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동경 올림픽이 끝났다.

이 글의 제목을 생각하면서 ‘비장애인 올림픽’이란 용어를 굳이 쓰고 싶었던 이유는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몰상식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고 싶은 마음에서다.

제16회 도쿄 패럴림픽은 오는 24일부터 9월 5일까지 22개 종목, 540경기가 열리는데 이 사실 자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부끄럽게도 필자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하계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패럴림픽이 열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아 보인다.

이번부터라도 한 번 더 애정을 가지고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싶고, 방송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중계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코로나19’ 팬데믹의 심각한 상황 속에서 일본은 1년을 연기하면서까지 올림픽을 치러냈고, 자국민들로부터도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이토록 올림픽 개최에 집착한 이유는 1964년 열렸던 동경올림픽의 환희를 부활하여 침체된 경제 부양책으로 삼고자 한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허술한 코로나 방역 대책이나 선수들에 대한 형편없는 식단 등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고, 한일감정에서든 아니든 경기장에서의 편파적인 판정은 우리 국민들을 분노케도 했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진정으로 최선을 다해 주었고 국민들은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 주었다.

양궁 3관왕 안산 선수의 늠름한 모습과 열일곱 김제덕 선수의 파이팅은 코로나로 찌든 우리들 가슴 속을 시원하게 뚫어 주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느낀 것은 메달밭이라고 여겨왔던 종목에만 관심을 가졌던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이 활약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이에 대한 응원도 각별했다는 것이다. 

98년만에 한국 럭비가 올림픽 첫 무대에서 첫 득점을 하였고, 아쉽게 4위를 기록했던 다이빙의 우하람 선수는 다소 생소한 종목에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여자 기계체조 종목에서 사상 첫 메달을 안겨 준 여서정 선수의 미소와 높이뛰기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4위에 오른 우상혁 선수의 해맑은 웃음은 잠시나마 코로나를 잊게 해 주었다.

또한 여자 태권도의 이다빈은 결승전에서 세르비아 선수에게 패해 은메달에 그쳤지만 상대 선수를 향해 ‘엄지 척’을 하며 기량을 인정해주는 수준 높은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과거 대한민국의 올림픽은 온통 메달 사냥에만 신경을 곤두세웠고, 우리 선수들은 은메달을 따고도 금메달을 못 딴 죄책감에 눈물을 쏟아내야 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4등도, 5등도 정말 값졌고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1등만을 추구하던 우리의 국민 의식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메달 색깔에, 등수에 상관없이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로 성숙한 스포츠 관람 문화를 보여 주었다.

양한 종목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한 모습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 본다.

지구상 수십억 인구 중 한 명으로 선발되어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선수들에게는 크나큰 영광일 것이며 4년, 5년 이상의 오랜 세월을 운동에 흘린 그들의 피땀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기에 참가한 선수 모두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줘야 할 것이다. 

내년 있을 대선과 지선을 앞두고 주자들의 레이싱이 한창이다.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것이 선거판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상대 후보를 폄훼하고 헐뜯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정치는 언제쯤 성숙해질 수 있을까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오로지 국민만을 위한 치열한 고민으로 최상의 정책을 제시하고, 최선을 다해 선의의 경쟁을 하며 상대 후보의 잘 한 부분에 대해서는 ‘엄지 척’을 할 수 있는 그런 후보, 그런 선거 문화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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