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나가보면 싼시 짠시가 널려있다'
'알고도 모르고도'

김남곤-공숙자 부부시인 각각 시집 발간
자연 속 인생 관조, 삶에 대한 성찰 제시
삶의 여정속 달관-내려놓기 등 주된 정조

시장은 사람냄새가 가득하다.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끼리 정이 넘치는 흥정이 오고가며, 보도 듣도 못한 신기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없는 것이 없을 정도란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은 그야말로 보물창고다.

김남곤 시인도 시장에 좌판을 하나 폈다.

좌판 이름은 최근 발간된 시집 ‘시장(詩場)에 나가보면 싼시 짠시가 널려있다’(신아출판사)다.

시인은 “비록 끝물이라서 때깔은 그리 곱지는 않지만 구석자리 하나 펴놔봤다”며 “이제 낡은 갓 챙겨 쓰고 짐 지고 나간다는 게 버겁고 부끄러울 뿐이다”며 노 시인의 겸손함을 앞에 세웠다.

하지만 손에 들린 책 무게에 비해 시집이 주는 무게감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하다.

팔십 평생 지나온 나날은 마치 시장 속 다양한 물건들처럼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이며, 종착점을 향해 걸어가는 무거운 하지만 겸손한 발걸음은 독자들의 마음 깊숙이 파고든다.

시인의 눈은 어두컴컴한 곳에 자리잡은 막사발을 비롯해 고산면의 반 붉은 대추나무, 저자길의 쇠짚신, 황방산의 쑥꾹새 등을 바라보며 인생을 관조하고, 독자들은 이를 통해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얻는다.

이목윤, 송기태, 진기풍, 허소라, 이호선 등 평생 시심을 함께했지만 이제는 우두커니 남겨진 빈자리에 대한 안타까움도 노래하고 있다.

부인 공숙자 시인도 시집 ‘알고도 모르고도’를 동시에 출간했다.

시인 역시 연륜이 스며드는 시편이 대부분이다.

자성과 자각 그리고 자율을 동무삼아 삶의 여정을 걸어온 나그네에서 발견하는 달관과 내려놓기 그리고 묵상과 잠언이 시의 주된 정조다.

김영 시인은 “공숙자 시인은 이제 모순에서 벗어나 고요하고 정갈한 현재를 경작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그가 경작하는 영토에서는 싱싱하고 경건한 시가 깊이 뿌리내릴 것이다”며 “독자들은 그가 가꾸어 내놓은 잠언을 고개 끄덕이며 읽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시인과 시인이 경작한 시가 함께 익을 것이다”고 밝혔다.

공숙자 시인은 “나의 빛이 어떤 부분을 반사해온 색이 있는지, 그 색들이 투사한 나 자신의 색깔이 늘 궁금하다”며 “나의 시에 대한 호불호 평가는 감히 바라지 않는다. 뒤늦게 뛰어든 겁 없고 어설픈 시업에 대해 충정어린 질정을 바란다”고 말했다.

완주 출생인 김남곤 시인은 1979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장, 전북예총 회장을 역임했다.

전북문학상, 목정문학상, 전북문화상, 증산문학상, 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남원 출생인 공숙자 시인은 초중고 전북도립중등여성중고 교직을 수행했다.

1985년 월간문학 신인상 수필 당선, 2021년 표현 시 당선됐다.

전북여류문학회장, 전국대표에세이회장, 전북수필문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전북수필문학상, 전북여류문학상, 전북문학상, 전북예총하림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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