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건설업체 공사 중단 줄이어
철근가격 급등 관급자재 조달 지연
발주처들 납품기한 한참 남아
일반관리비 추가 지속돼 부담커
종합건설 자재 수급난 부담 80%
시멘트-목재 등 주요자재값 들썩

철근 D10mm 유통가격 t당 135만원
지난해 63만원 비교시 111% 상승
시멘트 가격 내달부터 5.1% 인상
업계 8만원 초반까지 인상 고수
레미콘 운반비 덩달아 인상 전망
주택 분양시장 호황 자재값 상승
건설노조 수급조절 대책 총파업

건설공사 현장마다 자재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건설현장의 주요 자재인 철근 가격은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치솟았고, 시멘트 가격도 당장 내달 인상을 예고해 ‘건설자재 대란’이 현실화됐다.

자재 대란으로 멈춰버린 공사현장, 적자 시공에 한숨짓는 건설업계의 고민은 한여름 낮 뙤약볕 아래 선 노동자의 고달픈 삶만큼이나 절박하다.

지난해 8월부터 끝 모르게 오르던 철근 가격은 최근 공급을 확대시킨 정부 조치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올라버린 철근과 인상을 예고한 시멘트 가격에 현장 사정은 힘겹기만 하다.

철근 외에도 시멘트 가격 인상, 레미콘업계 파업 예고 등 장애물이 곳곳에 산재하면서 멈춰선 건설현장은 부지기수가 됐다.

지역 중소건설사의 타격은 더 크다.

국내 철강사들과 분기별 가격협상으로 수급량을 조절하는 대형 건설사보다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제강사들이 6월 고시가격을 일제히 상향조정하자 정부는 수급문제 대응방안을 들고 나섰지만 물량 잠김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7월 철근 수급 위기론까지 거론되는 등 심각한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전북지역 건설사들도 자재 대란에 적자 시공이 불가피해졌다는 말이 절로 나오고 있다.

건설자재 가격 인상으로 멈춰선 전북지역 공사현장을 살펴보고 업체들의 애로점과 향후 대책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하루하루, 겨우겨우 버텨 왔는데…  

전주시 효자동의 한 종합건설업체인 ‘O’건설업체의 정읍지역 건축공사 현장이 이번주 초 가동을 멈췄다.

이 건설업체는 부안, 고창, 김제, 정읍 등에 공사현장을 두고 있다.

부안과 고창 현장은 공사가 진행 중이고 김제지역은 착공 전 준비과정에 있다.

공사가 멈춰선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급등한 철근 등 관급자재 조달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급에서 자재 납품이 지연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 업체는 자재난 때문에 더 이상의 공정을 이어갈 수 없게 됐고 잠정적으로 두 달 정도 공사 중지에 들어가고 말았다.

공사가 중지되면서 현장에 투입되는 현장소장과 노동자들의 관리비, 급여 등은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간접비를 보상 받는 문제도 지방의 조그만 공사현장이라는 이유로 해법이 없다.

공사 감독자가 “우리 회사 귀책사유가 아니니 이해해달라”며 최대한 읍소도 해봤지만 현장은 멈춰 섰고 앞날은 캄캄하기만 하다.

회사의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간접비를 달라고 요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O’건설업체는 주로 관급공사를 하는데도 그나마 배정 물량을 적기에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의 한 임원은 “관급자재 가격은 연초에 이미 계약이 이루어져 금전적인 부담은 적지만 수급에 문제가 발생했고,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다는 점에서 어려움은 계속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자재 단가 부담은 그렇다 하더라도 철근의 경우 10톤이 들어와야 하는데 5톤이 들어와 버리면 공정을 진행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가격 부분에서는 상대적으로 민간건설에 비해 부담이 적은데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발주처에서는 납품기한이 8월 말까지라며 “그때까지 납품을 해주면 되지 않느냐”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 측은 빨리 주면 빨리 줄수록 좋은데 그렇지 않을 경우 일반관리비가 계속 추가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계속되는 자재 공급 요청에도 관에서는 “사정은 이해하지만 앞으로도 기간이 몇 달 더 남아있지 않느냐. 그때까지만 주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답변이 돌아올 뿐이다.

