여진다”며 “출간을 위해 노고를 아껴준 출판사와 물심양면 격려해 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한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 출생으로 남성고와 공주사범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7년 ‘시문학’ 천료로 등단했고, 시집 ‘안경 너머 그대 눈빛’, ‘바람은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분다’, ‘힘의 균형을 위하여’, ‘섬에서 달의 부활까지’, ‘제 그림자에 밟혀 비탈에 서다’, ‘울선생님 시 맞지요?’, ‘그녀의 입에 숲이 산다’ 등이 있다.

한국문학백년상, 전북문학상, 전북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감사, 주간 한국문학신문 편집국장, 전북문학관 자문위원장, 시문학문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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