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사의 기념비적 작품 '서편제'를 다시 봤다.

1990년대 처음 봤을 때는 "왜 그런가" 하고 의문이 들었던 장면들이 이번에 찬찬히 돌아보니 이해가 된다.

그 시절 한국 최고의 영상미라는 찬사가 쏟아질 정도였다는데, 지금 봐도 그렇게 아름다운 영상을 어떻게 그려 냈을까 하는 경이로운 마음이 든다.

서편제 속 주인공 송화의 대사 중 "(아버님은) 한에 묻히지 말고 고것을 넘어서는 소리를 허라고 하셨지요."

송화의 눈을 멀게 한 아버지이지만 끝까지 부를 공경하는 송화의 마음이 관객을 안타깝게 한다.

아마도 40대 후반 이상은 서편제에 흐르는 한과 한의 정서를 넘어서는 시대를 살아왔을 것이다.

삼강오륜과 산업화, 민주화를 모두 거쳐 오늘의 우리나라를 건설한 파란만장하면서도 역동적인 세대다.

송화의 마지막 소리인 심청가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명창 안숙선 선생의 소리라고 한다.

문득 안숙선 명창의 고향인 남원과 그의 스승 고(故) 만정 김소희 명창을 낳은 고창이 보고 싶어진다.

메타버스는 MZ세대에게는 '놀이터'로 불린다.

가상과 현실이 합쳐져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MZ세대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단순하게 봐도 사이버세상을 넘어서는 미래의 현실적 공간인 거 같다.

더욱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에게 현실 이상의 의미를 주는 지도 모른다.

MZ세대로 불리는 현재의 10대나 20대는 메타버스가 생활의 한 부분이라 할 정도라고 한다.

자신의 아바타인 '부캐'를 통해 사이버세상에서 교류하고 모임을 만들고 비지니스를 논하는 게 일상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기업들도 메타버스 비지니스에 뛰어들고 증권가에선 메타버스 관련주들이 요동친다.

실제로 앞으로는 정치를 하든, 사업을 하든 MZ세대가 그들에게 주 고객층이 될 것이다.

대권 주자 중에는 이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일찌감치 메타버스에 올라탄 이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경선 후보는 메타버스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내년 3월에 치러지는 20대 대선의 선거권은 만 18세부터다.

지난 2019년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내년 대선에는 2004년 3월10일생까지 선거권이 주어진다.

내년 대선에 출마하는 이들은 그 어느 선거 때보다 깊이있는 경륜과 국정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또한 MZ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미래를 제시해주기 위해선 사회 다방면에 대한 공부가 필수 요건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자신인 '부캐'를 통해 메타버스에 들어서는 건 이제 기본이다.

  내년 대선에 나설 유력 주자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이다.

지난한 세월, 서편제에 공감하고 그 한을 넘어서고 풀어내기 위해 분투해 왔다.

1997년 수평적 정권교체와 그 이후 진보-보수 정권이 교차해 집권하면서 사상과 이념과 지역에 대한 갈등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특히 MZ세대의 사이버세상에는 더 이상 편을 가를 수 없는 시대가 펼쳐져 있다.

대선을 겨냥하는 이들이 MZ세대를 이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다면 MZ세대를 포함해 전 연령대를 커버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갖춰야 한다.

메타버스의 부캐와 서편제의 한을 공감하는 능력이 차기 대선 주자의 기본 자질이 되고 있다.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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