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쟁 제71주년'-전주시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주목

2019년 황상산-산정동일대
대상시작 작년34개체 유품
129건 1차안치 올해 44개체
발굴 안치식-추모제례 가져

지난 5월 세종시 추모의 집에서 김승수 전주시장과 성홍제 전주형무소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장 등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유해 안치식이 거행됐다. /전주시 제공
지난 5월 세종시 추모의 집에서 김승수 전주시장과 성홍제 전주형무소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장 등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유해 안치식이 거행됐다. /전주시 제공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올해 71년.

오늘까지 전쟁이 남긴 상흔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전주시가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한국전쟁 때 희생당한 민간인들의 유해를 발굴해 안치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시는 정치나 이념 등 어떠한 가치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일 것”이라며 유해발굴을 통해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지고,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주자는 의미에서 사업을 추진했다.

이에 지난 2019년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을 위한 용역을 발주, 유해매장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황방산과 산정동(소리개재) 일대를 대상으로 유해 발굴에 나섰다.

황방산 일원은 지난 2009년 진실화해위원회가 조사한 전주지역 유해매장 추정지다.

시는 그간 전주대학교 박물관 조사팀과 함께 전주형무소사건 희생자 유가족 및 토지주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 유해발굴 조사를 실시해왔다.

희생자 유해의 신원을 밝혀내는 유해감식을 거쳐 희생자가 영면에 들 수 있도록 세종시 추모의 집에 안치하고 있다.

최근 전주시는 지난 5월 21일 세종시 추모의 집에서 김승수 전주시장과 성홍제 전주형무소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장, 김건우 전주대학교 박물관장 등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유해 안치식을 가졌다.

지난 2019년 유해발굴 사업을 시작한 시는 지난해 7월 황방산 일대에서 수습된 유해 34개체와 유품 129건을 1차 안치시킨 데 이어 2번째 안치식을 갖게 됐다.

시는 이번 안치식에서 지난번보다 10개체가 늘어난 총 44개체와 유품 84건을 엄숙히 안치했으며, 민간인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추모제례도 진행했다.

2차 발굴 결과, 유해의 사망 당시 연령은 대부분 25~35세 청년으로 확인됐으며, 성별 판별이 가능한 7개체 전부가 남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품으로는 희생자가 착용한 것으로 판단되는 청동단추와 허리벨트, 철제편 등이 발견됐다.

칼빈소총과 M1소총의 탄두와 탄피도 희생자 주변에서 확인됐다.

칼빈소총과 M1소총은 그 때 당시 군인이나 경찰이 사용한 무기체계와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품에 대한 보존처리 결과 탄피에 인골편이 흡착돼 있는 것으로, 희생 당시의 잔인했던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1, 2차 유해발굴을 마무리한 시는 향후 유해매장 추정지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이같은 유해발굴은 지난 1950년 7월과 9월 전주형무소에서 학살된 민간인들로 알려진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은 전국의 모든 형무소에서 자행됐으나 특히 전주형무소(진북동)에서는 우리 군경과 북한 인민군에 의해 차례로 대량 민간인 학살이 이뤄졌던 지역이다.

당시 7월 군과 경찰은 좌익 관련자라는 이유로 전주형무소 재소자 1600여명(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추정)을 학살했고, 같은해 인민군은 9월 26일부터 이틀간 전주형무소 재소자 500여명을 반동분자로 분류해 무참히 살해했다.

그 당시 전국적으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은 무려 100만명으로 추산되며, 2005년 1차 구성되었던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결과 유해매장지는 전주 황방산 등 168곳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총괄적인 발굴 및 보상 정책이 미흡한 실정이었다.

이에 전주시는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 중에서도 선제적으로 유해발굴 사업을 추진해왔다.

성홍제 유족회장은 “억울하게 희생된 고인들의 유해발굴 사업은 우리 역사에 대한 치유와 사회통합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가 차원의 조사를 통해 명예회복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과거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책무”라면서 “앞으로 유해 발굴이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며, 추모의 집에 안치하는 등 희생된 영령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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