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일부 대권주자들과 정치인들은 기본소득에 대해 “지급액 자체가 너무 작아 큰 의미가 없다”, “소득하위계층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례가 전무하다”, “근로의욕을 떨어트린다”는 등의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럴듯한 비판도 있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에 불과한 비판도 적지 않다.

논쟁의 공통분모는 “기본소득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논의의 실익이 별로 없다”는 것 같다.

기본소득제도는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정책이 아니다.

어느 유력 대선주자의 이상에 치우친 비현실적인 주장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20년 전부터 논의하기 시작했고 외국에서는 이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기본소득제도를 고민해왔다.

실제 국민기본소득을 입법한 국가도 있고,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직접 실험을 하거나 시뮬레이션을 한 국가도 다수 있다.

그만큼 기본소득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실제 기본소득을 도입한 사례가 꽤 있다.

성남시의 청년기본소득에서부터 시작해 서울시의 청년수당, 경기도의 청년배당, 전남 해남군의 농민수당, 강원도의 육아 기본수당 등이 현재 시행 중이다.

지난 해 모든 국민에게 지급했던 코로나 19 재난지원금 역시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국민기본소득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지자체 수준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한 공론화가 시작되었다.

기본소득에 대한 가장 큰 쟁점 가운데 하나가 막대한 재원조달의 문제다.

기본소득의 취지나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지만 재원조달이 가능하냐 하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면 월 50만원씩만 지급한다 해도 매년 30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기존의 복지 예산을 건드리지 않아도 기존의 선심성-면피성-비효율적 용역예산, 부처의 중복 사업예산, 기타 불필요한 예산을 전액 삭감하거나 감액해도 수 십 조에 달하는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여기에 토목건축 등 분야의 사업예산을 조정하면 70조원 이상의 기본소득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

필자가 국회에서 수차례에 걸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실무를 해본 결과 70조원 이상의 예산조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하면서 반드시 예산체계 및 사회적 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는바 이러한 과정에서도 예산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증세는 최소화할 수 있다.

최초로 지급하는 기본소득금액을 두고도 논란이 많다.

기본소득 설계상 1인당 연 50만원은 너무 작아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1인당 50만원이라도 4인 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연 200만원을 지급받기 때문에 서민의 가계에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급액이 작기 때문에 취약계층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재 취약계층을 위해서는 복지제도가 작동하고 있고 부족하다면 이러한 제도를 보완하면 된다.

 외국의 사례를 마치 절대적인 것처럼 생각하는 정치적 비판은 소모적 정쟁에 불과하다.

외국의 사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외국의 사례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만 어떤 제도의 시행여부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지는 않다.

어느 학자가 어떠한 논리로 주장하고 있고, 어느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느냐 하는 것으로 논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실패하거나 포기한 이유를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이러한 제도를 발전시킬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기본소득은 단순히 현금지급으로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것도 아니다.

기본소득은 작게는 최소한의 생활수준보장과 소득 양극화 문제의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복지정책이자 크게는 중요한 경제정책으로 기능할 수 있다.

기본소득을 받은 국민이 이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영세자영업 및 중소기업이 발전하고 대기업의 투자를 활발하게 함으로써 국민경제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야당의 정치인 중에는 기본소득이 수요주도성장이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후속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기본소득은 오히려 소득주도성장을 보완함으로써 이를 성공시키기 위한 매우 실질적이고 중요한 정책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우리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다.

담론조차 필요 없다는 식의 비판 보다는 비판하되 우리의 현실에 맞는 기본소득의 설계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좀 더 성숙한 정치인의 자세가 아닐까?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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