결국 ‘O’건설업체는 공사현장이 모두 중지된 것은 아니지만 나머지 현장에서도 공기가 지연될 수 밖에 없는 신세가 됐다.

이 업체 임원은 “하반기 자재수급 문제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지 몰라도 지난해보다 원활할 것이라고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주시내 ‘H’ㆍ‘D’건설업체도 건설 자재난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자재가 달리다 보니 공사는 하염없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

‘D’건설업체 관계자는 “가격이 오른 것은 철근뿐만이 아니예요. 시멘트, 목재 등 중요한 건설자재 가격도 들썩이고 있어요. 지난달까지는 겨우겨우 버텼는데 이달 들어서는 공사에 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발주처에서도 자재가격 조정을 해줘야 하는데 해주지 않으면 조만간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종합건설은 전문건설과 달리 자재 수급 부담을 더 받을 수 밖에 없다.

하나의 공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사를 복합적으로 계획하고 관리,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 다르다.

반면, 전문은 하수급 받은 공정만을 진행하기 때문에 종합건설과는 자재 수급난에 대한 체감도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민간이든 관급이든 자재 공급은 원도급사에서 하고 전문은 제작, 시공하는 일만 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종합건설의 부담이 80%라면 전문은 20% 정도에 그친다고 할 수 있다.

‘O’건설업체 임원은 “저희 회사의 정읍지역 건축공사 현장은 철근 등 건설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공사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며 “다른 업체 사람들을 만나도 너나 할 것 없이 자재 수급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데 하루 하루가 너무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렇게 가다간 공사장에 투입되는 현장소장 관리비나 인부들의 급여를 어떻게 챙겨야 할 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철근에 시멘트까지... 번지는 건설자재난  

글로벌 철강가격 인상과 함께 철근 등 건설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건설경기가 조금씩 회복된다고는 하지만 철근 가격 인상에 이어 시멘트 가격도 당장 다음달부터 5.1% 인상을 예고했다.

이는 7년 만에 단행된 가격 인상이다.

건설업계가 그야말로 ‘자재 대란’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감 속에 빠져들고 있다.

국내 철근 사용량의 30~40%는 중국산이 차지하는데 이마저도 수입되지 않으면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원인이다.

주택 건설 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10㎜두께 보통철근(D10㎜)의 평균 유통가격은 6월 첫째주 기준으로 톤당 135만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2008년 ‘철근 대란’ 때 보다도 높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둘째 주 시중 철근 유통가격은 133만원으로 약 10개월 만에 하락했다.

1년 전 가격 63만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11%나 상승한 가격대다.

전북지역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건설자재난은 중견ㆍ소규모 건설사와 공사현장에서 받는 타격이 더 크다”며 “국산은 비싸고 중국산 등 수입산은 구하기 힘든 상황으로 공기가 지연되면 될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건설 현장의 자재난은 철근을 넘어 시멘트와 목재로까지 번지고 있다.

건설경기 회복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년간 동결됐던 시멘트 가격도 다음달부터 5.1% 인상된다.

시멘트는 1톤 가격이 7만5천원으로 고시돼 있는데 건설현장에서는 일반적으로 고시 가격보다 더 싼 6만원대로 거래되는 추세였다.

시멘트 업계는 최근 가격에서 8만2천원~8만3천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시멘트는 레미콘 가격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데 레미콘 업계도 원자재가 아닌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조만간 레미콘 업계의 가격 인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레미콘 가격은 지난해 10월 기준 2009년 대비 10.5% 상승했지만 레미콘 운반비는 무려 68.64% 늘어났다.

이는 협상된 기준 가격을 토대로 계산됐는데 실제 거래되는 레미콘 가격은 이보다 낮게 형성된다는 것이 업계 측 입장이다.

