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 교수 시사집 '그루터기 단상일지'

훈계보다는 지혜, 시-에세이-사진 융합
잠언의 성찰 부드럽고 온유하게 전해

이인 교수의 시사집 ‘그루터기 단상일지’가 출간됐다.

이번 시사집은 먼저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적 성찰인 일종의 잠언집이다.

성서의 ‘잠언’에서는 “다윗의 아들 이스라엘의 왕 솔로몬의 잠언이라 이는 지혜와 훈계를 알게 하여 명철의 말씀을 깨닫게 하며 지혜롭게, 공의롭게, 정의롭게, 정직하게 행할 일에 대해 훈계를 받게 하며, 어리석은 자를 슬기롭게 하며, 젊은 자에게 지식과 근신함을 주기 위한 것이니”라 했다.

이런 의미에서 이인 교수의 ‘그루터기’는 훈계보다는 지혜가 부드럽고 온유하게 기술된 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시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에서 성경 말씀을 맨 처음 화두처럼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내용의 실마리가 되는 것이다.

한 편의 시와 함께 나란히 걸려 있는 액자 같은 사진 한 면에도 마음이 간다.

푸른 하늘과 그 푸르름에 닿기 위하여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이 우리들의 심약한 영혼의 간절함 같다.

시 ‘인사’를 보면 인사는 사람만이 행하는 행위다.

마찬가지로 옆면 사진에는 손을 들고 인사하는 모습이 그림자가 져 자신은 그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피사체가 돼 있다.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나’라고 하는 실존을 다시 응시해보라는 것이다.

모든 깨우침은 나로부터 우러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잠언의 성찰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시와 에세이와 사진을 융합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시적 형식과 에세이의 서사적 장치와 사진의 이미지를 병치의 방법으로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신간을 보면 의구심이 든다.

그냥 에세이로 서술해도 되었을 텐데 굳이 시 형태로 던진 이유다.

이는 시적 특성을 살리고자 하는 내밀한 전략이 배어 있다.

이인 교수는 시 쓰기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다.

작은 논들이 인생의 주름살처럼 겹겹이 겹쳐져 한 세상, 한 세월의 나이테를 형성하는 다랭이논 같은 아련한 학창 시절로 되돌아간다.

이제는 정년퇴직을 했지만 머릿 속에 아름답게 편린으로 떠도는 시상l 머물렀고, 그 깊은 서정을 잊을 수 없다.

저자는 아름다운 서정시의 샘을 가슴 가장 깊은 곳에 품고 살아온 내 마음의 시인이었던 것이다.

장욱 시인은 “저자는 어렵거나 난해한 어휘와 문장구조를 사용하지 않는다. 일상적 언어 구사이다”며 “하지만 그 짧고 단정한 통사 구조 속에서 수행 스님의 화두 같은, 사순절 긴 기도 끝에 이른 부활의 깨달음 같은 신앙 생활의 모습이 겸허하게 담겨 있다”고 평했다.

저자는 “기대 반, 염려 반으로 시사집을 출간한다. 문득 드는 생각도 글감이 되며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구나며 공감해 주길 기대한다”며 “책을 읽는 대신 미디어 시청을 더 즐기는 시대에 과연 얼마나 읽힐지 염려가 된다. 한 그루 나무가 또 베여 나가는 데 일조하지는 않길 바랄 뿐이다”고 밝혔다.

정읍 출신으로 전북대 외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캔자스대학교 박사를 취득했으며, 부안군 주산중 교사, 초당산업대를 거쳐 전주교육대 교수를 역임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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