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귀덕 수필집 '사막으로 가는 배' 출간
비전환적 표현-작가 정체성 드러내

박귀덕 수필집 ‘사막으로 가는 배’가 출간됐다.

본디 수필은 삶의 유형이 작품에 녹아 있으며, 작가의 정체성을 살펴보는 데 큰 공헌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박귀덕의 수필은 철저한 비전환적 표현이기에 작품 속에 둥지 튼 일상을 살피는 것은 작가를 만나러 가는 것과 같은 셈이다.

한 작가에 있어 자연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간 세계에 주는 애정의 눈빛으로 하여 그의 정체성이 여지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작가 박귀덕의 수필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살펴봄으로써 그의 문학세계에 깊이 들어가 그만의 향취를 젖어보는 것은 한 작가를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며, 감염병 팬데믹에서 견뎌내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박귀덕의 자연은 일상의 자연이다.

남들이 보지 못한 나만의 것도 아니고, 누구나 접하게 되는 자연 현상 그대로이다.

그 현상에 작가의 해석이 가미돼 존재의 의미를 가지고 독자 앞에 다가선다.

자연은 인간 삶의 현장이다.

늘 접하게 되는 이 현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삶의 유형이 다르게 나타난다.

작가 박귀덕은 자연을 바라봄에 있어 특별한 경우를 선정하지 않는다.

일상의 언저리에서 접할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자연이다.

그리고 그것의 의미를 애초부터 내가 의탁해서 삶을 영위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본다.

그러다가 소망한 것이 어긋나도 자연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안에서 원인을 찾으려 한다.

경건, 바로 이것이 저자의 자연 앞에 서는 자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박귀덕의 자연을 일상 속 삶 속에 있는 자연이다.

그는 이 자연에 아주 소박하고 인간적인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

원망하고 갈구하는 자연이 아니라 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빗나갈 때는 자신의 허물을 찾아 나선다.

항상 성찰하며 자신의 삶에서 보태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다.

그리하여 다음 삶에서는 윤택한 환경을 얻을 수 있도록 항시 노력한다.

또 가슴 아픈 회한은 인내하며 참아내는 태도를 견지한다.

이 인내의 태도는 수필집 전편에 걸쳐있다.

그러기에 사막을 건너는 낙타처럼 묵묵히 걷기만을 계속한다.

언제나 밀려오는 고통도 작가는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땅히 극복을 시도한다.

여기에는 정상적인 질서와 순리가 상존한다.

이에 따라 내딛는 발걸음은 언제나 확신에 차 있다.

언제 어디에서나 이 질서 의식은 모든 행동을 지배하고 몸은 순응한다.

강돈묵 수필가는 “수필은 다양한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이 그릇에 담을 음식 또한 다양하다. 구색 맞추기 위해서는 작가가 선택하는 그릇도 다양해야 한다”며 “박귀덕 작가는 그릇의 다양화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시도된다면 더 좋은 독자를 만나리라 믿는다. 다음 수필집을 기대한다”고 평했다.

저자는 “수필이라는 정원에 여인들의 삶을 심어 놓고 싶었다. 매와 진 자리에 갓 돋아 나온 나뭇잎이 이슬비에 젖던 날, 몇 년을 흩어 놓았던 원고들을 갈무리했다”며 “누구 한 사람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되길 기도하는 마음이다. 연지정의 하늬바람처럼 연향을 품을 수 있는 수필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귀덕 작가는 수필과 비평에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행촌수필 회장, 전북수필 회장, 수필과비평 작가회의 전북지부장 등을 역임했다.

수필집 ‘삶의 빛, 사랑의 숨결’, ‘잃어버린 풍경이 말은 건네오다’, ‘사막으로 가는 배’ 등이 있다.

작촌문학상, 행촌수필문학상, 수필과비평 문학상, 전북수필문학상, 올해의 수필인 상 등을 수상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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