하지만 레미콘 차량 운전자들은 여전히 운반비를 올려달라고 하고 있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대한건설협회 자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3~4월 주요 건설자재 수급 불안으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은 총 59곳으로, 이 중 철근·형강 부족으로 중단된 사업장이 43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 공사 중단 평균 일수는 공공현장이 22.9일, 민간현장이 18.5일로 집계됐다.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에 따라 건설 경기가 살아나는 것도 건설자재 가격 인상 요인 중 하나다.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 이상 사용량 증가에 따라 자재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택 분양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건설현장의 철근이나 시멘트 수급에 차질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건설현장에서는 각종 자재의 납품이 늦어지면서 공사 지연과 공사비 증가 등 손해도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건설 자재난은 건설비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지난 9일 전국건설노조는 수급 조절 대책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예고했다.

너무 많은 레미콘 차량 때문에 덤핑 경쟁이 과열되고 노동자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콘크리트를 공급하는 레미콘이 멈추게 되면 현장에서 관련 공정은 불가능해질 수 밖에 없다.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철강과 시멘트, 목재 등의 각종 건축자재 수급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건설업체의 피해는 물론 아파트 입주지연이나 시설물 품질저하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윤방섭 대한건설협 전북도회장 미니인터뷰 "도내 시군부서, 자재수급불안 해소 방안 내놔야"

대한건설협회 전라북도회 윤방섭 회장은 최근 도내 14개 시·군 75개 사업부서에 공사중단에 따른 지원방안 검토와 계약금액 조정 등에 적극 나섰다.

공사현장 곳곳에 건설 자재난의 불똥이 튀고 있고 심지어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회 윤 회장은 사업부서에 철강재 등 각종 자재 수급불안으로 공사 중단 시 건설업체 공사금액, 기간 조정 등의 제도적 지원방안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또한 회원사에는 철근 등 특정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 계약금액 조정제도 등을 적극 활용하도록 안내했다.

최근까지 주요 건설 원자재인 철근 가격의 폭등, 시멘트 가격 인상 조짐으로 건설 현장에서는 수급 불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철근 등 자재수급 불안에 따른 공사 중단 등의 피해 사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민간공사의 경우 철근 가격 폭등으로 자재 구입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 피해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윤 회장은 “현재 가장 큰 애로사항은 철근 수급 불안과 가격 폭등으로 제때에 시공을 하지 못해 피해가 건설업계에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발주관서에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고 지금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지혜를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도회는 발주자의 적용 의지가 부족한 경우 애로 해소에 한계가 있는 만큼 건설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윤 회장은 “공사기간 연장과 단품물가조정 등 계약금액 조정 요청 시 적극적인 조치를 요망한다”며 “철강재가 관급자재로 발주된 경우 사급자재로 전환을 금지하고, 사급자재로 편성된 경우에도 가능한 한 관급자재로 전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유로는 ‘공사계약일반조건’의 조항에 따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사급자재를 관급자재로 변경하지 않게 되면 계약 목적을 이행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계약 당사자간 협의에 의해 변경을 허용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처럼 전북도회는 철강재의 경우 원가 반영 단가를 즉각 현실화해 향후 건설공사 발주 시 조속한 반영을 요청했다.

윤 회장은 회원사에도 “철근 부족과 가격 인상 등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협회에 애로사항을 통보해 주면 본회를 통해 관계 기관과 철강 업계에 전달하고 수급 불안이 완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발주관서에서도 적정한 공기 조정 등의 합리적 지원방안을 적극 강구해 줄 것”이라는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정부도 철근 등 자재수급 대책을 마련했다.

최근 ‘철근 가격 급등 및 수급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며 2분기 철근 생산량을 1분기보다 약 50만 톤 늘리기로 결정했다.

또한 건설업계에 철근 구매용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철근 사재기 등도 철저하게 단속하기로 했다.

건설업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공 공사의 경우 수급 불안에 따른 공사 지연, 공사원가 상승 등이 계약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발주청을 지도, 감독하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철근 등 건설자재난 해소를 위해 대책을 내놓았지만 당장 내달부터 시멘트 가격까지 인상되면서 공사현장의 자재 대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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