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리 개인전 31일까지 진행
한지-광목천 위에 절벽을
만나 떨어지는 폭포등 표현
물의변화 활달한붓질로 포착

문리 개인전이 31일까지 전주 에프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물, 넘쳐 흐르다’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물의 속성을 탐구하고 해석해 한국화로 표현한 작품 20점을 선보인다.

최근 작업실을 단장하고, 개인전을 위해 밤낮으로 혼신을 다해 작업에 몰입했다.

스물두 번째 치르는 개인전이지만, 아직도 전시를 준비할 때는 몸의 촉수가 기쁘게 요동치면서도 긴장한다.

그냥 쉽게 거저 되는 개인전은 한 번도 없었다.

항상 힘겹게 산 넘고 물을 건너야만 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새벽에 밀려오는 찌릿한 현기증을 통해 ‘살아있다’는 쾌감을 느낀다.

이번 전시 주제는 물이다.

물은 변화의 상징이다.

물은 인간과 천지 만물에 깃들어 있으며, 유연하게 변화한다.

물은 아상이 없다.

물은 어떤 소리도 낼 수 있고 어떤 맛으로도 변할 수 있지만, 자기 소리, 빛깔, 맛은 따로 없다.

만물을 통해 자기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물은 넘쳐야 흐르고, 너무 오래 머물면 썩는다.

바위나 돌에 부서지고 높은 벽을 마주하면 잠시 머물러 속을 앓다가 무심하게 돌아간다.

흐르고 흐르다 절벽을 만나면 겁 없이 몸을 내던져 꽃을 피운다.

그래서 폭포를 물꽃이라 한다.

시인 김수영은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고 했다.

폭포를 통해 현실의 부정적 모순과 인간의 나태한 심성을 꼬집었다.

바위나 돌을 만나 휘몰아치는 물, 절벽을 만나 떨어지는 폭포 등을 표현했다.

격하게 요동치는 물의 변화를 한숨에 뿜어낸 활달한 붓질로 그 기운을 포착하고자 했다.

주재료는 한지나 광목천 위에 먹을 사용했다.

물로 먹을 운용한 수묵화다.

광목은 화선지나 한지에 비해 먹 번짐이 둔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광목을 물에 빨고, 말려서 사용했다.

이 과정도 물의 힘에 빚을 진 것이다.

더불어 연철을 망치로 두드리고, 용접해서 폭포를 표현한 조각적인 설치 작품들은 물의 신묘한 변화처럼 회화의 경계를 확장하는 실험성을 추구하고 있다.

현대 한국화의 가치와 매력에 흠뻑 젖어 들 수 있는 전시라는 호평을 듣고 있다.

미술평론가 조관용은 “그의 수묵은 시간과 공간으로 인해 서로 다르게 형성되어 온 심상들을 물의 이치, 자연의 이치를 통해 그 근원으로 되돌리고자 한다”고 평했다.

에프 갤러리 권은경 대표는 “전시를 쉽게 읽을 수 있는 영상과 거침없는 현대 한국화 작품들이 단단하게 조화를 이룬 기획전이다. 매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느끼고, 감동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문리 작가는 “전시는 건축공간과 함께 개별적 작품을 선보이는 새로운 창작 행위이다. 그래서 긴장한다"며 ”절벽을 만나도 겁 없이 몸을 던져 꽃을 피우는 물처럼 계속 흘러갈 것이다”고 말했다.

문리는 전북대학교 미술학 박사, 창작, 평론, 기획자이다.

파리, 서울, 대전 등에서 22회 개인전을 했으며, 중국 베이징 쑹좡현대미술문헌관 학술위원이고, 저서로는 ‘현대미술, 개판 오 분 전’이 있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