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봉구 '강풍주의보'

보잘것 없는 시적 대상 순수가치 승화
세상의 거친 혼-사악함 달래는 감동 담아

주봉구 시인의 시집 ‘강풍주의보’가 발간됐다.

지난 1979년 문단에 등단한 지 어느덧 43년이 흘렀다.

그동안 일곱 권의 시집을 출간했고, 이번에 여덟 번째 시집이니 대략 5년에 한 권씩 출간한 셈이다.

이번 시집은 4부로 구성됐다.

1부와 2부는 2015년 이후 근작을 담았고, 3부와 4부는 1989년부터 한구시인협회 ‘연간 사회집’에 33년 동안 발표한 시를 추렸다.

주봉구 시인은 혼과 삶을 오롯이 담아 놓은 한 편 한 편의 시와 순진하게 소통하면서 시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시 쓰기란 녹록하지 않은 현실에 굴하지 않고 철저한 고집과 공들임으로 끊임없이 행해 나가는 구도자적 자세와 연관된다.

재미나 취미, 자랑을 위한 허세로 시를 쉽게 끄적거리는 오늘날의 세대에게 죽는 날까지 시를 쓰겠다는 다짐은 낯선 것이다.

하지만 ‘쉽게 씌여진 시를 부끄러워했던’ 한국시의 전통에서 본다면 결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평생동안 진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구도자처럼, 학문의 도를 깨닫기 위해 정진하는 선비처럼, 시인에게 시란 언어를 매일매일 갈고 닦는 눈물이요, 조약돌인 셈이다.

시인은 시적대상이 작고 보잘 것 없더라도 순전한 가치를 가진 존재로 인식된다면 함께 아파하며 의미 있게 소통한다.

반면 현실에서 우러름의 대상이 되는 힘과 권력이 있는 존재더라도 다른 사람의 길을 막는 부패하고 부조리한 걸림돌이 되거나 타인에 대한 소통과 공감 없이 이기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때문에 시인에게 시란 이 세상 거칠어진 혼들을 달래고 조금도 사악함 없이 올바른 마음과 깨끗한 피를 갖도록 만드는 귀한 것이다.

한 편을 쓸 때마다 기교보다는 생명을 담아 감동을 줄 수 있는 깊이 있는 시를 쓰는 이유다.

‘시 한 편이 공양이 될 수 있는까?’라는 화두를 붙잡고 독자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주기 원했던 시인이 바람이 성취된 것은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는 공감’과 ‘있다고 있는 것이 아닌 없다고 없는 것이 아닌 우주론적인 소통’의 시 세계 때문이다.

김세령 호서대 교수는 “어둠과 황사와 비바람의 고통을 이겨내고 시인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공양하듯 시의 언어로 정결한 꽃 한 송이를 피울 것이다”며 “아직도 견고한 꿈 하나 흔들림 없이 흙 속에 바람 속에 감추고 있다”고 밝혔다.

저자는 “오랜 시력에도 불구하고 작품 수준은 어떠한 지 모르겠다. 시집 한 권 보태는 것으로 만족할 것같다”며 “원고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인명시를 써주신 문인들에게 감사드린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오늘까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1943년 정읍에서 태어난 시인은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국문학과를 수료했다.

전북불교대학에서 불교공부도 했다.

1979년 계간 ‘시와 의식’ 신인상에 ‘산문’ 외 4편이 당선돼 등단했다.

시집 ‘머슴새’, ‘황토 한 줌’, ‘잠들지 않는 바다’, ‘집 떠나는 바람’, ‘시인의 집’, ‘집 없는 달팽이’, ‘아버지의 수첩’, ‘강풍주의보’를 펴냈고, 시선집 ‘떠도는 자를 위하여’, ‘숲길을 가다’를 출간했다.

수필집 ‘사랑을 줍는 사람들의 기침소리’, ‘그 겨울 대바람 소리’, ‘바람의 흔적’을 펴냈다.

문예한국작가상, 전북문학상, 전북예술상, 전북시인상, 전북불교문학상, 향토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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