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연 현황 보고서
25개교 청산대상 교가 선정
교표 욱일문-일잘기 21개교
日강점기 석물-건축물 남아

전북지역 일부 일선 학교에서 친일교가, 욱일문, 벚꽃문양 등 유·무형의 일제 잔재가 여전히 관습적으로 사용중인 것으로 조사돼 학생들에겐 교육적 차원에서 활용되고 해당 학교에선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북교육정책연구소(소장 최은경)는 12일 도교육청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통해 도내 학교 내 일제 잔재물의 현황을 파악하고, 기초 자료를 구축·정리해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추진했던 ‘일제 잔재 현황’ 연구보고서를 전격 공개했다.

‘학교 안 일제 잔재-어디까지 알고 있나요?’라는 제목의 이번 연구는 도내 초·중등교사 6인, 정책연구소 파견교사 2인, 담당 연구사 등 9인이 T/F를 구성해 지난 1월부터 6개월여간 심도있는 연구과제를 추진해왔다.

이번 연구는 도내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친일 인물·교가·교표·교목·교화· 교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석물 및 건축물, 학교문화 및 용어 등을 짚어봤다 그 결과 교가는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와 친일인명사전에 의해 친일 인물로 분류된 작곡가가 작곡하거나 군가풍·엔카풍 멜로디를 포함하는 학교가 다수 발견됐다.

여기다 ‘조국에 바쳐’, ‘00학도’, ‘이 목숨 다하도록’ 같은 일제 군국주의 동원 체제에서 비롯한 비교육적인 표현을 포함한 교가도 발견됐다.

앞서 도교육청은 25개교를 청산 대상 교가로 선정한 가운데 2019년 10개교가 학교구성원의 동의를 얻어 교체 작업을 진행했으며, 나머지 학교들은 올해 교가 교체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교표에서는 1순위 욱일문·일장기·국화문·벚꽃문양의 학교가 21개교로 조사됐다.

욱일문과 일장기는 일제 강점기 군사 마크로 사용됐고, 벚꽃문과 국화문은 일본 황실에서 사용된 마크로 현재도 일본 황실 및 훈장에서 계승되고 있다.

전쟁과 경기에서의 승리를 상징하는 2순위 ‘월계수’ 모양이 75개교, 3순위는 1순위와 2순위의 유사형태로 41개교, 4순위 맹수·맹금류·방패 등 군 관련 29개교 등이다.

또 일제 잔재로 규정한 가이즈카 향나무, 히말라야시다, 금송을 교목으로 지정한 학교가 91개교로 조사됐다.

특히 학교 부지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일제 강점기 석물이나 건축물도 파악됐다.

실제 군산 발산초의 옛 일본인 농장 창고, 전주 풍남초와 전주초의 봉안전 기단 양식, 일부 학교의 충혼탑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일제 잔재로 남아 있는 학교 현장·행정분야 용어와 학교문화는 교육구성원 모두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개선대상 용어로는 시정표(→시간표/일과표), 시건장치(→잠금장치), 납기(→내는 날), 신입생(→새내기), 절취선(→자르는 선), 졸업사정회(→졸업평가회), 내교(→학교 방문) 등 학교 현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들이 있다.

또 역대학교장이나 기관장 사진 게시는 외부공간에 게시하거나 차렷·경례 같은 군대식 인사 표현도 바꿔나가야 할 일제 잔재로 꼽혔다.

이와 관련, 참여 연구진들은 일제 잔재 관련 조례 제정, 역사 교육 등 교육청 차원의 행·재정적 지원, 학교 안 일제 잔재 관련 석물이나 건축물 현황 파악 및 교육적 활용, 일제 잔재 인식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및 찾아가는 지원단 운영 등을 제안했다.

최은경 전북교육정책연구소장은 “그간 교육공동체의 노력으로 많은 부분이 청산되는 상황이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일제 잔재의 의미에 대해 인지하고 생활 속에도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번 발간된 책자는 전북지역 일선 학교, 교육지원청, 직속기관과 국회도서관 등 외부기관에도 전달해 활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교육정책연구소는 이번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전북지역 학교의 일제 잔재 현황을 주제로 한 포럼을 오는 9월 말 개최할 예정이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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