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우에 섬진강이 범람했다.

도로와 농경지는 침수됐고, 가축들은 폐사하거나 떠내려갔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의 절망 섞인 한숨에 마음이 무너졌다.

당시 나는 신속한 수해복구와 긴급 지원을 위해 남원·임실·순창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고, 실제 그렇게 됐다.

또한 수해 원인을 명확하게 조사할 것과 잘잘못을 확실히 따져야 함을 강조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원인과 책임소재를 확실히 해야 대책도, 보상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홍수로 인한 피해구제와 대책 마련을 위해 환경부, 국토부, 행안부 등 관계부처는 홍수피해 원인조사 용역을 시행했고, 이를 위해 관련 전문가와 주민대표 등이 참여한 조사협의회를 꾸렸다.

지자체 주관으로 가구별 홍수피해 규모도 조사했다.

그리고 지난 3일, 환경부는 수해 원인 조사 결과에 따른 정부 후속 조치계획을 발표했다.

헌데 어떤 부처와 담당자들이 무슨 잘못을 했고, 책임이 있는지 명확히 기술돼 있지 않다.

요컨대 수해 원인은 복합적이고 책임소재도 복합적이라는 식이다.

정부부처와 지자체는 책임을 두고 핑퐁게임을 시작했다.

정부가 수해복구와 대책 마련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을 알지만, 책임소재가 두루뭉술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댐관리는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에서 하고, 하천관리는 국토부와 지자체에서 하니 이 같은 물난리에 즉각적 대응이 어려울 뿐 아니라 책임도 명확히 할 수 없다.

지난해 수자원공사 박재현 사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물관리 업무의 일원화를 요청했던 이유다.

신속하게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 하고, 수해 원인 규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남원은 작년 수해를 입은 17개 시·군 중 피해 규모가 3번째로 크다.

피해산정액만 628억원이다.

섬진강댐은 지난 1965년 준공 당시의 계획방류량을 55년째 유지했다.

댐 운영 매뉴얼 정비가 단 한 차례도 없던 것이다.

홍수조절 용량은 전국평균 40% 수준에 불과했다.

하천기본계획에 따른 하천 정비도 미흡했고, 배수펌프장이 없어 농경지를 비롯한 저지대에 침수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댐 운영 매뉴얼을 기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인 국민 입장으로 대폭 수정하고, 배수시설 또한 확충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홍수방지 대책을 촘촘히 세우고, 대대적인 하천·댐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수재민 입장에서의 보상현실화다.

기존 SOC(도로,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 위주 보상으로는 실제 집이 무너지고, 논밭이 훼손되고, 일터가 없어져 망연자실해진 주민의 피해를 직접 보상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수해 피해에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생활이 더욱 어려워진 점을 감안해 피해 주민 입장에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환경부는 수차례 환경분쟁조정 절차를 통한 폭넓은 보상을 약속했지만, 이번에 발표한 정부 후속조치 계획에는 신속한 지원절차를 추진하겠다는 말뿐, 구체적인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피해보상 계획을 상세하게 밝히고, 주민 입장에서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최근 수해 현장을 다시 찾았다.

1년이 지났지만 주민들이 일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모습에 답답하고 송구스러운 심정이다.

수해 당시 관계부처나 지자체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최선 다해 해결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한가하게 책임 공방할 여유가 없다.

이상기후가 반복되는 요즘,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수재민 입장을 되돌아봐야 할 때다.

/이용호 국회의원(무소속 임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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